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은 한국한복공업협동조합 이사장

▲ 원혜은 한국한복공업협동조합 이사장

한복이 아무리 좋다고 떠들어봐야 아무도 그 옷을 찾지 않고, 입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 한복은 입고 다니기 불편하다는 인식 때문에 그저 결혼식이나 명절 등에만 입는 예복의 의미로 퇴색돼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세계인이 입을 수 있는 한복의 상품화를 위해 한국한복공업협동조합(한복조합, 이사장 원혜은) 소속의 한복장이들이 오직 사명과 열정으로 똘똘 뭉쳐 패션 한복 공동브랜드 ‘겨비(Gyeobi)’를 탄생시켰다. 겨비는 원빔, 돌실나이, 문계옥 한복, 실크피아, 강신옥 한복 등 한복 조합 소속 5개 업체가 모여 만든 브랜드이며, ‘겹겹이 겹친다’는 뜻으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만남(겹침)을 표현하고 있다. 겨비를 이끌어 가고 있는 한복조합의 원혜은 이사장을 만나 겨비를 통한 한복 세계화의 포부와 한복산업의 발전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세계인이 입을 수 있는 한복, 겨비

“한복 세계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냥 전통한복을 가지고 패션쇼 몇 번 해서 알리는 게 다가 아니라 너나 할 거 없이 온 세계 사람들이 입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한복의 세계화라고 믿어요. 그런데 전통한복으로는 불가능하죠. 한복이 갖고 있는 정서와 아름다움 등의 원천을 양장에 대입해 세계인이 즐겨 입을 수 있으면서도 한국적 느낌이 풍겨나는 옷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전통은 더 전통답게 그 모습 그대로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세계화에는 그에 걸맞게 한복의 멋과 색은 그 속에 녹아내리되 현대화하고 대중화해 많은 사람들이 입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원혜은 이사장의 주장이다. 이런 뜻을 고스란히 담고 탄생한 브랜드가 바로 겨비다.

겨비에 대한 세계인들의 반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뜨거웠다.

“2009년 파리 쁘레따뽀르테에 참가했는데 당시 우리 전시부스는 1평 정도로 아주 작았어요. 그런데 파리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겨비 옷을 보고 몰려와서 스케치도 해가고 사진을 찍는 등 큰 관심을 보였어요. 중국 옷도 일본 옷도 아닌 처음 보는 디자인에 호기심을 가진 것 같아요.”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해 중국 상하이 패션쇼에서 선보인 겨비 제품을 보고 중국 고유의상 브랜드 ‘청삼(淸衫)’의 디자이너가 찾아와 “전통복을 현대화한 옷이 이렇게 예쁠 줄 몰랐다”며 “한중일이 함께 아시아 브랜드를 만들어 유럽에 진출하자”는 제의도 받았다.

겨비의 가치는 이렇게 세계인이 먼저 알아봤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반응은 냉랭했고, 국가에서도 한복의 미래에 투자해주지 않았다. 이렇게 겨비는 세계화의 가능성을 코앞에 두고도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아직 재정적인 부분이나 양장에 한복의 느낌을 살려 디자인 하는 것,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 등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눈앞에 산적해 있지만, 겨비를 이끌어 가고 있는 5개 업체의 한복장이들은 한복을 세계인에게 알리고 입히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오늘도 그 길을 뛰고 있다.

▲ 겨비는 ‘겹겹이 겹친다’는 뜻으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만남(겹침)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제공: 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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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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