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귀숙(대구시 북구)

▲ 류귀숙(대구시 북구)
어머니! 어머니!

오늘도 메아리 되어 돌아올 그 이름 불러 봅니다. 감이 빨갛게 익었던 어느 날 어머니는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그렇게도 끈질기게 버티시더니, 어찌 그렇게 쉽게 떠나셨습니까?

어머니 떠나시고 몇 번의 계절이 바뀌어 다시 봄이 옵니다. 어머니! 이곳은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 그 곳은 어떤가요?

“육신의 옷 벗었으니 이렇게 편한 것을…” 하시며 환히 웃으시는 모습을 상상하니, 이 딸은 홀가분합니다. 만신창이 된 육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세월을 고통 속에서 살았습니까?

어머니! 이 딸은 자식 키우고 살아가느라 앞만 보고 외줄 인생을 살았습니다. 옆도 없고 뒤도 없는 외줄 타기만 하다 보니, 고통으로 몸부림치던 어머니를 외면하고 부담스러워 했을 때가 많았습니다.

어머니! 이제야 어머니의 손길을 그리워하며 불효를 아파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효도하려 해도 부모님이 기다려 주시지 않는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이제야 귀에 들려옵니다.

어머니! 때때로 베갯닛을 적시며 다가오는 어머니의 모습은, 그리움과 회한의 눈물이었습니다.

빨갛게 익은 감을 보며 등 굽은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워합니다.

어렸을 때는 풋감을 삭혀서 간식으로 주셨고, 익은 감은 곶감도 해 주시고 홍시에다 시루떡을 찍어주시기도 하셨지요? 그러나 다 자란 자식들은 감이 싫다고 감을 따러 오라던 어머니를 외면했지요? 그때 서운해 하시던 어머니를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

어머니! 지난봄에는 고향 집과 어린 시절이 그리워 목구멍에 불잉걸이 일어나듯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 때문에 단숨에 고향으로 달려갔어요. 그런데 그곳은 황량한 벌판이었습니다.

마당 가운데 떡 버티고 앉은 두껍 바위도, 꿀꿀대던 돼지도, 온 마당 가득 모이 쪼던 닭들도, 어머니가 가꾼 채소랑 꽃들도 모두 모두 없어지고 윗채만 덩그러니 남아있었어요.

어머니 하고 부르면 불편한 다리 끌며 목 길게 빼고 내다보시던 어머니 모습도 없었습니다.
어머니! 그때의 허전함이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어머니는 아시나요? 그곳의 모습을….
어머니! 저희들은 잘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평소에 몸소 가르치신 근면 절약 정신을 바탕으로 이제는 넉넉하게 살고 있습니다.

저도 부엌일을 할 때나, 시장 볼 때 어머니의 가르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 애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도 어머니께서 저에게 대해 주셨던 일을 생각하고 너그럽게 봐 줄 때가 많습니다.

어머니! 살아계셨을 때, 배워 두지 못한 음식이 있는데, 그때 어머니 말씀을 듣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습니다. 그러니 어머니는 결코 제 곁을 떠나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 이제는 자식 걱정일랑 접어 두시고, 편하게 지내십시오. 그리고 자식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지켜 봐주세요. 어려울 때는 어머니를 부르겠어요. 힘과 용기를 주세요.

어머니! 다시 만나는 날은 우리 얼싸 안고 기쁨을 나눠 봅시다. 어머니!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작은 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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