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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主 죽음으로 몰고 간 SK ‘횡포’
SK네트웍스 교복 대리점이 집단소송 제기한 사연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본지는 논란이 되고 있는 교복 담합 실태를 취재하던 중, 국내 대표 교복 생산 업체인 SK네트웍스가 직영 대리점주들에게 다년간 횡포를 일삼았다는 제보를 접했다.

대리점주들은 이런 횡포에 반발했지만 돌아온 건 대리점 개설 시 저당 잡힌 담보 압류와 빚을 갚으라는 독촉전화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2009년 관련 대리점주 한 명은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현재 대리점주들은 SK네트웍스를 상대로 힘겨운 법정투쟁을 하고 있다. 최근 소송을 제기한 이정만(48) SK스마트 서초점 대표를 만났다.

“횡포도 모자라 매일 걸려오는 SK네트웍스의 독촉전화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친구가 2009년 12월 자신이 운영하던 매장 교복 창고에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정만 대표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가족들과 밖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어요. 근데 딸아이가 실수로 탁자에 있던 컵을 떨어뜨렸죠. 쨍그랑하는 순간 뭔가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이 대표는 순간 불길한 예감과 함께 머릿속에 친구 이모 씨가 스쳤다고 한다.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친구 이 씨는 ‘가족과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자신의 매장 창고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이 대표는 “강북지역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던 그 친구는 단순히 대리점주를 떠나서 SK본사에서 스마트 브랜드를 만들 때부터 함께했던 SK 직원이었다는 게 더 가슴을 후벼 판다”며 “대리점주의 동의 없이 본사가 임의로 만든 ‘변형교복’ 때문에 입게 된 손해까지 빚을 내서 갚느라고 매장 운영비조차 감당하기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사람에게 본사는 계속해 채권 독촉을 해오니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이라며 개탄했다. 당시 이 씨가 본사에 갚아야 할 교복 대금은 13억 원어치가 넘었다.

동료를 그렇게 떠나보낸 후 이 대표에게는 한 가지 버릇이 생겼다. 혹시나 또 다른 동료가 SK의 횡포와 압박을 못 이겨 안 좋은 결정을 내릴까 봐 아침마다 가슴을 졸이며 함께 소송을 진행 중인 동료의 생사를 확인하는 전화를 하는 것이다.

SK네트웍스 본사의 부당한 과다담보 등의 노예계약과 막무가내 유통구조를 지적하며 항의했던 이 대표 역시 횡포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이 대표는 “새학기 교복 물량을 받지 못하면 한 해 장사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본사가 휘두르는 횡포를 감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본사 횡포에 동료가 죽고 계속되는 채권 압박과 무자비한 담보 요구, 계속되는 거짓말, 이런 상황에서도 새학기 교복 물량을 볼모로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본사를 그대로 지켜볼 수가 없었다”며 소송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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