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을 마친 후 모철민 사장과 박병호 군, 차진강 씨, 문설웅 씨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앞 음악광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김현진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모철민 신임 사장에게 예술의전당을 묻다

[천지일보=김명화 기자] 지난 4월 취임한 예술의전당 모철민 신임 사장의 집무실을 기자와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차진강(36) 씨, 홍익대 기계공학과 4학년 문설웅(25) 씨, 선화예술고등학교 3학년 박병호(19) 군이 찾았다. 그가 말하는 예술의전당과 공연 문화에 대해 들어보자.

◆유럽 공연장과 한국 공연장 무엇이 다를까?
차진강(차): 예술의전당과 유럽에 있는 공연장의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모철민(모): 시설, 프로그램, 서비스 이 3가지를 봐야합니다. 시설 측면에서 예술의전당을 유럽 극장과 비교해본다면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미국 뉴욕 링컨센터와 견주어 봤을 때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 부분에서 차이가 납니다.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나 독일 드레스덴의 경우 시즌제로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이렇게 시즌제가 가능한 이유는 예술단체들이 극장에 전속으로 소속돼 있기 때문입니다. 오페라 시즌, 발레 시즌 등 시즌별로 극장이 운영되기 때문에 시민들은 매일 다른 공연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예술의전당 같은 경우는 국립오페라단국립발레단현대무용단코리안심포니 등 국립단체들이 상주 단체로 있으면서 대관 위주로 공연을 합니다. 국립단체와 예술의전당이 서로 코웍(co-work)을 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지요.

문설웅(문): 예술의전당도 유럽의 극장과 같이 시즌별로 운영할 수는 없나요?
모: 극장장 입장에서 보면 시즌별로 운영하고 싶지요. 하지만 운영 예산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유럽은 운영 예산의 70%를 문화부에서 지원을 해주고 나머지 부분을 티켓팅이나 펀딩을 통해 얻습니다. 하지만 예술의전당은 이와 다르게 국가지원이 20%이고 나머지 80%는 자체적으로 운영재원을 창출합니다.

박병호(박): 해외 유명 연주자의 공연 관람료는 왜 그렇게 비싼가요?
모: 국가에서 정부 예산으로 지원해 무대에 올리는 공연은 관람료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등의 관람료는 그렇게 비싸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 국립오페라 공연 중에서 가장 비싼 관람료가 15만 원 정도입니다.

다만 해외 유명 아티스트의 연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지요. 기획사들이 개런티가 비싼 해외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수지타산을 맞추다보니 관람료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지요. 사실 이로 인해 발생하게 된 문제가 부적절한 좌석 등급입니다. 과거에 없었던 P등급, VVIP등급 등이 생겨 관객에게 혼란을 주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차: 불합리한 좌석 등급에 관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모: 저희 예술의전당에서는 표준좌석등급제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P등급이나 VVIP등급과 같은 좌석 등급을 절대 쓰지 못하게 하고 과거 우리가 사용했던 R‧S‧A‧B‧C등급으로 표기해 사용할 계획입니다.
물론 이러한 제도를 악용해 좋지 않은 위치의 좌석을 R등급이라고 표기해 판매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R등급은 전체 좌석수의 1/3정도까지만 지정할 수 있도록 한계를 뒀습니다.

문: 그동안 관람하셨던 공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무엇인가요?
모: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가 작곡한 ‘호프만의 이야기(Les Contes d Hoffmann)’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2006년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극장에서 조수미 씨가 이 오페라의 주인공 올림피아 역할을 맡았었습니다. 원래 이태리 오페라 가수가 올림피아 역을 하기로 캐스팅돼 있었는데 갑자기 못하게 되는 바람에 조수미 씨가 공연하게 됐지요.

그때 처음 ‘호프만의 이야기’를 봤는데 저는 그 오페라가 그렇게 낭만적인 음악인지 예전에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공연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조수미 씨를 만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페라가 끝난 후 꽃다발을 사가지고 배우들이 나가는 통로 앞에서 까치발을 들고 계속 기다렸어요. 하지만 먼저 가셨는지 끝내 만나지 못했죠. 결국 그 꽃다발은 투숙하고 계신 호텔로 보내드렸습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호프만의 이야기’를 2번이나 더 봤지만 그때 받은 감동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예술의전당, 공연장 문턱을 낮추다
문: 공연장 기획 프로그램이 보다 다양해진다면 공연장을 찾는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예술의전당에서 기획하고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관해 소개해주세요.
모: 사실은 그 부분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예술의전당의 정체성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과거에는 예술의전당에서 자체 기획한 좋은 공연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주로 대관 위주의 수익성 사업만 한다는 비판이지요.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 예술의전당하면 떠오를 수 있는 대표적인 공연이나 전시를 기획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분야는 저와 같은 행정가가 할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전시공연 감독을 초빙하고 있습니다. 전시 감독은 김혜령 씨를 초빙했고 공연 감독은 계속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내년은 개관 25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에는 시즌제를 도입해 시도하고 싶어요. 이를 위해서는 국립단체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이 앞으로 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겠죠.

예술의전당과 국립단체들이 공동기획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또 민간단체들도 협력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박: 예술의전당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공연전시 기회가 확대됐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모: 이번에는 청소년을 위해 공연장 문턱을 낮추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병호 학생은 혹시 ‘싹틔우미 회원’에 관해 알고 있나요? 청소년을 위한 회원제도인데 가입은 무료입니다. 회원이 되면 예술의전당 기획공연을 40~50%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싹틔우미 회원 가입 연령은 19세까지였는데 이번 기회에 가입할 수 있는 연령을 확대해 24세 대학생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또 다른 혜택으로는 공연 리허설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물론 연주자가 사전에 동의한 연주에 한해서 진행되고요. 1층을 오픈하면 연주자에게 방해가 될 수 있어서 2층을 오픈해 청소년이 무료로 리허설을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혜택은 스탠바이 티켓입니다. 이 제도는 공연 당일까지 팔리지 않는 티켓을 청소년이나 저소득층에게 판매하는 것입니다. 전체 티켓의 10% 범위 내에서 판매할 예정이며 만일 티켓 가격이 3만 원 미만이면 5000원에, 3만 원 이상이면 1만원에 판매할 계획입니다.

박: 싹틔우미 회원 제도가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청소년이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모: 새로운 제도이기 때문에 교육청과 학교, 구청, 복지관 그리고 인터넷 사이트와 브로셔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어요. 보다 많은 청소년이 알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종합해서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 모 사장과 인터뷰 참가자들은 문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좋은 만남을 가졌다. [사진=김현진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열악한 예술단체 위한 혜택 ‘대관료 5% 인하’
김명화(김) 연주가 입장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으로는 무엇이 있습니까?
모: 저희 예술의전당이 출혈을 감수하면서 대관료를 5% 정도 내렸습니다. 5%를 인하한 사연은 다음과 같아요.

2008년도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예술단체들은 그 여파로 열악한 환경에 처하게 됩니다. 경제 사정이 어렵다보니 자연스럽게 공연장을 찾는 일이 줄어든 것이지요. 정부도 예술단체들의 어려운 상황을 인식해 대관료 인상을 억제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조금씩 올랐어요. 제가 확인해보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대관료 인상률이 5%였습니다. 만일 5%를 내리면 예술의전당의 대관료는 2008년도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그래서 대관료를 5% 인하하는 정책을 세웠습니다.

김: 부족한 예산에 대관료까지 인하하면 운영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은데요.
모: 그래서 우리도 수입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예술의전당이 먹자판이 됐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이와 같은 말은 예술의전당 부대사업에 관해 오해했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파리에 관광을 간다면 대부분의 관람객이 미술관박물관 등 문화 기관을 경유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 가면 가장 좋은 위치에 방문객을 위한 휴식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고급 카페나 레스토랑과 같은 부대시설이 고객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마련돼 있지요.

방문객 입장에서는 공연전시를 감상하는 것 뿐 아니라 그곳에서 차를 한잔 마셨던 기억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거든요. 이와 같은 차원에서 우리 예술의전당도 현재 식음료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관람객을 위해 서비스와 같은 질적 수준은 높이고 가격은 시중보다 저가로 운영하고 있어요.

하지만 부대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해요. 다만 저는 이런 부분에서 서비스 수준을 높이면서 가능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만들려고 합니다. 우리가 내세운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수익을 보충해야 하니까요.

김: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 차관을 역임하셨기 때문에 문화와 관련된 예산 부분에 관해서는 잘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예산을 지원 받아 운영에 도움을 받을 수는 없습니까?
모: 이럴 줄 알았으면 문화부에 있을 때 예술의전당에 예산이 많이 편성될 수 있도록 노력했을 텐데요(웃음).

앞으로 지속적으로 문화부와 예산 부분에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에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겠지요. 국회 쪽도 마찬가지고요.

김: 문화부 차관 시절 만나 뵈었을 때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모 사장님은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각별한것 같습니다. 혹시 이에 관한 철학이 있으신가요?
모: 제일 어려운 질문이네요. 문화예술은 인간의 감성을 순수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들어 주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행복을 느끼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우리 예술의전당이 국민에게 꿈과 감동, 행복을 주는 열린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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