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화의 상징코드를 찾아라

 

▲ 카라밧지오(Michelangelo Merisida Caravaggio, 1573~1610년)의 <목이 베어지는 세례자 성 요한(The Decapitation of Saint John the Baptist)>


종교 특히 기독교와 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화가 그러하고, 클래식과 같은 고전음악이나 오페라도 무관하지 않다.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천재적 미술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는 기독교의 경서인 성경에서 그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당시의 시대상이나 문화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당대의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이 한 번쯤은 담아내고 싶은 기독교의 역사. 여기 성경 속 인물과 사건을 다룬 작가들의 작품을 보며 그 안에 숨겨진 또 하나의 상징을 찾아보자. 이번에는 명화 속 세례 요한 찾기다.


털옷을 입고 가늘고 긴 십자가를 든 인물

종교화로 불리는 작품 중에는 예수 외에 세례 요한을 주제로 그린 작품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굳이 작가와 작품의 제목을 보지 않고도 그림 속 인물이 세례 요한임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모든 작품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종교화에서 인물을 그릴 때에는 주인공과 함께 그 인물을 상징하는 매개체를 함께 그려 넣기도 한다.

기독교의 4대 순교 성녀 가운데 한 명인 아그네스의 경우 발치에 어린 양을 데리고 있거나 팔에 어린 양을 안고 있는 처녀의 모습으로 그려지는가 하면, 때로는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있거나 긴 머리카락으로 온몸을 덮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는 것이 한 예다.

세례 요한의 경우 참수당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 많은데 이는 성경 마가복음 6장에 기록된 세례 요한의 죽음과 관련된 일화를 화폭에 담은 것이다.

“왕이 곧 시위병 하나를 보내어 요한의 머리를 가져오라 명하니 그 사람이 나가 옥에서 요한을 목 베어 그 머리를 소반에 담아다가 여아에게 주니 여아가 이것을 그 어미에게 주니라(막 6:27~28)”

이 사건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림만 보고도 세례 요한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참수장면이나 소반에 머리가 담겨진 그림이 아닌 다른 작품에서 세례 요한을 찾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이 또한 성경의 구절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이 요한은 약대 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띠고 음식은 메뚜기와 석청이었더라(마 3:4)”
“요한은 약대털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띠고 메뚜기와 석청을 먹더라(막 1:6)”

이와 같은 기록으로 말미암아 그림 속 세례 요한은 주로 털옷을 입고 있거나 가늘고 긴 십자가를 들고 있는 경우가 많다.


▲ 도메니코 베네치아노의 <사막의 세례 요한(Saint John in the Desert, 패널에 템페라, 28.4x32.4cm, 1445년경)>

이탈리아의 화가 도메니코 베네치아노의 작품 <사막의세례 요한(Saint John in the Desert, 패널에 템페라, 28.4x32.4cm, 1445년경)>을 보자. 이 작품 속 세례 요한은 고급스러운 옷을 벗고 낙타털로 만든 옷으로 바꿔 입는다.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해석할 때 고급스러운 옷을 벗는 것은 세속적인 욕심을 버리는 것으로, 털옷으로 갈아입고 광야(사막)로 가는 것은 신앙의 삶을 선택한 세례 요한의 결단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고는 한다. 그래서인지 이 그림 속 세례 요한의 머리 위로는 금색의 후광이 보인다.

바르톨로메오 만프레디의 <양을 잡고 있는 세례 요한(Saint Jean-Baptiste tenant un mouton)>을 보면 갈대와 어린 양이 함께 등장함을 볼 수 있다.

세례 요한이 광야에서 세례를 베풀 때에 예수가 자기에게 나아오심을 보자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요 1:29)”라고 말하는 것과 예수가 요한에 대해 말씀하시기를 “너희가 무엇을 보려고 광야에 나갔더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냐(마 11:7)”라고 하신 말씀에서 그 모티브를 찾았다고 할 수 있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성 세례 요한(St John the Baptist, 1513~16, Oil on panel,69x57cm)>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마지막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 <성 세례 요한(St John the Baptist, 1513~16, Oil onpanel, 69x57cm)>은 그림만 보고도 그 주인공이 세례 요한임을 알 수 있다. 다 빈치는 이 작품에서 세례 요한은 어두운 배경에 오른손 검지는 위를 향하고, 왼손은 가슴에 댄 채 십자가를 들고 있는 젊은이의 모습으로 그렸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이 젊은이가 털옷을 걸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예수가 오기 전 그의 길을 예비하는 길 예비 사자(마 3:3)로서 광야에서 세례를 베풀고 회개를 촉구(마 3:2)하는 선지자의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가늘고 긴 십자가를 함께 그려 넣었다.

세례 요한은 피렌체에서 각별한 대중적 사랑을 받은 인물로 다 빈치 외에도 보티첼리, 도메니코 베네치아노,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 도나텔로를 비롯한 많은 15세기 피렌체 작가들이 세례 요한을 소재로 작품을 제작했다.
 
[백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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