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종사에서 바라본 두물머리 풍경. 남한강과 북한강 두 물줄기가 만나 ‘두물머리’라고 부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조선 명문장가 서거정
“동방사찰 최고의 경치”

물소리가 종소리 같아
이름 ‘수종사’라 지어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가히 ‘동방 사찰 중 최고의 경치’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듯했다.

맑은 하늘 아래 기품 있는 산세, 그 아래로 흐르는 두 물줄기까지. 마치 한 폭의 동양화에서 꺼내온 듯한 풍경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람을 타고 풍경(風磬)소리도 들려온다. 여기에다 녹차 한 잔까지 더한다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조선의 명문장가였던 서거정은 “동방의 사찰 중 최고의 전망을 가진 사찰”이라 했고, 정약용도 “호남 땅에 사찰들이 수백 개가 된다 하나, 수종누각 이 하나만 못하리라”라고 시를 읊었을 정도다.

▲ 가파른 산을 올라 일주문을 지나면 바로 미륵불상이 보인다. 크기가 매우 크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가파른 운길산 산행
두물머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명당, 수종사를 찾아 산행에 나섰다.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종사가 있는 운길산은 높이 600여m로 그리 높지 않다. 때문에 산 입구에서 정상과 가까운 절까지는 1시간이면 충분하지만 경사가 급하다.

산행이 어렵다면 일주문 입구까지 자동차로 가는 방법도 있다.

구불구불하고 험한 산길을 따라 한참 오르니 일주문이 보인다.

그리고 거대한 미륵불상, 불이문까지 지나면 짧은 나무계단이 이어진다. 사찰로 가기 위한 마지막 코스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
마지막 계단까지 올라 등산 마침표를 찍은 후에 비로소 만나게 되는 두물머리 풍경. 절집 앞마당에서 땀을 식히며 만난 풍경은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

자연이 함께 어울려 그려내는 풍경도 멋지지만, 두 줄기 강물이 하나로 합쳐져 흐른다는 사실만으로도 감동이 전해진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와!”라는 외마디 탄성에서부터 “가슴속까지 뚫리는 것 같아”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네” 하고 감탄을 쏟아놓는다.

바로 옆에는 ‘삼정헌’이라는 찻집도 있다. 내부는 통유리로 이뤄져 풍경을 바라보며 녹차 한 잔을 맛볼 수 있다.

▲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57호로 지정된 정의옹주의 부도. 정의옹주는 조선 태종의 다섯 번째 딸이며, 부도는 1439년(세종 21) 왕실의 발원으로 제작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종소리 같은 물소리 ‘수종사’
사찰 이름에 담긴 뜻도 곱다. 물 수(水)와 쇠북 종(鐘)을 써서 ‘수종사(水鐘寺)’다. 이름의 유래를 찾기 위해선 조선 세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부병 치료차 금강산을 다녀오던 세조는 두물머리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런데 밤중에 갑자기 종소리가 들려 부근을 조사토록 했더니, 18나한이 있는 바위굴이 있었고, 굴 속에선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종소리처럼 울렸다.

이에 세조는 그 자리에 사찰을 짓도록 했고, 물소리가 종소리처럼 들린다 해서 이름을 ‘수종사’라고 지었다.

사찰 안에는 세조가 직접 심었다고 하는 은행나무도 있다.

안내판에 따르면 키가 35m, 가슴높이 줄기 둘레 6.5m에 이른다. 수령이 500여 년에 이르는 만큼 수많은 가지들이 뻗어 있다.

은행나무 옆에 세워진 수종사 사적기에 따르면 고려의 태조 왕건이 상서로운 기운을 좇아 이곳에 이르러 구리종을 얻음으로써 부처의 은혜를 통해 고려를 건국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 운길산 정상 부근에 자리한 수종사의 대웅보전. 여느 사찰처럼 기도를 올리는 이들이 보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22호인 수종사 오층석탑. 조선 전기의 탑으로 꼭대기 부분에 꽃봉오리 모양의 장식이 아름답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오층석탑과 부도
또 수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재가 있다. 대웅보전 옆 뜰에 나란히 세워져 있는 오층석탑과 부도다.

오층석탑(경기도 유형문화재 제22호)은 조선 전기의 탑으로 가늘고 긴 형태다.

가장 아랫부분은 4각의 지대석이 받치고 있으며, 그 위로는 8각의 중대석·상대석·지붕돌이 층층이 쌓여 있다. 특히 꼭대기 부분에 꽃봉오리 모양의 장식이 아름다움을 더한다.

그 옆에 있는 부도(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57호)는 태종의 다섯 번째 딸 정의옹주의 부도다. 가운데 부분은 항아리처럼 둥글고 1439년(세종 21) 왕실의 발원으로 제작됐다.

부도 안에서는 고려시대 청자로 만든 항아리와 은으로 만들어 금을 입힌 6각의 단지(보물 제259호)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 밖에 대웅보전, 석가모니불과 16나한상(부처의 제자들 조각상)을 안치한 ‘응진전’도 자리하고 있으며, 산신각·약사전이 있는데 정면·측면 1칸으로 매우 소박하다.

대웅보전과 응진전에는 기도를 올리는 이들이 몇몇 있었는데, 맑은 기운 때문인지 그 기도가 더 잘 이뤄질 것 같다.

사찰 규모는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둘러보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차분한 마음으로 풍경과 함께 건축물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다 보면 마음속 근심들이 녹아내리듯 편안해지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운길산 수종사를 가려면?
지하철의 경우,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중앙선 전철을 이용하면 운길산역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 버스의 경우에는 청량리역에서 167번, 강변역에서 2000-1번 버스를 타면 운길산역까지 간다. 운길산역에선 표지판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운길산 입구에 닿을 수 있다.

▲ 작은 규모의 수종사 약사전.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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