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연스님 종회 사퇴 “보복성 몰래카메라”
성호스님 “종단 반응 따라 다음 폭로 결정”

▲ 성호스님, 의연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대한불교 조계종 승려 8명이 전남 장성 백양사 인근 호텔에서 벌인 도박과 관련해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를 검찰에 고소한 성호스님과 몰래카메라 동영상에 등장했던 의연스님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의연스님은 14일 오후 5시 32분경 페이스북을 통해 “금일 날짜로 직선으로 3선인 중앙종회 의원직마저 사퇴했다. 앞으로도 그 어떤 비난이나 질책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며 사건의 정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증언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조계종 승려 8명은 관광호텔 스위트룸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13시간여 동안 판돈을 걸고 포커 도박을 했다. 이 자리에는 조계사 주지 토진스님, 부주지 의연스님, 종회의원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고불총림 방장 수산스님의 49재에 참석차 장성에 왔고, 전날 밤 이같이 도박을 벌였다.

의연스님은 본지에 “(이번 사건 이후) 종단은 내분으로 전쟁이 시작됐다. 지난 94년도, 98년도 같은 종단분규가 다시 재점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도박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직접 수사한다고 하더니, 이미 그 동영상 분석이 끝났는지 그걸 경찰서로 이첩했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내용이 신통치 않을 것”이라며 무혐의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도박으로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연스님은 그날 ‘도박’이 아니라 단지 ‘카드 게임’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님들이 카드로 게임을 하고 있었을 뿐”이라며 “판돈으로 쓰인 돈도 억대가 아니라 300만여 원이며 게임을 모두 마친 후에 다시 돌려줬다”고 말했다. 돈을 다시 돌려줬기 때문에 도박이 아니며 경찰에서도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이에 성호스님은 “이러한 문화가 스님들 사이에 만연돼 있다”며 “스님들이 돈을 만지는 것 자체가 문제다. 돈은 재가 신도들에게 다 맡기고 스님들이 돈을 만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돈을 돌려줬든 주지 않았든 돈을 들고 포커를 한 것 자체가 도박이라는 반박이다.

의연스님은 그날 사건이 몰래카메라로 녹화된 데 대해서는 ‘보복성’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의연스님은 페이스북 글에서 미리 하루 전에 다른 일행이 와서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던 호텔의 VIP룸이 원래 종회 원로의원들이 쓰기로 한 방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반대 세력들이 원로의원 스님들의 동정과 대화내용을 몰래 촬영할 목적으로 핀 카메라를 설치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는 “A스님이 보복을 위해 카메라를 설치한 것 같다”며 “B사찰에서 A스님의 주지임직 기간이 만료됐는데, 연임하지 못하게 되고 C스님이 선임됨에 따라 보복을 하기 위해서 그런 것 같다”고 추정했다.

성호스님은 종단 내 권력의 집중화에 경계했다. 그는 “종회가 다 없어져야 한다”며 “왜 종교가 정치권에서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해야 하느냐”며 정치권의 국회의원과 같은 조직인 종회를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종단의 쇄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인물로 구성된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새로운 사람으로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서 불교계를 정화해야 한다”며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성원이 누가 될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위원회의 권력 남용 방지 예방책까지 구상하고 있었다. 위원회의 스님들이 재정관리에 손을 댈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동영상이 유포된 경위에 대해서도 각각의 입장이 달랐다. 의연스님은 “전문가가 투입됐다”며 “호텔 체크인에서부터 동영상 촬영, 유포, 고발 등 분야를 나눠 계획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특히 언론에 동영상을 뿌리기 위해 웹하드에 동영상을 올리고 비번까지 공유하고, 검찰에는 고소를 다른 사람이 하는 등 치밀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성호스님은 동영상 입수 경위에 대해서 “단군할아버지가 기회를 준 것”이라며 “종교가 잘못되니까 고치게 하라고 준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연히’ 대웅전 앞에서 동영상이 담긴 USB저장장치를 발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호스님은 이 동영상 외에도 불교계를 뒤집어놓을 폭탄급 증거물을 확보해 놓은 상태라고 귀띔했다.

의연스님은 또 “13시간 동안 겨우 맥주 10병 정도만 마셨을 뿐이다. 담배는 개신교에서나 계율로 정해졌을 뿐 신부님들도 담배를 피우고, 불교 계율에서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토진스님과 함께 단 세 시간 정도 밖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며 “동영상이 무음으로 처리됐는데, 유음으로 된 것을 본다면 그게 도박이 아니라 단순히 즐기는 게임이었을 뿐이란 것을 알 것이다”고 덧붙였다.

스님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13시간 동안 맥주 10병을 마시며 약 300만 원을 놓고 단지 카드게임을 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스님의 주장대로 단순히 게임이라 할지라도 10시간 이상 지속됐다는 점과 수산스님의 49재 전날 밤에 발생했다는 점에서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성직자에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신도들과 국민이 이를 용납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사건을 발단으로 성호스님의 추가 폭로가 예상돼 네티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네티즌 ***04s 등은 트위터를 통해 “스님 도박은 일부! 숨겨둔 여인, 마약, 룸살롱이 몸통”이라며 그동안 성호스님이 일인 시위를 하며 조계사, KBS·MBC 앞에서 주장했던 내용에 주목했다. 성호스님은 “지금 종단 측의 반응을 보고 있다. 만약 스님들이 책임을 지고 행동으로 옮기면 다음 폭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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