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의견 정리·쇄신의 결과물”… 종교 간 갈등 해법 제시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이 지난해 종정 법전스님의 뜻에 따라 발표를 연기됐던 ‘종교평화선언’을 내달 28일 ‘종정 추대법회’에서 발표키로 했다. 이는 차기 종정 진제스님과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결정한 것이라고 조계종 관계자는 전했다.

자승스님은 지난 8일 송석구 사회통합위원장이 예방한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자승스님은 “3월 28일 종정예하 추대식, 종교평화선언 선포, 천일기도 등을 진행한다”며 “특히 천일기도는 종정스님이 직접 입재해 주시고 이어 저와 교역직 스님들도 1시간씩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조계종화쟁위원회가 주도한 ‘종교평화를 위한 불교인 선언(21세기 아쏘카선언)’은 불교계 내부에서 반발이 일자 지난해 11월 법전스님이 “대중공의의 충분한 의견을 구해야 한다”며 선언문 발표 연기를 지시했다.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은 공개편지를 통해 종정스님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불교사회정책연구소 법응스님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종교평화선언문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 종정스님의 교시를 받드는 일”이라며 초안 작성자 전원을 교체하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법응스님은 “선언문 초안과 완성본 모두가 친기독교적이며 굴종적인 자세의 내용으로 불교인이라면 거론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이라며 화쟁위를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번 선언문이 사회통합위원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작성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진정성을 비판했다.

화쟁위가 발표한 종교평화선언문(초안)의 핵심은 ▲열린 진리관 ▲종교다양성의 존중 ▲전법과 전교의 원칙 ▲공적영역에서의 종교활동 ▲평화를 통한 실천 등 5개항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열린 진리관에 대해 불교는 ‘나만의 진리를 고집하지 않으며 불교에만 진리가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또한 불교는 ‘이웃종교에도 진리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를 놓고 일부 불교계는 종교다원주의 사상이 짙은 기독교 ‘바아르 선언문’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불교의 정체성을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도법스님은 최근 종교평화선언과 관련해 “종정스님의 뜻을 받들어 입장을 정리했다”며 “앞으로도 불교계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종교평화선언은 쇄신의 결과다. 반성적인 의미보다는 불교 정체성에 맞게 종교 간 갈등을 푸는 해법을 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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