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향자 세계음식문화연구원(WFCC) 이사장. ⓒ천지일보(뉴스천지)

한식 알리기 외길 30년“ 후회하지 않아”
음식산업, 글로벌 선진 국가 브랜드
한식 세계화 위한 연구·교육 매진
정부 지원, 음식 발전 위한 역량 높여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한식 발전과 세계화를 위해 3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온 남다른 사연을 가진 이가 있다. 아시아권 주요 대학에서 일주일에 5일을 강의하러 다니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양향자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이사장을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연구실에서 만나 우리 한식의 가치와 세계화에 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세계음식문화연구원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연구원은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우리 한식을 세계화 시키고 세계 음식을 한국에 알리기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하자는 취지에서 2000년에 설립됐다. 한국의 전통음식과 지구촌 각양각색의 음식을 대중적인 전통 식문화로 연구, 발전시켜 공통 음식문화로 모두가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식문화 체험공간을 조성하는 등 연구, 교육, 문화에 힘쓰는 비영리 연구원이다.

어떻게 하면 한식 세계화가 될까 고민한 끝에 우선 알려야한다고 생각했다.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소믈리에(와인 전문 직종)가 알렸다. 소믈리에 과정을 한식과 접목하기 위해 ‘김치소믈리에’ ‘막걸리소믈리에’ ‘발효식품소믈리에’ 등을 만들었으며, 푸드코디네이터 자격증 제도를 실시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밥을 일반 공기에 담으면 1천 원이지만 그것을 푸드코디네이터가 디자인했을 때는 1만 원 이상이 된다. 한식을 세계화하는 데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푸드코디네이터다.”

- 언제부터 음식, 특히 ‘한식’에 관심을 갖게 됐는가.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도와 요리하는 것을 즐겼다. 어머니는 잘하지 못하는 딸아이가 옆에 있어 귀찮았을 텐데도 ‘잘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고, 무엇보다 우리 음식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식을 공부하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강의할 때도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이 무엇인가 되길 바란다면 그 분야에 대해 칭찬해주라고 말한다. 어머니의 칭찬이 오늘날 나를 있게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한식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식의 매력은 ‘슬로우 푸드(Slow Food)’라는 점에 있다. 한식의 기본 조미료로 쓰이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은 오랜 과정을 거쳐 탄생된 것들이다. 우리 음식은 이렇게 공들여 탄생
한 갖가지 조미료로 긴 시간 요리 끝에 완성된다. 여기에는 맛과 정성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느림의 미학’ 이랄까. 한식은 이같이 깊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또 한식은 장수 음식이다. 음식문화가 수명과 직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더불어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슬로우 푸드인 한식을 알려주고 싶다.”

▲ 양향자 이사장이 직접 만든 요리로, 신선로(왼쪽)와 약식(오른쪽)이다. (사진제공: 세계음식문화연구원 WFCC)

- 세계에 우리 한식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 우뚝 섰다. 음식산업도 나라의 큰 경제력의 바탕이 될 수 있는 분야다. 이미 뉴욕타임즈에서는 세계 5대 건강식품 중에 ‘김치’를 선정했다. 우리 음식을 우리가 먼저 자부심을 가지고 소중히 생각하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태리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느낀 것은 이태리 사람들은 자국 음식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식은 다른 나라 음식보다도 더 아름답고 우리 선조의 지혜와 정신이 배어 있는 최고의 음식이다. 우리 것을 먼저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부심을 갖는다면 알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아주게 돼 있다.

또 예부터 내려온 ‘밥상머리 교육’은 아이들에게 좋은 예절 교육이 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우리 한식에 자부심을 가진 아이들이 커서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할 때 구전으로라도 알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음식문화 안에는 선조의 얼과 정신이 모두 배어 있다. 지금은 밥상머리 예절이 희미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한식의 귀중함을 어려서부터 알게 하는 교육이 절실하다. 밥상머리에서 배우는 예절은 사회생활에 밑거름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음식 세계화를 위한 어떠한 계획이 있나.

“해외 학생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요리도 배우게 하는 것이 목표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음식학교를 짓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또 해외에 음식체험관(박물관)을 설립한다면 세계인들에게 더 많이 한식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진정한 한식 전도사

양 이사장은 남들이 알아주든 말든 한식 알리기에 앞선 진정한 한식 전도사다. 또 정부에서 나서기 전에 이미 한식의 소중함을 세계 곳곳에 알려왔던 주역이다. 현재 그는 중국 베트남 러시아 루마니아 이태리 대만 등 많은 국가의 대학 강단에 서서 한식을 알리고 있다.

양 이사장은 외길을 걸어오면서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개인의 목표가 아닌 국가 이미지를 드높이는 데 일조하는 만큼 정부에서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준다면, 그 역량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가 먼저 한식에 자부심을 가지고, 사랑하고 아껴야 다른 사람들도 아낀다고 생각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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