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새벽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내에 설치된 쓰레기통에 분리수거하지 않은 쓰레기가 담겨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열대야에 한강 찾는 시민 늘면서 오물 급증
올여름 이용객 쓰레기 배출량 평소의 4배

[천지일보=김예슬·지유림 기자] “아침에 운동하러 한강공원에 자주 오는데 요즘에는 와도 상쾌하지가 않아요. 소주병은 물론이고 각종 쓰레기를 아침부터 보게 되니 거북하죠.” (유제순, 67, 여, 서울 영등포구 신길1동)

“공원에 오면 별의별 게 다 있어요. 옷하고 신발도 있는데 어떻게 집에 돌아갔는지 몰라~. 젊은이들한테는 공중도덕을 지키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무조건 덤비려고 하니까 무서워서 꾹 참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김경애, 75, 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울의 열대야(밤 최저기온 25℃ 이상)가 기존 최장기록을 넘어 13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강을 찾는 심야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공원 곳곳에 쓰레기도 급증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여름 한강 이용객이 배출한 쓰레기양은 여름철 12개 한강공원 1일 기준 약 20톤에 달한다. 1~6월 이곳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양이 1일 평균 약 5톤임을 감안하면 4배나 늘어난 셈이다.

열대야가 나타난 9일 새벽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물빛광장 화장실 안. 이 공원 심야 시간대 청소를 맡은 이미영(66, 여, 가명) 씨가 40분 전에 비워낸 쓰레기통에는 휴지가 다시 한가득 담겨 있었다.

“비워내고 비워내도 뒤돌아서면 쓰레기가 또 있어요.”

본지가 이들과 함께 이 공원 화장실 4곳을 살펴본 결과 휴지통과 화장실 바닥에는 휴지뿐 아니라 맥주 캔, 컵라면, 소주병, 음식물 등이 함께 담긴 검은 봉지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띠었다. 쓰레기를 분리하고 버릴 수 있도록 둔치 곳곳에 설치된 분리수거함은 오히려 화장실보다 깨끗했다.

이 씨는 “분리수거함이 곳곳에 설치돼 있는데도 귀찮아서 그런지 재활용할 것과 소각할 것을 함께 봉지에 담아 화장실에 버리는 시민이 많다”면서 “내일 오전이면 또 다른 청소요원이 이를 분리하기 위해 반나절을 쓰레기와 싸울 것”이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휴지통을 비우는 것뿐 아니라 걸레로 바닥을 닦고 막힌 변기를 뚫는 것도 이들 청소요원의 몫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시간대도 변기 몇 개가 막혀 눈살을 찌푸리며 다른 화장실로 이동하는 시민이 더러 눈에 띄었다.

이 씨에 따르면 심야시간대 발생하는 쓰레기양은 어마어마하다. 심야시간대 여의도 한강공원 13개 화장실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다 담으려면 50리터 쓰레기봉투 15개도 모자란다.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이 씨를 포함해 3명이 심야시간대 청소를 하고 있다. 기존의 한강공원 청소시간은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이지만 전날 밤 쓰레기 미수거로 인한 악취, 화장실 변기 막힘 등으로 새벽에 산책하러 나온 시민의 민원이 발생하자 청소요원 25명이 긴급 투입된 것.

현행 법령상 광장과 공원 내 쓰레기 무단투기는 금지되고 있다. 위반 시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된다.

또 다른 청소요원 김준호(51, 남, 가명) 씨는 쓰레기를 봉지에 꾹꾹 눌러 담으며 “우리나라는 시민 의식이 아직 낮은 것 같다. 이렇게 공원 청소를 하고 있지만 이용객 사이에서 공원 에티켓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한강사업본부 환경과 윤석경 주무관은 “시민들이 쓰레기통을 설치해도 넣지 않는다”며 “제발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넣어줬으면 한다. 그러면 청소할 인력을 늘려 넓은 둔치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고 쓰레기 수거가 용의해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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