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논현동 KBL 센터에서 신기성이 27년간의 농구 인생을 마감하는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 KBL)

농구대잔치 세대부터 큰 활약해 온 명품가드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또 한 명의 농구대잔치 세대 큰 별이 코트와 이별을 고했다.

문경은, 이상민, 우지원, 전희철, 김병철, 현주엽 등에 이어 ‘총알탄 사나이’ 신기성(37)이 오빠부대 은퇴행렬에 합류했다.

신기성은 4일 서울 논현동 KBL 센터에서 27년간의 농구 인생을 마감하는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그의 부인과 딸이 동석했고, 대표팀과 원주 동부에서 함께 뛰었던 후배 김주성이 참석했다.

당초 신기성은 선수생활을 더 이어가고자 했으나, 40대에 가까운 나이 탓에 그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다. 신기성은 올시즌 후 FA자격을 얻었지만 원 소속팀 인천 전자랜드와 재협상에 실패했고, 친정팀인 원주 동부로 복귀를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난항에 부딪혀 결국 은퇴 수순을 밟게 됐다.

‘총알탄 사나이’라는 별명처럼 신기성은 폭발적인 스피드가 장기였으며, 특히 드리블 상태에서의 전력질주와 속공전개 능력은 주희정, 김승현 등과 함께 포인트가드 중 최고로 꼽힌다.

신기성은 농구명문인 인천 산곡북초, 송도중, 송도고를 거쳐 고려대에서 전희철, 양희승, 김병철, 현주엽과 함께 전성기를 이끌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동기 현주엽에 비해 덜 주목받았지만, 그는 농구대잔치에서 맹활약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고려대를 졸업한 뒤 1998년 신인 전체 7순위로 원주 나래(현 원주 동부)에 입단한 신기성은 바로 주전을 꿰찼고 팀을 플레이오프 4강에 진출시킨 덕분에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까지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당시 신기성은 서장훈, 현주엽과 경쟁에서 이기고 당당히 신인왕에 등극했던 터라 기쁨이 두 배였다. 대부분 서장훈과 현주엽의 치열한 2파전을 예상했기에 그의 신인왕 수상은 일대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됐다.

이후 신기성은 전창진 감독의 지휘 아래 김주성, 허재와 함께 챔프전 우승 1회, 준우승 1회를 기록하며 원주 동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특히 2004-2005시즌에는 정규리그 MVP까지 거머쥐는 영광을 안았다. 대표팀에서도 그는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하는 역사적인 현장에서 활약했다.

신기성의 활약은 2004-2005 시즌 후 FA 자격으로 부산 KT로 둥지를 옮긴 이후에도 계속됐다. 5시즌 동안 챔프전 준우승, 4강 및 6강 진출이라는 호성적을 이끌어 냈으며, 2009~2010 시즌 후에는 다시 한 번 FA 자격을 얻어 고향팀인 인천 전자랜드로 둥지를 옮겼다.

전자랜드에 와서는 주장의 중책을 맡아 2010-2011시즌에 팀 사상 최고 성적인 정규리그 2위를 기록했으나 챔피언결정전 진출에는 아쉽게 실패하고 만다. 지난 시즌에도 팀을 6강에 올려놓으며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의 일등공신이 됐지만, 재계약이 무산되면서 끝내 코트와 작별하게 됐다.

한편 신기성 외에도 최근 추승균, 황성인이 은퇴를 발표했고, 서장훈도 1년 뒤 은퇴하겠다고 밝혀 한국농구의 부흥을 이끌었던 농구대잔치 세대는 사실상 서장훈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