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국 백제황칠명인1호

▲ 전통문양 꽃무늬 ⓒ천지일보(뉴스천지)

▶ (상) 편에 이어서

속가에선 인간사에 매달려 울먹이지만 유·불·선에선 덕장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아를 발견하기 위해 숨소리조차 죽이고 있다. 잘나고 못난 것도 어찌 보면 다 세상 이치이건만 아직도 우리는 미숙의 늪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뒤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전통은 무너지고 욕심은 철탑 삼아 계속 하늘 높이 높아만 가고 있다. 자주 우리가 정말 천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종묘와 사직 앞에 부끄럽지 않은지 추슬러 봐야 한다. 돌보지 않는 역사 앞에선 예나 지금이나 모난 돌은 정을 맞았다. 그래서 양지바른 앞 마당보다 음지 젖은 뒷마당이 더 아련하고 슬프게 느껴지는 이유다. 염치없는 잘못을 하지 않는 것이 현재와 미래가 수련해야 할 우리 미래의 역사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한국의 전통문화에 있어서 이제 더 이상 전통기술의 도제식 전수방법이 실종되고 있음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된 것 같다. 이미 전통의 도제식 전수 방법은 극히 일부에서만 겨우 유지되고 있으나 이마 저도 여의치 않고 쉽지가 않다.

‘국가문화유산제도’의 제도 하에서 명맥유지를 해나간다지만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지원, 보존, 유지 제도가 나름대로 ‘문화재 보호법’이란 제도에 보호되어 왔는데, 문제는 정작 배우며 계승하고자 하는 의식 있는 현대의 젊은이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단연 어릴 때부터 접해야 할 자연적인 역사의 소양이 결여돼서이기도 하고, 꾸준히 알고 익히고 갖추어야 할 수 있는 중급, 고급, 전문 교육이 부재해서 그러하기도 한 것이다.

전국의 몇 안 되는 대학에서조차 전문지식과 기술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며, 교육을 할 만한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뛰어난 교수도 없어서 고급 전문교육을 하는 일은 앞으로 풀어야 할 문화적 숙제이다.

한 예로 전통공예디자인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대학은 현재 그 어디에도 없다. 필자가 전통공예디자인을 당대 최고의 스승 세 사람 밑에서 도제식 전수를 받고 배우면서 얼마나 많이 힘들어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술을 마셨는지 지금도 가늠이 되지 않는다. 전통공예디자인을 전부 마스터하고는 이후 절대로 울지 않았다. 벌써 오래 전 일이다.

전통디자인의 그 많은 것 중에 십장생만큼은 최고로 깊게 마스터해야 전통공예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전통문양학’이다. 얼마 전 서울시 주최로 운현궁에서 황칠명인 초대 개인전을 할 때의 일이다. 운현궁 전통담장은 꽃담장이 너무 아름다워 볼수록 내내 정이 갔다. 담에 벽돌로 장식한 흙벽돌과 적벽돌은 우리 전통문양의 아름다운 담장문화의 진수를 잘 보여주었다. 그 여러 문양 중 담에 새겨진 백무늬, 거북무늬, 국화무늬, 빙렬 무늬, 뇌문, 수자 등은 참으로 문양이 단아하고 아름다워서 ‘도둑님도 함부로 월담할 생각조차 못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흙담은 풋풋하고 돌담은 똘똘하며 벽돌담은 단아하고 고급스러워 한국의 정서가 훅훅 묻어나는 터라 외국인의 포토 존이기도 했다. 그 어떤 나라를 찾아가 봐도 한국의 꽃 벽돌 담장은 찾아볼 수 없다. 중국의 자금성은 높게 담을 만들긴 했지만 모서리 부분에 조각된 것 빼고는 볼만한 게 너무 없다. 그냥 담벼락에 자색 칠이 전부이다. 우리의 꽃 담장처럼 예쁜 것이 없다. 높은 건물만 있지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아름다움이 없다. 우리의 담장과 굴뚝은 한국의 이미지에 충분히 접근된 세월의 잎과 문양과 사랑의 연습이다.

◆ 약력
- 백제황칠명인1호
- 미술학박사
- 국립이리스트 대학교 종신석좌교수
- 국가문화재보존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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