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조출연자들의 촬영현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욕설·폭언 난무한 일터… “24시간 근로에 4만원”
법적 근로자 인정돼도 산재처리 받기 어려워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문계순(58)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재 보조출연자들이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는 것과 일한 만큼 임금을 제대로 받는 것이 큰 과제라고 강조하며 외로운 싸움을 해나가고 있다.

문 위원장은 나이 50세가 넘어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지역광고를 유심히 보던 중 ‘엑스트라 월 250만 원 보장’이라는 내용을 보고 방송일에 대한 환상을 품은 채 2006년 6월경 일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 용역 업체를 통해 소개를 받고 드라마 ‘서울 1945’에 처음 출연하게 됐는데, 그 환상은 시작하자마자 깨졌다.

“부푼 꿈을 갖고 갔는데, 반장(인솔자)이 보조출연자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며 죄인 다루듯 하는 모습을 봤다. 마치 70년대 이전의 세계에 온 듯 했다”고 그는 말했다.

2달 정도를 일하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그는 이런 대우를 받는 이유가 바로 노동조합이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해 노조 만들기에 앞장서게 된다.

 

▲ 문계순(58)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 위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노동자로 인정받는 데 2년 걸려

70년대 ‘원풍모방’이란 섬유업계에서 10년 정도 일을 하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보조출연자 노조를 설립했다. 2006년 9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서울시청에 신고했지만 처음엔 거절당했다고 한다.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에 문 위원장은 “24시간 일하고 일당 3만 7천 원(현재는 4만 2천 원) 받는 우리가 왜 근로자가 아니냐”고 따져 물었고 오랜 실랑이 끝에 서류를 접수시켜 3일 만에 노동조합 필증을 교부받았다. 그러나 방송사나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기획사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했고, 산재(산업재해)를 신청해도 근로복지공단에서 인정하지 않았다.

이를 위해 그는 중앙노동위원회에 고발을 했지만, 소용없었고 지방노동위원회조차 이를 기각하는 일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문 위원장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노력한 끝에 2008년 11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아 법적 근로자로 인정받는 감격을 누렸다.

이런 판례가 있는데도 근로공단에선 여전히 산재처리를 해주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 “2009년 9월말에도 승소하는 등 지금까지 2번의 판례가 있으나 산재를 적용받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일단 공단을 상대로 재판을 해야 한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다만 이전 같으면 2년 걸릴 게 지금은 6개월 정도면 해결된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 합의해도 무용지물인 조건들

이런 판례 덕분에 노조는 결성 3년 만인 2009년 3월 노사 간 기본합의인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한다. 주요내용은 촬영현장에서의 언어폭력 방지 및 임시화장실 설치, 개수대 설치 등 환경개선, 조합원에 대한 조합비 일괄 공제, 복지기금 출연 등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언어폭력만 약간 사라졌고, 나머지는 별로 개선된 게 없다고 했다. 2010년 4월에는 임금협상에도 합의해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장·야간·철야수당을 받을수 있는 조건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역시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문 위원장은 “방송사가 먼저 정책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노동부에서는 고발한 사건마다 제대로 해준 게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면서도 “투쟁보단 주로 대화로 협상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현장에서 인간대우를 받지 못하는 점과 법에 정해진 틀에서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는 이 두 가지 과제를 풀어나갈 것”이라며 “6년간 앞장서서 이 일을 해왔는데, 못할 게 무엇이 있겠냐”고 밝게 다짐해 본다.

이 같은 보조출연자의 눈물겨운 권리 찾기 운동이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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