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룸버그 통신에서 사진기자로 활동 중인 조성준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 ‘마음의 여정展’이 이달 5일까지 캐논 플렉스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사진은 강가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조성준 작가. (사진제공: 조성준 작가)

 

국내파 출신의 외신기자 활동 수기 밝혀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19세기 말까지 서구 상류층 초상촬영에 사용됐던 사진은 제2차 세계대전을 맞으면서 전쟁현장을 대중에게 전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보도사진 혹은 다큐멘터리 사진이라는 영역이 확장됐다.

사진은 사람의 감정에 호소하며 사건의 현장을 전달해왔으며 근래는 일본 대지진때 폐허가 된 마을에 울부짖는 이재민의 모습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구호의 손길을 끌어당기기도 했다. 이 모두가 사진이 사람의 감정에 호소하는 포토저널리즘의 결과물이다.

전설적인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는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만큼 사진은 인간의 감성을 다독이는 ‘빛의 예술작품’이기도하다.

카파는 1947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데이비드 시무어, 조지 로저 등과 함께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독립보도사진가들 의 연합체를 결성했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날 전 세계 엘리트 프리랜서 보도사진가들의 대표적 집단인 ‘매그넘’이다.

소속 사진기자라는 개념보다는 프리랜서 개념을 적용해 사진통신사 형식을 갖춘 ‘매그넘’은 설립 이후 전 세계적으로 프리랜서 사진가의 활동에 많은 영향을 줬고이 때문에 현재도 세계 각지를 취재하며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진기자들이 느는 추세다.

이중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큐멘터리 사진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조성준 작가가 최근 글로벌 기업 ‘캐논’의 선택을 받아 ‘마음의 여정展’을 개최했다.

중앙대 사진학과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한 조 작가는 졸업 후 프리랜서로 활동, 이후 블룸버그 통신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며 세계 곳곳을 담아온 떠오르는 유망주다.

이번 사진전은 조 작가의 첫 개인 사진집에 수록된 작품들로 구성됐다. 캐나다 스코시아 워터러스가 매년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해 사진집 출간을 지원하는 문화사업에 지난해 조 작가가 선정됐으며, 그 작품을 캐논코리아가 이번 기회에 전시한 것이다.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흑백으로 촬영한 이번 사진전을 통해 촉망받는 젊은 사진작가의 사진이야기를 들어보자.

― ‘마음의 여정展’을 통해 세 번째 개인전을 개최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이번 개인전은 첫 번째 사진집 출간을 기념한 행사다. 생애 첫 사진집이 캐나다에서 발간돼 무척 감개무량하고 거기에 캐논에서 초대전까지 갖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 전통과 최첨단을 달리는 현재를 동시에 담은 ‘마음의 여정展’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전시회는 이번에 발간된 사진집의 수록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사진집 콘셉트가 ‘한국’이었다. 어떻게 한국을 보여줄까 고민했고 결국 우리네 옛 풍경이 담긴 다큐멘터리 사진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했는데 그것이 스코시아 워터러스를 감동시켰다. 물론 시골 풍경만이 한국의 모든 것이 아니므로 도시 풍경도 함께 들어갔다. 이로써 관객들이 향수가 묻어나는 이번 작품들을 통해 지금 우리네 삶 뒤편에는 부모님세대의 풍경도 존재했다는 것을 공유하고 싶었다.”

― 이번 전시회 작품 모두 흑백사진이다. ‘빛의 절정’이라고도 불리는 흑백사진 촬영에 좋은 팁을 알려준다면.
“스코시아 워터러스에서 발간하는 사진집은 흑백사진 시리즈이기에 나도 흑백으로 촬영한 것으로 사실 흑백사진 외에 사진 자체가 빛을 이용한 예술이다. 하지만 흑백사진 촬영에 좋은 팁을 하나 말하라면 역시 ‘빛’을 잘 이용하는 것에 달렸다. 선례로 첫 사진집 커버로 사용된 고택사진은 전시회 때도 호평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빛을 잘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 캐나다에서 발간한 조성준 작가의 첫 개인 사진집에 수록된 작품. 모든 작품이 흑백사진으로 촬영됐다. (사진제공: 조성준 작가)

 

― 현재 블룸버그 통신에서 사진기자로 활동 중이다. 외신기자로 활동한 계기와 장점은 무엇인가.
“학창시절부터 외신기자로 일하는 것을 꿈꿔왔고 어느 날 일본에 있는 블룸버그 포토에디터가 내 웹사이트를 보고 연락해와 블룸버그 사진기자 일을 시작하게 됐다. 지금 하는 일 자체가 누군가에게 내 사진을 보여주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해외통신사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찍은 사진이 미국과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 전 세계에 실리는 것을 보면 흐뭇하다.”

― 세계 곳곳을 돌며 인간의 삶과 희로애락을 담고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예전에 필리핀 슬럼가를 취재하면서 소개받았던 가이드가 알고 보니 슬럼가 작은 교회 목사님이었다. 그 교회를 가보니 창고보다 못해 가슴이 아팠다. 그곳 사진을 찍어 해외 있는 기독교 매체에 기고했으며, 한국에 다니고 있던 교회에도 전시회를 개최해 수익금을 모았고 수익금을 슬럼가 교회에 도와준 일이 기억에 남는다. 사진을 통해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 촉망받는 젊은 사진작가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조 작가에게 ‘사진’이란 무엇인가.
“이 부분에서는 많이 부끄럽다. 앞으로 열심히 해야 할 부분이지만 나에겐 사진이란 ‘기록의 예술’이다. 사진, 특히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성’인데 누구나 사진을 찍지만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기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어떻게 자신만의 시각으로 예술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매그넘’이 일반 사진기자와 달리 사진기자의 독특한 시각으로 역사를 기록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외신기자로 일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국내의 산업을 그동안 취재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더불어 10년 정도 장기프로젝트를 세워서 색다른 시각으로 이를 기록할 예정이다.”

한편 조성준 작가의 ‘마음의 여정展’은 서울 신사동 캐논 플렉스 갤러리에서 4월 5일까지 진행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