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유동화 시장 급속 확대
상반기 ABS발행 23조2천억으로 증가

(서울=연합뉴스) 경제위기의 장기화로 부실채권(NPL) 입찰과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사모투자펀드(PEF) 설정 등 구조조정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와 유암코(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중은행들이 입찰에 부친 NPL 물량이 3조3천억원에 달한다.

통상 하반기로 갈수록 NPL 입찰 물량이 많아지는 만큼, 올해 시중에 나올 입찰 물량은 작년 6조4천억원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유암코는 전망했다.

유암코 관계자는 "부실채권 시장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경기가 더욱 악화해 시중에 나오는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NPL은 은행들이 빌려준 돈 중 회수할 가능성이 없거나 회수가 어렵게 된 채권을 뜻한다. 보통 은행 등 금융회사의 대출 건전성을 나누는 기준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되는데 3개월 이상 연체된 여신을 '고정' 이하로 분류한다.

이 중 담보가 있어 회수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고정, 담보가 없는 경우를 '회수의문'과 '추정손실'로 구분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고정'이하 여신을 부실여신, NPL로 간주한다.

유암코는 국민, 신한, 하나, 중소기업, 우리, 농협중앙회 등 6개 시중은행이, 우리 F&I는 우리금융지주가 100% 출자한 부실채권 전문 투자기관이다. 이들은 부실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이나 유동화출자지분에 투자해 지분법 평가이익, 이자수익, 유가증권 처분이익을 챙겨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우리 F&I 관계자는 "은행들의 부실채권 매각으로 시장이 커졌다"면서 "인수하는 NPL은 부동산 담보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 형태로 유동화한다"고 말했다.

은행권 NPL은 회수 가능성이 큰 채권으로 구성된데다 8~10%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ABS 발행금액도 급증하고 있다. 기업재무안정 사모펀드(PEF) 설정도 잇따랐다. 구조조정 대상 자산은 ABS 형태로 유동화되거나 PEF 형태로 새 투자자들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이 공시된 ABS 발행금액은 23조2천억원으로 작년 하반기의 19조3천억원에 비해 20.5% 증가했다. 이는 반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09년 하반기 발행규모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발행통계 산정에 포함되지 않은 신용등급 미공시 유동화 거래를 고려한다면 올해 상반기 ABS 발행시장은 발행금액과 거래건수 모두 사실상 역대 최고치라고 한기평은 설명했다. 특히 부동산 경기침체에도 PF ABS 발행규모는 93건, 6조6천억원으로, 작년 하반기 91건, 6조원 대비 늘어났다.

한기평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하는 가운데 건설사 구조조정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S 발행여건이 불리했다"면서 "하지만, 차환 목적의 PF ABS 발행수요가 꾸준했고, 저축은행 구조조정 진행 등의 여파로 부동산 PF 관련 자금조달 수요가 유동화 시장으로 쏠리면서 부동산 ABS 발행수요를 촉발시켰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부실채권이나 지분에 투자하는 기업재무안정 PEF는 모두 12개로, 2조3천870억원 규모다. 이들 중 올들어 등록된 펀드는 4개, 규모는 7천405억원에 달한다.

IBK투자증권과 케이스톤파트너스가 5천억원 규모로 지난달 등록한 PEF는 금호고속 지분 100%, 대우건설[047040] 지분 12.3%,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38.7% 등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002990] 자산에 투자했다. 이 PEF는 금호산업에 내달초 인수대금을 납입해 금호산업이 워크아웃 절차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대기업 구조조정과 조기 경영정상화에 기여하게 된다.

이 밖에 유암코가 지난 3월말 설정한 580억원 규모의 유나이티드턴어라운드 제2차 기업재무안정 PEF는 금융기관 NPL펀드로, 동부화재[005830], 교보생명, 새마을금고 등이 투자하고 있다.

국내시장에 본격 진출을 선언한 미국의 기업구조조정 및 회생전문 자문사인 알릭스파트너스 정영환 한국총괄대표는 "한국에서 은행 쪽의 NPL과 PEF, 재벌 기업의 중소계열사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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