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공동체연구소 학술회의 ‘진실과 화해는 가능한가’

▲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및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가 지난해 8월 2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위원회 사무실에서 일제 강제동원 관련 수집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우리나라는 경술국치 100년사를 거치며 식민치하와 남북 대결과정, 권위주의통치하에서 숱한 비극적 사건을 경험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같은 민족끼리 싸우고 죽인 참혹한 전쟁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화해가 절실했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진정한 국민통합과 공동체 형성이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1998년 이래 18개의 위원회를 정부기구로 설치해 ‘과거사 정리사업’을 펼쳐왔다.

7일 한국학중앙연구원 한민족공동체연구소는 이 과거사 관련 위원회 중 6개를 선정해 설치배경과 성과, 활동 과정에 수반됐던 사회적 대립, 남은 과제 등에 통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술회의는 ‘진실과 화해는 가능한가’라는 주제 아래 한국 현대사 속에 숨겨져 온 비극적 사건들의 진상에 접근하고, 현대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정치․사상적 균열을 점검하며, 궁극적으로 민족의 화합과 국민통합이라는 실천적 과제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반민족행위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과 의의’를 주제로 발표한 경희대 임형진 교수는 “‘과거 청산’ 관련 위원회들이 한국전쟁기의 집단희생이나 국가 폭력에 의한 인권침해 등 피해자에 초점을 뒀다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반민규명위)는 일제하의 친일문제를 정리함으로써 한국사회의 지배층에 역사적 책임을 묻고, 탈식민의 과제를 상징적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민규명위는 대상자를 설정할 때 행위의 형평성과 함께 자발성, 지속성, 반복성 등에 유의했다”며 “4년 6개월간의 활동으로 1006명을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것으로 결정하고 종합보고서와 방대한 자료집을 발간함으로써 역사적 역할을 완수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 활동을 둘러싼 끝이 없는 논쟁에 관해 “한국 현대사의 전개 속에서 친일 문제는 정치 투쟁, 문화(윤리) 투쟁, 기억 투쟁의 양상을 띠고 전개됐다. 그러나 최근 논쟁은 ‘뉴라이트(신보수)’를 중심으로 한국 지배층의 정통성을 역사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시도의 하나로 친일 문제를 재해석하려는 새로운 문화(윤리) 투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고 정리했다.

이어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의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영산대 최영호 교수는 “일제에 의한 강제동원 피해를 기억하고 피해자와 화해하고자 발족한 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과거사 문제 해결 의지가 반영됐다기보다는 1970년대 보상의 미흡함을 보완해 시민단체의 불만을 없앤다고 하는 소극적인 발상이 주요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따라서 애초에 시민단체들이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국무총리 직속에다 시한부 체제로 출범해 중장기 과제의 편성과 운영을 할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위원회가 앞으로 해야 하는 숙제는 강제동원 피해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이관하는 작업”이라며 “일본 정부로부터 전달받은 공문서 자료와 공탁금 자료, 그리고 국내외 개인과 시민단체로부터 기증받은 자료, 여기에 위원회가 생산해 낸 면담·조사 자료는 앞으로도 진상규명과 교육·연구를 위해 널리 이용되고 후대에 길이 보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민 학살의 진실 찾기와 공동체 회복을 위한 화해’라는 주제로 발표한 한신대 허상수 교수는 1948년 제주4.3무장봉기사건 당시 정부를 책임지고 있던 이승만 대통령 이후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 시기의 민간인 학살사건과 진실 은폐를 넘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기의 진상규명과 과거 청산작업 등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위원회 활동성과’를 평가했다.

허 교수는 “제주 사건은 정부 차원의 공식 조사와 함께 대통령이 직접 국가 공권력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까지 한 매우 보기 드문 사례”라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의 한계로 인해 피해 회복에 관한 어떤 진전도 보이지 않는 맹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상규명이 많이 진전돼 있음에도 군대와 경찰 등 관련 당사자들은 사과하지 않고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허 교수의 말에 따르면 피해 유가족조차 인정하거나 용서하는데 인색한 편이다. 그는 “앞으로 이들의 화해와 상생은 지역공동체 회복과 사회 통합에 매우 절실히 요구된다. 이를 위해 더욱 구체적인 추가조사와 명예회복 조치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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