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경선서 제명 판가름 날 듯… 경선 연기 ‘호재’
구당권파 당권 장악 가능성… “투표에 적극 참여할 것”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에 대한 2차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총체적인 부정을 저질렀다는 1차 진상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2차 조사에서도 ‘부정을 방조한 부실 선거’라고 결론이 난 만큼 이·김 의원이 사퇴를 거부할 명분은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하지만 구당권파를 비롯한 이·김 의원은 “또 한 번의 부실조사”라며 2차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이석기 의원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퇴와 관련, “2차 보고서를 책임진 위원장도 이번 보고서가 매우 부실하고 객관성과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언급한 만큼 사퇴시기를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2차 조사결과에 책임지겠다고 했던 이·김 의원의 자진사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현재 중앙 당기위에서 이·김 의원에 대한 제명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당내 절차 외에도 소속 의원 2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제명이 최종 확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통합진보당 의원 13명 가운데 제명에 반대하는 구당권파는 6명, 제명해야 한다는 신당권파는 5명이다. 중립적 위치에 있는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정진후 의원과 녹색연합 사무처장 출신의 김제남 의원 판단 하에 이·김 의원의 정치적 생명이 달린 것이다.

김제남 의원의 한 측근은 “의원님이 사무실에 있는 보좌진에도 신·구당권파 가운데 어느 쪽을 지지할지 전혀 말씀을 안 하신다”며 “우리도 어느 쪽인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김 의원의 최종 거취는 이번 당 대표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선거에서 구당권파의 당권 탈환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2차 진상조사 결과가 구당권파의 결집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구당권파 당원들은 보수 언론들의 연일 계속된 공격에 수치스러워하면서도 분노와 적개심을 갖고 있어 이번 투표에 적극 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구당권파가 당권을 장악할 경우 이·김 의원의 제명뿐 아니라 신당권파 주도하에 진행해온 혁신과 쇄신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또한 통합진보당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 선출을 위한 인터넷 투표가 27일 새벽 투표 내용을 저장하는 서버에 결함이 발생, 투표 일정이 늦춰지게 되면서 이·김 의원의 거취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구당권파에도 경선 연기가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병익 정치평론가는 “선거 일정이 미뤄지면서 구당권파는 진상조사의 형평성과 객관성 등의 부당함을 제기하며 당 결속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면서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이·김 의원에게도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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