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순천 운평리 고분의 대가야 유물 출토지 전경 모습이다. (사진제공: 순천대박물관)

일본계 유물 전혀 없어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그동안 일본이 주장해왔던 ‘임나일본부설’을 반박할 수 있는 유물이 최근 전남 순천 운평리 고분에서 대거 출토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9일 순천대학교박물관(관장 강성호)에 따르면 2월부터 전남 순천 운평리 고분에서 실시한 세 번째 발굴조사 결과 가야계 고총 고분 2기에서 6세기 초엽 대가야의 순금제이식, 마구류, 대도, 꺽쇠, 토기류, 통형기대, 옥 등 200여 점의 유물이 나왔다.

이번 발굴에서는 일부 일본 학자들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임나사현(任那四縣, 임나의 4개 현) 지역에서 일본계 유물은 전혀 나오지 않고, 대가야계 유물만 출토됐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다. 일본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운평리 고분군이 있는 사타(沙陀, 순천의 옛 지명)가 임나사현 중 하나’라는 내용이 허구임을 입증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순천대박물관은 “이번에 출토된 유물은 당시 임나(가야)의 4개 현 중 하나인 ‘사타’가 대가야와 연맹 관계였음을 확인시키는 중요한 자료”라고 전했다.

이어 “이 유물들은 일부 일본 학자들이 ‘일본서기’에 기록된 임나사현에 대한 기사를 근거로 주장하고 있는 ‘임나일본부설’의 반박 자료가 될 것”이라며 “4개 현 중 하나인 ‘사타’에서 일본계 유물이 아닌 대가야계 유물만 다량 출토된 것은 이곳이 맹주국인 대가야의 영향이 닿은 고을이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운평리 고분군은 전남 동부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무덤이 남아있는 가야계 고분군이다. 이번 발굴조사는 지난 2006년과 2008년에 이어 세 번째 진행된 것으로, 무덤은 백제가 전남 동부권을 장악하기 직전인 서기 500년 무렵 순천 지역 지배층의 무덤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국내 고대사학계에서는 임나의 4개 현을 대가야의 영역인 전남 순천·광양·여수 일대로 봐왔다. 따라서 이번 발굴은 일본의 일방적인 주장을 반증하고, 국내 사학계의 견해를 고고학적으로 증명하는 성과를 낳은 것이다.

순천대 이동희 학예연구사는 “이 지역은 5~6세기 가야연맹체의 맹주국이었던 대가야가 신라에 의해 낙동강 유역으로 나가는 것이 막히자 섬진강 쪽으로 진출을 꾀하면서 연맹관계를 맺은 곳”이라며 “4년여에 걸친 발굴로 임나사현의 위치와 내용이 조작됐음을 증명하는 성과를 남겼다”고 말했다.

한편 순천시는 지난 20일 운평리 고분군 일대 발굴 완료 자문회의를 열어 운평리 유적에 대한 국가지정 문화재 지정 신청을 논의한 바 있다.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서기’를 토대로 ‘야마토 왜’ 정권이 4세기 중ㆍ후반 경 한반도 남부지역에 진출해 임나에 일본부라는 기관을 두고 6세기 중엽까지 백제ㆍ신라ㆍ가야를 지배했다는 일본 일부 역사가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일본서기(日本書紀)’의 6세기 초 기록에 나온 ‘임나사현을 백제에 할양했다’는 내용을 토대로 이같이 주장하고 있다.

▲ 전남 순천 운평리 고분에서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을 반박할 수 있는 유물이 대거 출토됐다. 사진은 발견된 출토 유물의 일부. (사진제공: 순천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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