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지구 종말론 반박 동영상. 21일 지구 멸망이 온다는 종말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NASA의 과학자들이 이를 반박하기 위해 이 동영상을 제작했다고 CNN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사진출처: 뉴시스)
NASA·마야후손·교황청 “멸망 안해”
종말론자 대피 중… 일부 지역 종말 ‘특수’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21일 지구 종말을 주장하는 종말론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 종말론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특수를 누리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종말론의 근원이 된 마야 문명권은 관광객이 몰려 특수를 누리고 있다. 과테말라 정부는 이를 이용해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연말까지 200만 명의 관광객이 과테말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8% 증가하는 수치다.

과테말라 정부는 종말론자들이 종말일이라고 주장하는 21일 전날에는 13개 지점에서 다양한 행사를 벌일 예정이다. 당일에는 오토 페레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행사를 마야문명의 중심지인 티칼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터키 서부의 작은 마을 시린스에도 종말론을 믿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종말론자들은 이곳 시린스 마을이 ‘긍정적인 에너지’가 풍부하며 이 때문에 이곳에 있으면 종말을 가져오는 대재앙에서 살아남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린스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인 에베소 근처에 있는 마을이다. 특산품은 포도주이며 최근 터키 사업가 에르칸 오노글루는 종말론자들을 위한 ‘파멸의 와인’을 출시했다.

지난달 프랑스 당국은 피크 드부가라크 산 출입을 금지했다. AFP통신은 일부 뉴에이지 신자들이 지구 종말이 오면 언덕이 열리면서 우주선에 탄 외계인이 나타나 인간들을 구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중국에 사는 농부 류 치위안이 대재앙에서 살아남기 위해 철제로 된 골격에 유리섬유를 씌워 ‘방주’를 만들었다고 알렸다. 14인용인 이 방주는 홍수가 나면 물에 뜰 수 있게 설계됐으며, 최대 10개월까지 살 수 있도록 제작됐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방공호 판매가 급증하는 등 생필품 사재기 열풍이 일고 있다.

중국 쓰촨성 일부 주민은 양초와 성냥을 사재기했다. 중국 언론은 현지 주민이 ‘올해 12월 21일이 되면 암흑이 내린 뒤 3일간 밤이 계속될 것’이라는 소문에 현혹돼 양초와 성냥을 경쟁적으로 사들여 시장마다 동났다고 전했다.

난징(南京)에서는 종말론을 믿은 한 여성이 “착한 일을 해 천국에 가겠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고, 남편 몰래 집을 담보로 104만 위안(1억 8천만 원)을 대출받아 200만 위안
(3억 5천만 원)을 불우아동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남편은 사정해 가까스로 기부금을 돌려받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각)에는 상하이 공안국이 5~6일 사이 시내 주택가에서 지구 종말을 주장하며 주민을 선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제보를 25건이나 접수했다고 현지 매체 북방망 등을 통해 밝혔다.

이 같은 웃지 못할 사건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마야 원주민의 후손들은 지구 종말일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마야 원주민의 후손인 과테말라 원주민의 지도자 알바로 포프는 “마야 문명에서 학자들은 예언자가 아니었다. 존재하지도 않는 예언을 근거로 하는 지구종말론은 있을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과테말라 정부와 관광업계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엉터리 종말론을 묵인하고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美항공우주국(NASA)도 “21일 지구 종말이 올 것”이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NASA는 13일 ‘사이언스캐스트(sciencecasts)’라는 동영상을 공개하고 지구 종말은 없다고 일축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와 미 ABC방송 등에 따르면 NASA는 이 동영상을 통해 “고대 마야문명 달력에서 시작된 지구 종말론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런 ‘미신’이 틀렸다”고 비판했다.

NASA는 마야 달력과 관련해 “다만 한 주기가 끝나는 것으로 1월에 새 달력이 시작되듯 마야 달력에서도 새로운 주기가 시작된다”고 해명했다.

로마 교황청도 “마야력을 둘러싼 지구 종말설은 근거없는 루머”라고 공식 발표하고 나섰다.

AP통신은 11일 교황청 천문대의 천문학자인 호세 후네스(Jose Funes) 신부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이 더 이상 화제가 돼서는 안 된다”며 “만약 우주가 확장하고 일부 이론이 맞다면, 우주는 어느 한 점에서 폭발할 것이다. 그러나 수십억 년 이상은 걸릴 것이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 역시 “2012년 세계가 멸망할 것이라는 소문은 그야말로 소문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미 정부는 블로그를 통해 “2012년 12월 종말이 온다는 잘못된 소문이 일정 기간 인터넷을 돌아다니고 있다. 2012년 12월 21일로 끝나는 마야력, 혜성과 지구의 충돌설 등도 이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세계는 2012년 12월 21일 끝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러시아에서는 러시아 소비자권리 보호감독청 겐나디 오니셴코 청장이 나서 “21일 지구가 멸망할 것이란 종말론을 퍼뜨리는 사람들에게 응당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소문의 위험성을 계산할 수 있으면 경제적 손실에 관한 책임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중국 공안이 지구 종말설을 퍼트린 사람들을 불법 사교 집단으로 규정해 체포했다. 이들 7명은 지난 8일 황룽현의 한 시내버스에서 지구 종말설을 담은 유인물을 뿌리다 산시성 공안에 붙잡히기도 했다.

12월 21일 종말론은 고대 마야 문명의 달력과 성경 요한계시록,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등을 인용해 만들어졌으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했다. 종말론자들은 마야인들이 남긴 달력이 2012년 12월 21일까지밖에 기록돼 있지 않은 것을 근거로 이날이 지구 종말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달력은 1주기당 394.26년씩 13주기(5125년)만 기록된 탓에 모든 주기가 끝나는 올해 12월 21일까지만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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