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은행이 지난해 12월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현지은행인 Bank Metro Express의 지분 40%를 인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사진 왼쪽 두 번째 신한은행 서진원 은행장, 세 번째 지뚜 시안안다르 Djitu Sianandar PT. Metropanca Gemilang의 이사회 의장, 네 번째 하리 꾸수마 Harry Kusuma (Bank Metro Express 부행장)

“장기적 안목, 충분한 시장 조사, 개별 비즈니스 모델 발굴 필요”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올해 국내 은행들의 동남아시장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당분간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우리나라의 80~90년대처럼 고성장·고금리 국면에 있는 나라로 진출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현지시각) 월스트리저널(WSJ)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시장은 올해도 전세계 투자자들로부터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지난해는 대기업들의 치열한 인수합병(M&A)으로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실제 지난해 동남아 지역에서 체결된 M&A 건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이는 이 지역의 빠른 경제 성장률과 수요 증가 및 금융산업 발전 가능성 등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제한된 자산에 비해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시장이 과열양상을 나타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금융권 수장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남아시장에 대한 네트워크 확장에 박차를 가할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외에 지점이나 사무소로 나가는 것은 의미가 없고 현지법인으로 가서 그 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업해야 기업가치가 올라간다”며 “중국은 예대마진 규제가 높아서 조금 어려운데 동남아시장은 예대마진이 4%가량이어서 이쪽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0월 국내 은행 최초로 미얀마 양곤시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이로써 인도(첸나이), 방글라데시(다카, 치타공), 베트남(하노이, 호치민), 인도네시아(자카르타), 말레이시아(콸람푸르)에 걸친 네트워크 보유로 ‘동남아 벨트’를 구축하게 됐다.

외환은행은 현재 동남아에 베트남·인도·필리핀 등 11개 점포를 보유 중이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2일 신년사에서 “예대마진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포화상태에 직면한 국내 금융시장을 띄어 넘어 성장성이 높은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해 신규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은행인 ‘뱅크 메트로 익스프레스’의 지분 40%를 인수한 데 이어 동남아 은행을 추가로 인수할 예정이다.

하지만 동남아 국가에서는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외국자본 유입을 경계해 정부가 외국인 은행에 대해 지분제한을 두는 등 시장 진입이 폐쇄적이다. 베트남에서는 여신한도 제한을 두고 있고, 인도네시아는 법인이나 지점을 직접 설립할 수 없다. 아울러 일부 국가는 정치적·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다.

이에 대해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현지 캐피털이나 카드사를 인수해 인지도를 높인 후 은행권에 진출하는 등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또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현지 사정을 충분히 파악한 후 각 금융사별로 자신만의 비즈니스 모델 분야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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