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폭력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우리 교육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스승의 의미를 되살리는 교사들은 여전히 많다. 스승의 날을 맞아 묵묵히 교단을 지키며 교육계의 길을 걷고 있는 교사들을 만나봤다.

▲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어우러지는 통합교육이 지난 10일 오후 인천 강남미디어고등학교에서 열려 최영수 교사와 학생들이 마들렌을 만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제빵으로 장애 벽 넘은 인천 강남미디어고등학교 최영수 교사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샘(선생님) 오늘은 뭐 만들어요?”
지난 10일 오후 인천 강남미디어고등학교 방과후 활동 시간이 되자 최영수(45) 교사를 향해 학생들이 묻는다. 4명씩 4개조로 나눠진 학생들에게 최 교사는 ‘시중에서 비싸게 판매되는 마들렌을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자’며 만드는 방법과 주의사항에 대해 일러준다.

여느 제과제빵 기능사 자격증을 따기 위한 수업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수업. 16명의 학생 중 장애학생이 있다고 느끼지 못할 만큼 학생들 간 거리낌이 없었다. “장애인은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을 것 같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최 교사는 “비장애학생 수업시간에 장애학생 1~2명 정도 함께 하는 것을 통합교육이라고 하는데 ‘우리 애들’은 이 수업에서는 한마디도 안 한다”며 “하지만 이 반에서는 적극적이고 활발하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장애학생을 ‘우리 애들’이라고 표현했다.

장애학생들이 주축이 되는 이 수업은 무엇이 다른 걸까. 최 교사는 “장애인은 실패 경험이 많아서 나서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곳은 우리 애들의 전문화된 직업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서 환경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실수도 잦아 재료를 버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학교매점에서 판매될 정도로 맛도 있고 가격도 저렴해 인기가 좋다”고 자랑했다.

이 장애학생이 매일 부딪치는 교실 현장이다. 어떤 재료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빵을 만들든지 비장애학생보다 숙달돼 있다. 이런 점으로 인해 비장애학생은 자연스럽게 장애학생에게 질문하게 되면서 장애우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체득하게 된다.

허영은(1학년) 양은 “사실 장애학생과 함께 수업한다고 해서 걱정을 좀 했다”면서 “생각과 달리 빵도 잘 만들고 말도 잘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고 말했다.

이 수업에선 한 학기마다 비장애학생의 지원 신청을 받는데 소수 인원으로 제한한다. 장애학생들이 감당하기 버겁지 않도록 최 교사가 배려를 한 것이다.

이 수업은 최 교사가 이 학교로 발령 난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됐다.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된 계기는 특수반에 비장애학생을 초대하면서부터다.

최 교사는 “특수반에는 레고 등 놀거리와 컴퓨터가 마련돼 있다 보니 아이들이 많이 놀러 왔다”면서 “이 때 장애학생들이 잘 안내해주는 것을 보고 현재 방과후 활동에 접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최 교사는 국내 최초로 일반 고등학교에 특수학급과 장애학생 직업교육을 위한 전공과가 설치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무엇보다 비장애학생과 함께 공동작업을 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해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장애우의 사회성 개발에 도움을 줬다.

또한 맞춤형 직업훈련을 통해 장애학생의 대학 진학과 취업 기회를 넓혔으며, 특히 제빵제과·세차 수업 등 강화도 지역의 특수학급 학생 대상 연합수업을 주도해 농촌지역에서 접하기 힘든 다양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라 장애학생 직업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무려 13종의 자격증을 취득하는가 하면 중증 지체장애 학생을 직접 등하교시켜 3년 개근으로 졸업할 수 있도록 애썼다. 최 교사의 특수교육에 대한 남다른 열정은 교육계에서도 인정을 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올해 새로 제정한 대한민국 스승상의 1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된 것이다. ‘대한민국 스승상’은 교과부의 ‘으뜸교사상’과 교직원공제회 ‘한국교육대상’이 통합돼 올해 새로 만들어진 국내 최고 권위의 교육상이다.

교육발전에 헌신한 진정한 교육자를 찾아 우리 시대의 참다운 스승상을 정립하고 스승 존경 풍토를 확산시키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최 교사는 “올해 학교 공터에 학교기업으로 ‘카페테리아’를 만들 계획”이라며 “지역주민, 학부모, 교직원을 대상으로 운영해 전공과 학생들 교통비라도 지급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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