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론 논의 시작돼… ‘종교법인법 제정’ 찬반 엇갈려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대한성공회가 지난 12일 개신교계에서는 처음으로 교단 차원의 성직자 납세를 공식 결의했다. 개신교 연합기구 중 하나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목회자 세금 납세에 공감하면서 각 교단 내부 토론을 거치기 위해 집행기구를 조직했다. 천주교회에서는 일찌감치 1994년부터 소득세를 내고 있다.

이처럼 종교계 내부에서 납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정부도 최근 종교인 과세 의지를 내비쳐 종교인 과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과세하는 것이 좋을지 방법론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기 시작했다. 특히 ‘종교법인법’ 제정을 두고는 찬반이 엇갈린다.

“현행법으로 충분” vs “재정 투명성 위해 필요”
‘종교법인법’ 제정은 종교와 성당, 사찰 등의 설립 근거법을 특별법으로 만들어 종교인 납세와 종교기관의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하자는 취지다.

김상구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종교법인법’ 제정의 필요성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김 사무처장은 “학교, 의료기관, 복지시설 등 민법에 따라 설립되는 비영리기관은 세제상 여러 혜택을 받으므로 최소한의 의무로 재정을 투명화해야 한다”면서 “이런 취지로 제정된 것이 사학법, 의료법 등의 특별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교법인 역시 민법에 의해 설립되고 세제상의 혜택을 받으므로 종교법인법이 없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이 법이 만들어지면 재정 투명화와 함께 소득세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홍기용(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 인천대 경영대학 교수도 종교법인법을 만들어야 큰 규모의 종교기관에 대한 재정 공개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종교계도 회계장부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종교계 규모를 파악, 일정 기준 이상은 재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교단체의 소득신고 의무 자체가 없어 많은 종교단체의 회계처리가 불투명해 세원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최호윤(교회개혁실천 집행위원) 회계사는 종교인 납세 문제와 종교기관의 투명성은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회계사는 “종교인 납세 의무가 법적 근거가 명확한 만큼 국세청이 과세하려고만 하면 통장 잔고나 금융거래를 다 조사할 수 있다”며 “소득세를 매길 때 어떤 기관의 명목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행법상 근거해 설립된 종교기관을 별도의 법으로 관리하는 것은 법체계를 뒤흔드는 것”이라며 종교법인법 제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 회계사는 종교계가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주다 보니 이런 극약처방까지 나왔다는 점은 이해되지만 법적 논리에는 맞지 않다고 못 박았다.

종교기관은 세법상 상속세·증여세 비과세 혜택과 기부금공제 혜택을 부여받은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출연 받은 재산을 목적사업에 사용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최 회계사는 “국가에서 어떤 지원을 할 때 의무사항을 요구하는 게 맞지만 무조건 규제하는 식의 특별법을 만든다면 오히려 종교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종교인 납세보다 종교기관의 재정 투명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200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민이 종교기관에 연간 6조 2100억 원의 헌금 등을 내고 있지만 개별 교회의 헌금이나 사찰 시주금의 규모나 사용 내역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명 종교지도자의 호화생활이나 비리·횡령 등이 사회적 문제로 드러나기도 했다.

송쌍종 한국조세법학회 회장은 “종교계가 부패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종교기관 재정 투명성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 회계사는 종교계에서도 이를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개신교의 경우 내부적으로 엄청난 자정 노력이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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