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옥자
만국기 날리는 운동장을 달립니다
가슴에 차오르는 이름이 있어 달립니다
개구진 투정 한없이 다 받아주시던 선생님

구석진 벤치에 앉아 구르는 낙엽이
책갈피에서 서정시로 시선이 노니는 날에는
조용히 어깨에 손을 얹어주시던 선생님

약속도 없고 기약도 없는 만남을
오늘은 기다립니다

전국 탁구대회 나가서 승리라도 하는 날에
좋아하시던 선생님
그 모습이 좋아 방과 후 그토록 연습을 해도
선생님 뜻에 다 미치지 못했던 실력이
지금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어느 날은 함박눈이 허리를 넘고
친구들과 눈 속에 파묻히어 술래잡기 하다가
선생님이 우리를 찾아 헤매시던 그해 겨울

아마 우리가 눈 속에 숨었으리란
생각은 못하셨을 겁니다
탁구 연습하기 싫어 그랬던 것은 절대로
아니었답니다

오로지 사랑으로 매를 들고
사랑으로 가르치시던 그 사랑을 받아
이제 사랑으로 세상 바라보는 눈높이를 맞추고
짧고도 긴 여운으로 함께 했던
순간들을 지금이라는 선상위에 얹어 놓습니다

높고도 깊은 선생님의 심중 안에서
산을 오르고 내리는 이정표의 뜻을 곧게 세우고
선생님을 닮기 위해
선생님 마음 안으로 서서히 가기위해
오늘도 영혼의 불씨를 지핍니다

우뚝 선 나무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잎새가 무성해가는 구로동에도
여왕의 계절 오월이 왔습니다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약력-
서정문학 행정국장, 서정문학 詩 분과 위원장,
둥지문학 詩 심사위원
한국문학예술 편집위원
국가상훈 현대시의 주역들에 등재
UN백서 보조작가

-시평-
이 시를 읽고 난 순간 선생님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자신의 일생에서 부모님이나 친구 못지않게 소중한 인연이 있다면 그것은 선생님일 것이다. 부모님은 집에서 가르치고, 선생님은 학교에서 우리를 보살피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셨다. 따라서 선생님은 또 다른 부모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고 스승님이라 부르는 것이다. 존경하는 스승님께 비록 찾아뵙지는 못하더라도 감사의 편지 한 통, 전화 한 통이라도 드리자. 제자가 드리는 최고의 선물로 생각하실 것이다.

‘그 시절, 기억속의 선생님이 떠오르나요/머뭇거리지 마세요/그 분을 찾아보세요//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선생님을 만나보세요//지금 당신의 모습을 보여드리세요/그것만으로도/선생님은 흡족해 하실 것입니다//지금의 당신은 선생님 인생의 작품이니까요/선생님께/당신이란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드리세’는 탄줘잉의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에 나오는 글이다. 스승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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