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긍정의 배신’을 출간하며 주목을 끌었던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이번에는 눈물겨운 워킹 푸어 생존기를 펴냈다.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로 정말 살 수 있는지를 체험하기 위해 저자는 3년간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 객실 청소부, 가정집 청소부, 요양원 보조원, 월마트 매장 직원 등으로 근무를 했다. 저자는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을 할수록 가난해지는 비극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저자는 가난하기 때문에 더 돈이 많이 들고 그래서 더 일해야 하고,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쳇바퀴를 맹렬히 꼬집으며 저임금 노동자들을 옥죄는 요소가 무엇인지 낱낱이 분석해 나간다. 워킹 푸어를 경험하는 동안 저자는 “감정, 생각, 존엄성마저 빈곤해졌다”고 호소한다. 특히 지배인, 매니저 등 관리자들의 비인간적인 관리 방식이 노동자들을 가장 괴롭힌다고 강조한다.

직접 최저 임금 생활을 겪은 저자는 “임금이 오르지 않는 가장 명백한 이유는 고용주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임금 상승을 막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고용주들의 입장에선 임금 인상을 막고 피하는 게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자연스러운 선택이며, 그들의 목표는 순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지 종업원들을 더 편안하고 안정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짚는다.

그는 “경제학이란 학문이 만들어 낸 추상적 개념인 ‘경제적 인간’은 일정한 한계 내에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고야 마는 존재”라면서 “반면 저임금 노동자들은 ‘경제적 문맹’ 상태에서 허우적 대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 저자는 “불황의 그늘 속에 있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불행한 삶을 조사하면서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미국 사회에서 이미 가난이 너무나 범죄시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모든 이상과 박애의 정신에 반해는 빈곤의 범죄화는 경제가 악화되고 빈곤이 늘면서 그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우리 모두가 그들에게 수치심을 느껴야 마땅하다고 절절히 호소한다. 수백만 워킹 푸어가 겪는 빈곤을 ‘응급 상황’으로 받아들여 이를 개선하자고 외친다. 임금을 올리고, 그들을 범죄자 취급하지 말고, 그들이 조직을 결성해 더 나은 임금과 노동환경을 얻어내도록 하자고 말한다.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 부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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