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가 필요한 때

한혜영(1953~  )

오랫동안
해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참회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오늘은 의자
계속해서 뒤로 물리면서
해지는 것이나 보고 싶다.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하루의 해가 어떻게 지는지도 모르고 지나는 날이 많다. 그래서 자신이 과연 어떠한 일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때도 간혹 있다. 새벽부터 일어나 서두르다가 허겁지겁 일터를 향해 달려 나가고. 하루 종일 이 일 저 일을 쫓아다니다가, 늦은 저녁, 돌아와 쓰러지듯이 잠속으로 빠지며 하루를 마감하는 오늘의 많은 사람들.
때로는 뉘엿뉘엿 지고 있는 하루해 여유롭게 바라보며, 하루를 생각해보는 여유 누리고 싶다. 그리하여 붉게 떨어지는 저녁 해 바라보며, 계속 뒤로 밀어가며 앉을 오늘의 의자 속 깊이 파묻혀, 돌아볼 여가도 없던 ‘자신’ 한번쯤 돌아보고 싶다. 그리하여 참회의 시간 턱없이 부족했던 ‘나’ 다시 찾아가고 싶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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