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일 등록금넷 회원들은 “등록금 지원 추경예산 확충으로 반값 등록금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뉴스천지

‘학자금 안심 대출’ 전격 도입… 세부내용은 보완 필요

앞으로 대학 등록금 때문에 학생들이 휴학을 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상당부분 덜어주는 학자금 대출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배용)에서 열린 ‘학자금 지원정책 현장 발표회’에 참석해 “취업한 후에 학자금을 갚을 수 있는 ‘학자금 안심 대출’을 2010년부터 전격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재학 중 이자부담이 없고 1인당 학자금 대출 한도액이 없어져 원하면 등록금 전액을 빌릴 수 있다. 또한 졸업 후 일정 소득이 생긴 시점부터 최장 25년 동안 원리금을 내도록 개선됐다.
또한 기초수급자 및 소득 1~7분위(연간 가구소득 인정액 4839만 원 이하)에 속하는 가정의 평균 성적 C학점 이상인 대학생이 취업을 못해 일정 수준 이상 소득을 얻지 못할 경우에는 상환의무도 없어진다.
현행 제도에서는 대출을 받은 학생은 재학 중에 매월 수십만 원의 이자를 갚아 나가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또한 취업난으로 막상 졸업을 해도 소득이 없어 상환기간이 닥치면 쩔쩔매는 경우가 많았던 점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수입이 없는데 갚으라고 하니까 문제가 많았다”며 “여러 경제사정이 어렵지만 그렇다고 교육을 중단할 수 없어서 시행하기로 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 시행으로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등록금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게 됐다”며 “학자금이 없어 공부를 포기하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는 교육철학의 진수”라고 말했다.

정부는 제도 시행으로 예상되는 7조 원 가량의 재정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방안을 마련하고 제도 시행을 위해 필요한 관련 법률은 정기국회를 통해 입법·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대학생들과 학부모 단체는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정훈(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를 굳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등록금과 관련해 이런 정책을 실시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시행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기간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대안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면서 “아주 크게 바뀌었다는 느낌은 약하지만 ‘무엇인가를 했다’는 느낌은 강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렇지만 몇몇 사람들 말처럼 이 제도가 모든 등록금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한 느낌”이라며 “세부 시행 계획이 나와 봐야 알 것 같다”고 전했다.

최미숙(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상임대표는 “제도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등록금을 실질적으로 내렸으면 좋겠다”며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갚는 것 역시 빚이다. 반은 아니더라도 20%까지 내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야권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각 계층별 소득에 비해서 비현실적으로 높은 등록금 자체에 대한 문제 해결 의지는 뒷전이고 이자지원만으로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며 “등록금 인하와 함께 교육재정 확충을 통한 소득별 장학금 지원이 없으면 실질적인 해결도 없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이번에 발표한 제도는 이전까지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까지 지원했던 무상 장학금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가구 월 소득에 따른 이자지원도 없앴다”면서 “교과부는 상환유예 같은 미봉책을 완전한 해결책으로 홍보하기보다 실질적인 혜택이 되는 정책을 내어 놓아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진보신당은 환영하나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진보신당 송경원 정책연구위원은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제도로 현재의 고부담 등록금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의미에서 진보신당은 소득 연계형 대출 방식(ICL)의 전격 도입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C학점 이상이 되어야만 대상자가 되는 것은 ICL의 취지와 다소 어긋난다”며 “대학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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