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최초 내셔널지오그래픽 다이버 사진작가 와이진. ⓒ천지일보(뉴스천지)

 

수중사진 불모지서 탄생한
세계가 주목한 차세대 작가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사진은 빛이 만들어 내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빛을 다루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좋은 사진을 얻어내듯 빛과 사진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스위치를 켜면 반짝하고 들어오는 인공조명과 일출을 시작으로 일몰까지 세상을 비추는 자연광 등 지상에는 많은 빛이 존재한다.

‘하지만 빛이 닿지 않는 바다 속에선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할까?’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수중사진이 쉽게 나오는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 인간이 살 수 없어 더욱 신비로운 바다 속 생태계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는 수중사진과 사랑에 빠진 사진작가가 한 명 있다.

국내 최초 내셔널지오그래픽 다이버 수중사진작가 와이진(Y.ZIN, 34)이 바로 그다. 지난 2008년부터 내셔널지오그래픽 소속으로 활동 중인 와이진을 만나 한 편의 영화와 같은 포토스토리를 들어보았다.

◆모험심과 프로정신, 한국 ‘최초’에 올라서다
와이진 작가는 처음부터 수중사진을 공부한 작가가 아니다. 김중만 작가 아래서 사진을 공부해온 와이진은 영화, 드라마, 포스터, 광고, 패션화보 등 커머셜 촬영을 통해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던 중 스승의 말이 그를 흔들어 놨다.

‘너만의 색깔을 찾아봐’라는 스승의 말에 제자는 스승의 길을 답습하지 않았다. 제자가 스승의 길을 그대로 간다면 제2, 제3의 인물에서 그칠 것이라는 생각이 와이진의 머리에 스쳤고 그는 곧바로 자신만의 색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숙명적으로 만난 것이 ‘수중사진’이었다.

사실 와이진이 프로사진작가로 활동할 무렵 DSLR붐이 일었고 사진문화가 보급되면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었다. 프로작가 입장에서 와이진은 당시 진정한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야 할 시기였던 것이다.

숙명 같은 수중사진은 더욱 와이진의 가슴 속을 파고들었고 특유의 모험심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수중사진 불모지인 한국에서 수중사진을 공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와이진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물’이다. 물을 무서워하기에 수영도 못한다. 하지만 차가운 물도 불처럼 타오르는 그의 열정을 꺼트리지는 못했다.

 

▲ 와이진 작가의 수중촬영 모습. (사진제공: 크릭앤리버코리아)

 

“수중사진으로 초점이 맞춰지자 ‘이거다’라는 생각만 들었어요.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어요. 바로 물을 무서워한다는 거죠.”

수중사진보다 물을 정복하는 것이 급선무였던 와이진은 바로 스킨스쿠버를 찾아 나섰고 지금의 코치인 찰리를 만났다. 이후 2008년 내셔널지오그래픽 다이버 자격증을 땄다.

선천적인 문제 등으로 물에 들어가는 것이 제일 무서웠던 사람, 하지만 한계를 극복하고 국내최초 여성 수중사진작가 반열에 오른 와이진의 포토스토리는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들어만 갔다.

◆‘노력하는 자’와‘ 즐기는 자’가 된 와이진
“스킨스쿠버 코스를 패스했으니 카메라를 들고 물속으로 들어갔죠. 사진에는 자신이 있으니까 그다음엔 문제가 없을 줄 알았던 거죠. 그러나 물 밖에서 그동안 쌓아왔던 데이터가 물속에서는 안 먹히더라고요.”

사진은 빛의 예술이다. 빛이 카메라라는 기계와 만났을 때 만들어지는 결과물이 사진이다. 하지만 와이진이 경험한 바다는 내려가면 갈수록 1미터씩 빛이 사라지는 세계였다. 바다의 색감을 담아내기엔 그동안 육상에서 촬영하며 터득한 데이터가 무용지물이 됐다.

그렇다고 수중사진을 알려줄 스승도 없던 터라 와이진은 국외 유명 수중사진가의 작품과 웹사이트주소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했다. 더불어 국외에서 열린 다이버박람회에 참석해 인맥을 넓혔고 세계 수중사진가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수집했다. 그의 열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와이진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가 모험심과 도전정신이 매우 투철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의상학과 졸업 후 비, 조인성, 이효리, 보아 등 톱스타들과 함께한 촉망받는 패션 스타일리스트 생활을 접고 사진으로 전향했을 때 와이진은 과감히 ‘도전’을 택했다. 그 도전은 수중사진을 선택할 때도 거침이 없었다.

◆끝없는 도전 “내 목표는 남극!”
“2008년부터 내셔널지오그래픽 다이버로 활동했지만 경력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지금 제가 가장 막내예요. 그래도 최근 활동이 두드러져 국외 다이버박람회에 참석하면 팬들이 찾아와 싸인을 요청하곤 해요.”

이미 세계가 점찍은 수중사진 유망주인 와이진은 아직도 도전에 목말라 있다. 그동안 와이진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수행 미션이 대부분 선배작가가 다녀온 안전한 곳에만 배정됐다고 한다. 이에 점차 단계를 높여 북극을 넘어 남극에 도달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남극으로 바로 갈 순 없어요.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중간에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서 체험훈련도 해야 하고요. 또 남극에서 만나는 바다친구들에 대해서도 공부해야하고 어떤 모델과 작업해야 할지도 고민이죠.”

와이진은 자신과 함께할 모델을 찾는 월드오디션을 오는 9월에 실시할 예정이다. 오디션에서 최종합격한 모델은 작가와 세계를 다니며 그의 뷰파인더 안에서 날갯짓을 할 것이다.

시야를 크고 넓게, 그리고 당당하면서도 진솔하게 사진과 마주하고 있는 와이진. 그의 끝없는 도전은 바다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막을 수 없을 듯하다.

한편 와이진은 오는 12월 아주 특별한 3번째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소아암어린이 돕기 일환으로 그동안 와이진이 만나온 연예인, 감독, 유명인사 등을 담은 사진전을 연다. 수익금은 모두 소아암 돕기에 기부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