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시설 신·증축 심각… 위법·교인매매 지적
종교법인법 제정으로 종교‘ 회계 투명성’ 강화

 

▲ 종교별 금융자금 대출 비중.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종교단체가 금융권에서 빌려간 돈이 총 5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종교별로 살펴보면 기독교가 압도적(90.4%)으로 많다. 그 뒤를 불교, 천주교가 이었으며, 종교 시설 대출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한국교회 내에서 쉬쉬하면서 감추어온 채무(대출 등) 문제가 위험수위에 도달했음을 짐작케 해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 14일 이성남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권의 종교단체 대출은 현재 4조 9416억 원이며, 그 가운데 기독교가 90.4%인 4조 4606억 원을 빌려 갔다. 이어 불교가 1117억 원(2.3%), 천주교가 959억 원(1.9%)을 대출했다.

 

개신교가 압도적으로 대출액이 많은 이유는 교회 건물을 새로 짓거나 증축으로 인한 대출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문제는 무분별한 대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신도들에게 전가된다는 사실이다. 한국교계가 이를 알면서도 외형 성장주의에 빠져 방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종교단체를 대상으로 한 대출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교회 신·증축 공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금융권이 이를 틈새시장으로 판단, 집중적으로 돈을 쏟아 부은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교회나 사찰 간 경쟁 심화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 간 대출 유치 경쟁도 치열해져 대출로 인한 사회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교회법연구소 소장 소재열 목사는 한국교회 채무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고의 글을 언론에 노출했다. 소 목사는 “원금 상환능력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교회들이 많다”며 “교회는 교인들의 헌금으로 대출이자를 갚기에도 버겁다. 교회가 재정적인 능력이 없음에도 무리하게 교회를 건축하고 증축한다”면서 교회 성장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또 하나의 문제는 교회가 대출을 받기 위해 교회 정관을 위조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은행권의 요구에 따라 마치 공동의회(교인총회)에서 제정된 것처럼 거짓서류를 꾸미는 등의 위법 행위들이 많이 있다”고 성토했다.

소 목사는 무분별한 교회 대출로 인해 “교회를 매매하고 교인들을 매매(?)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지금 현재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목회자들 사이에서 교인·교회매매도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끝으로 “남의 돈으로 교회를 건축하고 나서 하나님께 헌당한다는 이야기는 뭘 말해 주는가”라고 반문하며 “신앙의 양심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교회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은행권과 반대로 외국계 은행들은 종교단체 대출에 소극적이다. 이는 대부분 교회가 원금 상환능력이 사실상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씨티은행 측은 “교회 대부분은 대출금 상환 능력을 입증할 객관적인 수치가 부족한 편”이라고 전했다.

종교단체에 1조 원 이상을 대출한 수협은행은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1월 제자교회를 상대로 대출금 정리 독촉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은 제자교회에 대출금 227억 원을 빌려주었으며, 이 가운데 일부 만기 상환금을 교회가 지속적으로 연체하자 교회재산 및 연대보증인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독촉장을 보냈다.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김상구 사무처장은 “미국의 유명 대형교회인 수정교회 파산 사례에서 보듯 종교단체 대출이 부실하면 그 피해는 결국 신도에게 돌아온다”며 “정부와 한국종교계가 종교법인법 제정 등에 힘써 종교단체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계 내부에서도 수면 위로 떠오르는 교회 채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를 공론의 장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교계가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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