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다문화센터 조옥행 센터장 인터뷰

[천지일보=김지현 기자] 이주여성 박주미(가명) 씨는 임신 5개월인 몸으로 한국인 남편에게 폭력을 당했다. 박 씨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과 충격으로 천안에 있는 이주여성 보호센터를 찾아와 이혼하고 낙태를 하겠다며 도움을 청했다.

천안 다문화센터 조옥행 센터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경우 “이혼이나 낙태를 권장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가능하면 다시 가정으로 복귀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이주여성과 상담을 하고 가해자인 남편을 교육한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상담 당시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기보호본능으로 폐쇄적인 대인관계를 하기 쉽다”면서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과 말도 잘 안통하고 문화의 차이로 어려움이 많은데다 폭력까지 당하면 정말 난관에 처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담과 교육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이 되면 남편이나 아내가 “내가 왜 그랬을까요?”라고 말하며 변화된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또 그는 결혼에 실패하거나 행복한 부부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 상담을 해보면 “부부관계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 대부분 어렸을 때 받은 상처가 분노로 재발하고 대물림되기도 한다”면서 “성격적인 문제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주여성이 너무 나이가 어린 경우 반사회적이거나 반항적인 사례도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식구들에게 인사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 시어머니가 지나가도 누워있거나 멍하니 쳐다보는 여성들도 있다고 한다. 또 ‘걸레로 닦는 문화’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닦는 것이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는다는 여성도 많이 있다고 한다.

이 센터에서는 아침에 일어나 인사하고 함께 식사하는 것부터 세탁기, 냉장고 사용법, 쓰레기 분리, 청소하는 법까지 가르쳐준다.

조 센터장은 “이주민 여성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려주고 한국인 남편에겐 그 부인의 나라 문화를 알게 해서 서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굳어진 습성 때문에 적응이 안 되는 경우 인내와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 모든 것이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폭력을 예방하는 길이 된다는 것이다.

키르키즈스탄 출신의 한 이주여성(26)은 남편(40)이 알코올중독인데다 잠꼬대가 많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 날 남편이 폭력을 가하자 이 여성은 경찰을 불렀으며 남편은 부부끼리 해결하지 않고 경찰을 부른 것에 대해 몹시 화를 냈다.

조 센터장이 연락을 받고 가보니 집안에 술병 여러 개가 깨져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는 함께 치워주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그 남편은 “전처에 대한 배신감과 보고 싶은 딸을 만나지 못하는 괴로움을 술로 달래다 습관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남편은 센터의 상담을 통해 통원치료를 받게 됐고 재발의 우려가 있지만 자신이 스스로 고치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다.

10년 넘게 이 같은 상담을 해왔다는 조 센터장은 “상담이나 교육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데 희망을 품고 사람 안에서 그 변화의 가능성을 보고 느끼면서 힘들어도 이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든 피해자든 변화돼서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데 상담과 교육의 목표를 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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