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내 사건기사 댓글 대다수가 ‘지역비하’

▲ 지난달 네이버가 제공하는 뉴스 페이지 중 ‘전주 일가족 살인 사건’ 기사에 달린 댓글. 모두 공감을 6개 이상 얻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솜 기자] “오오미 슨상님 역시 명불허전 7시 지역이랑께요?” “무슨 소리, 살인은 역시 고담 대구지.”

지난달 네이버 뉴스 페이지 중 한 기사에 대한 댓글이다. 기사는 전북 전주서 한 남성이 자신의 일가족 3명을 살해한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오프라인상의 지역감정은 많이 사라지고 있긴 하나 일부 온라인 사이트와 모바일상에서는 시대를 역행해 오히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고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는 점에 입에 담기도 꺼려지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아직 정체성이 확고하게 자리 잡지 않은 청소년들까지 심각성을 모르고 따라하고 있다는 점으로,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가장 잘 알려진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는 보수 성향의 네티즌들이 모인 곳이다. 게시글 중 전라도 지역과 관련 인사를 비꼬거나 욕하는 내용이 상당히 많았다. 이 같은 호남 비하 글에는 “미개한 홍어들(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말)” “명불허전 7시 지역(7시 방향에 있는 전라도 비하)” 등의 댓글이 실시간으로 1시간에 100개 이상 올라왔다.

진보 성향의 네티즌들이 모인 것으로 알려진 ‘오늘의 유머(오유)’에서도 “개쌍도” “고담 대구(영화 배트맨의 사고 많은 도시를 대구에 비유)” “과메기 냄새(경상도 비하)” 등의 경상도 지역을 비하하는 게시글이 있었으나 일베에 비해 적었다.

직접 들어가야 볼 수 있는 사이트와 달리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포털 뉴스 페이지에서는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댓글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앞서 언급한 네이버 뉴스 페이지 중 한 언론사의 전주 일가족 살해 사건 기사의 경우 총 3363개의 댓글 중 200개의 댓글을 분석해본 결과 131개(65%)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댓글이었다.

3천 개의 댓글로 확장해 본다면 댓글 평균 2개 중 1개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내용인 것이다. 이 중 전라도를 비하하는 댓글은 93개로 가장 많았으며 경상도 비하는 19개였다. 이 밖에도 충청도, 제주도, 경기도 등을 비하하는 댓글은 9개였다.

여기에 댓글에 대한 ‘공감’ ‘비공감’ 표가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 네티즌들의 판단력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 “흉악 범죄 뉴스는 십중팔구 전라도다”라는 근거 없는 전라도 비하 댓글에는 ‘공감’이 12표, 비공감이 1표를 얻었다.

아이건강국민연대 김민선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포털 사이트 내의 글들은 언론의 한 기능을 하고 있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글들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지역감정에 대해 의견이 없던 청소년들은 거대 포털에 있는 글들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의견과 동일시 여긴다”며 “이 같은 악성 댓글을 쓴 사람들의 실명 공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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