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중구 정동에 있는 정동제일교회는 현재 사적 256호로 지정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정동제일교회는 우리나라 개신교와 역사를 거의 같이하는 꽤 오랜 역사를 가진 교회다.

교회는 서울시 중구 정동에 자리하고 있는데, 정동엔 근대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문화유산들이 가득하다.

정동교회와 덕수궁을 비롯해 구 러시아 공사관, 성공회 서울성당 등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 많다. 때문에 정동 한 바퀴를 둘러보면 우리나라 근대 역사를 간접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다.

역사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이국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건물들을 보기 위해 정동을 찾는 이들도 제법 있다.

◆근대문화 유산 가득 ‘정동’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교회에 다다르게 된다. 오늘날 대형교회와 비교하면 작은 규모인데, 시청 등 높은 건물들 사이에 있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하지만 교회건물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여전히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회를 둘러보러 왔던 사람들도 외관을 보고선 가장 먼저 “예쁘다”는 감탄사를 자아낸다.

촘촘한 붉은 벽돌 위에 난 아치형의 창문, 그리고 창문의 하얀 창살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지붕은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회색이며, 왼쪽에 솟아 있는 굴뚝은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지붕에 멋스러움을 더한다.

전체적으로는 고딕양식을 따르고 있지만, 보통의 고딕양식 건물과 달리 뾰족한 첨탑 대신 삼각형의 박공지붕이 올라가 있다.

길에서 교회를 바라보니 교회 앞에는 둥근 나무 7~8그루가 심겨 있으며, 교회 옆으로는 완만하고 넓은 계단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 정동제일교회 맞은편 뜰에 세워진 아펜젤러 흉상. 아펜젤러는 개신교 선교사로 들어와 우리나라의 근대교육과 초기 기독교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선교사 아펜젤러가 설립
정동교회는 외국인 선교사였던 아펜젤러에 의해 세워졌다. 초가나 기와 건물들이 대부분이었던 당시 이 같은 건물은 매우 신기했을 터. 정동교회 예배당은 당시 ‘장안의 명소’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교회 맞은편 작은 뜰에는 아펜젤러 선교사의 흉상이 있다. 정동교회의 초대 담임이기도 한 그를 기념하는 동상이다.

아펜젤러는 최초의 미국 감리교 한국 선교사로 1885년 한국땅을 밟았다. 그는 우리나라 개신교 초기, 성서번역과 청년운동 등에 관심을 갖고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며 한국 기독교에 많은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를 비롯한 외국인 선교사들이 처음 한국에 왔을 당시 기독교는 낯선 서양의 종교로 인식됐고 천주교 박해도 있었던 터라 선교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정부에서는 전도, 복음사업 등을 공식 승인해주지 않았다. 때문에 외국인 선교사들은 배재학당과 이화학당 등 교육사업과 의료사업 등 간접선교로 선교를 시작했다.

◆벧엘예배당
처음에는 아펜젤러 선교사의 자택에서 간소하게 예배를 드린 것이 정동교회의 출발이다. 이후 1887년 벧엘예배당을 준공하며 그해 10월 9일 공개적인 첫 주일예배를 드렸다. 벧엘예배당은 ‘하나님의 집’이라는 뜻이다.
그러다 교인수가 많아져 정동에 5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예배당을 건축하기로 하면서 2년여에 걸친 공사 끝에 1897년 정동제일교회를 완공했다.

전체적으로는 고딕 양식을 따랐으며,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영국 빅토리아 왕조의 주택 형식이 반영됐다. 그러다 이후 성도수가 늘어나 1926년 원형은 그대로 남겨두고 증축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 1934년 조선 감리교회의 50주년을 기념해 세운 비.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 최초 파이프오르간
내부는 보통 교회들과 마찬가지로 의자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건물 앞쪽에는 커다란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1918년 우리나라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됐었으나 6.25전쟁 당시 부서지면서 지난 2003년 복원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곳에서 파이프오르간 연주회가 열리기도 한다.

교회는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와도 같이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교회의 담임이었던 이필주 목사는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으로 참여했으며, 정동교회의 많은 교인들이 3.1운동에 참여하면서 투옥되기도 했다.

또한 유관순 열사가 일본 헌병에 붙잡히기 전에 교회 내 파이프오르간 뒤에 숨어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근대문화와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정동교회. 초기 한국교회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고, 근대 역사를 느껴보고 싶다면 정동 일대를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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