이웃종교의 이해와 존중이 먼저
 

▲ 천지일보가 창간 기념 포럼을 갖고 종교 간의 상생을 위한 언론의 역할에 대해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뉴스천지

 

이규원(한국언론인연합회 이사) 세계종교신문 주필은 ‘종교 상생을 위한 범종교지의 역할’에 대해 ‘다종교 사회의 한국에서 범종교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두 번째 발제에 나섰다.

이규원 이사는 “한국의 종교계 상황을 종합백화점에 비유하기도 한다”면서 “종교는 영혼구제를 신념체계로 하는 영혼불변의 내세관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인류의 전쟁사를 면밀히 살펴보면 ‘종교전쟁사’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며 “지난 역사는 차치하고라도 현재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가, 또는 민족 간 전쟁이 종교적 갈등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말했다.
 

 

▲ ‘다종교 사회의 한국에서 범종교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이규원 세계종교신문 주필. ⓒ뉴스천지

 

이어 “현재 다수의 국민들과 종교인들 간에는 우리나라처럼 다종교 국가이면서 종교 간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단적인 예로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불교와 기독교 간의 긴장관계를 들었다.

그는 “동·서양을 대표하는 양대 종교 간 큰 싸움으로 번질 뻔한 황 교수의 사건은 현재 미봉된 상태로 수면 아래로 잠적해 있을 뿐 그 앙금이 완전히 가셔졌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종교 언론의 필요성을 강조한 그는 “70~80년대 한국 종교계 풍토가 민감했던 시절 종교 탕평책을 내세우며 화합과 교류를 도모했던 게 일부 범종교 언론이었다”며 “범종교지는 보도영역이 무당에서 서양종교까지 모든 종교를 아우르고 있어 한 지면에서 다양한 종교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종교전문지 종사자들은 종교 간 소통을 원활히 하는 가교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종교 사회에서 개인적 종교 신념은 지켜내면서 타종교를 이해해야 한다는 이중적 입장에 서게 된다. 따라서 다른 종교의 수장이나 신도를 대할 적에는 해당 종교의 예법이나 용어를 존중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덧붙여 “내 종교만이 최선이라는 도그마적인 자세를 버리고 시대를 이끌어 간다는 언론인의 자세로 열린 마음을 갖게 될 때 남의 마음도 열게 할 것”이라며 “종교전문지의 운영상황이 어려워지고, 특히 종단배경이 없는 범종교 전문지가 더욱 힘겨워지고 있는 특수성을 극복하고 종교언론으로 바로 서기 위해서는 종사자들의 비상한 각오와 열정이 각별히 요청된다”고 주문했다.

‘넓은 안목으로 종교 간 상생의 길을 제시했으면…’을 주제로 토론에 나선 정웅기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사무처장은 “종교 간 충돌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한국도 안심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 정웅기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사무처장. ⓒ뉴스천지

 

정 사무처장은 “지금처럼 평범한 시민들조차 종교 간 갈등을 우려할 정도가 된 상황에서 종교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더 미뤄서는 안 된다”며 “범종교적 보도를 지향하는 천지일보가 바로 이 점을 중요한 논제로 삼아 의제화하고, 논의하는 마당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주기를 희망한다”고 부탁했다.

그는 “한국인은 대단히 영성(종교적 성향)이 풍부한 민족이다”며 “이는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의 3대 메이저 종교에 속하지 않는 50%의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영성이 발달한 한국인의 절반 가량이 스스로 종교를 갖고 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깊이 탐구해볼 만한 이러한 주제는 오히려 군소교단에 속한 종교인들, 무종교인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안타깝게도 최근 들어 군소 교단의 소식은 일반 언론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게 됐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덧붙여 “범종교지라면 기성종교 교단의 소식을 옮기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군소종교, 나아가 종교를 갖지 않은 한국인들의 종교성과 문화에 대해서도 깊이 천착하여 드러내고 소통해 한국형 종교문화를 탐구하는 메신저가 되어주길” 부탁했다.

임종권 크리스챤신문 편집국장의 ‘종교 저널리즘을 위한 새로운 종교 언론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 대신 발제에 나선 김학수(전 스포츠투데이 편집국장, 스포츠사회학) 박사는 “종교종합지보다 각 종교적 관점에서 우리 사회를 바라보고 비판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종교지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아닌가 한다”며 “정도는 종교지의 역할이 아니고 바로 교단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종교와 언론은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종교지가 종교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 정용상 동국대 법과대학장ⓒ뉴스천지

정용상 동국대 법과대학장은 “오늘날 한국사회는 종교다원주의의 전형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며 “그러나 불행하게도 종교 간 대화나 협력을 통해 사회통합, 인류평화, 공존공영 등 보다 큰 목표를 추구하기보다는 지엽적인 교리논쟁이나 교세경쟁, 정부의 종교편향정책 등을 통해 심각한 종교갈등, 더 나아가서는 사회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 법과대학장은 “종교언론은 선교매체이자 언론매체라는 이중적 특성을 가지므로 언론의 보편적 원리에 입각함과 동시에 참다운 삶의 제시라는 종교의 근본가치관에 맞는 기능과 역할을 요구받는다”며 “종교언론은 한편으로는 종교적 목적으로써의 선교를 수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법상 언론매체로서의 사회문화적·대중매체적 일반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종교언론인은 성직자에 준하는 수준의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종교언론은 정교유착, 정경유착,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고 헌법상 보장된 종교의 자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의 범위와 한계를 인식해 삼자 간의 조화로움을 통한 언론의 비판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타종교에 대한 비난은 자제하여 다종교사회에서의 종교 간 상생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종교언론도 회사다. 범종교언론으로서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며 “공익과 국익, 국민의 알권리 신장에 함양해야 한다. 여타의 종교 언론과는 다르게 차별성을 두고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가에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면 사장은 “상호이해와 존중만이 상생을 할 수 있는 길이 아닌가 한다”며 “우리 언론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사회에 국가에 세계 인류에 필요한 마땅한 언론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제와 토론에 대한 답례를 전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정웅기 사무처장은 “자기 종교 내부의 문제를 다루기가 쉽지 않다. 인적이나 재정적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며 “주요 일간지들이 종교를 다룰 때 편향될 수밖에 없는데 새로 창간되는 범종교언론지가 종교를 다루는 이러한 태도를 바꾸는 계기를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이규원 세계종교신문 주필은 “교단 기관지와 범종교전문지가 구분이 돼야 한다. 범종교지는 모든 종교가 통합적으로 다뤄져야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종교계의 부흥을 위해서도 범종교 일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 가톨릭뉴스지금여기’ 한상봉 편집국장. ⓒ뉴스천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한상봉 편집국장은 “왜 여러 종교들이 공존하는 한국에서 종교 전쟁과 같은 격렬한 활동은 없는가”라고 반문하며 “어느 포럼에선가는 국민의 50%가 비종교인이면 종교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 편집국장은 “지배적인 종교가 선교에 너무 열을 올리면 종교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며 “범종교 언론이 사실상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이 든다. 하나는 언론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어느 종단에서 범종교 언론에 돈을 댈 것인가하는 문제며, 나머지 하나는 여전히 종교는 빛이 아니라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는 예민한 부분이고 각 교단마다 자기들의 고유한 영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떠한 발언이 가능하겠는가”라며 “그 종교에 대해 깊은 영성이 없는 상태에서 그 종교에 대해 말하는 것에 대해 신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포럼을 통해 사회 화합은 가능하나, 종교 간의 화합은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다며, 우선은 화합보다는 상생 즉, 이웃종교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태도가 절실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비록 종교 간의 화합과 상생이 풀기 어려워 보이는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고, 협력하는 데 진실된 마음으로 임한다면 종교로 인한 갈등이나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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