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겸 연낙재 관장

국내 유일 춤 자료관서 근대무용사 연구에 열정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서울 동숭동. 대학생들로 붐비는 대학가 골목 사이에 ‘연낙재(硏駱齋)’라고 현판을 내건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이 하나 있다. 국내 유일의 춤 자료관인 이곳은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겸 연낙재 관장의 열정이 배어있는 곳이다.

“대학로에 집필실 겸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담소할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2005년 작은 건물을 마련했어요. 그즈음 월간지 ‘춤’의 발행인인 조동화 선생이 다양한 춤 자료를 기증하면서 연낙재가 탄생하게 됐죠.”

성 교수는 90년대 초반, 춤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예능민속연구실에서 약 6년간 연구원을 지냈다. 당시 전통춤을 비롯해 민속예능의 현장을 조사ㆍ연구하는 일을 담당했는데 이를 계기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로 부임하게 됐다. 또 이후에도 전통춤 분야 이론 작업을 꾸준히 연구하다보니 문화재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게 됐다.

▲ 연낙재 외관. (사진제공: 연낙재)
연낙재는 개관한 지 올해로 만 6년이 됐다. 자료관 명칭은 조동화 선생이 직접 지은 것으로 월간지 ‘춤’을 펴내는 곳인 금연재(琴硏齋)의 ‘연(硏)’자와 춤자료관 뒤편에 있는 낙산(駱山)이라는 지명에서 ‘낙(駱)’자를 따와 조합한 것이라고 한다.

성 교수는 “연낙재 이름에는 학문과 풍류를 숭상하고 즐겼던 옛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받자는 뜻이 담겨있다”며 “연낙재가 국내 최초의 유일한 춤 전문자료관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낙재에서는 무용자료전을 비롯해 학술세미나와 포럼, 인문강좌, 스터디 그룹 모임 등을 꾸준히 개최해오고 있다. 그는 “2007년 5월 조택원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선생의 유품과 무용 활동이 담긴 공연자료를 중심으로 ‘기록과 상상전’을 개최했는데,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였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무용자료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조택원 선생의 삶의 궤적을 담은 영상다큐멘터리 ‘무상’을 제작해 상영하기도 했다. 더불어 근대 무용사에 큰 획을 그은 세계적인 무용가 최승희를 조명하는 국제학술세미나도 연낙재에서 개최됐다.

성 교수는 “근대무용사에서 무용가 최승희를 제외하고는 언급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라며 “최승희의 업적을 정리하자면 한국 근대무용의 여명을 주도했으며, 신(新)무용이라는 새로운 춤 사조를 창출한 시대를 뛰어 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우리 춤은 창작이라는 개념보다는 과거의 것을 그대로 전수하고 답습하는 전수개념이 강했다. 최승희는 전통에 머물지 않고 일본 유학 시절 배운 서양 모던댄스와 한국 전통춤을 접목해 신무용을 창작해낸 것이다.

성 교수는 “최승희야말로 한류 열풍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다”며 “무용사 연구자ㆍ비평가로서 최승희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무용사 속에서의 최승희의 활동과 업적, 예술가적 위상에 대해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연구되지 않고 있다. 그는 “관심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이러한 흐름을 이어 세계무용사 속의 최승희에 대한 업적 등도 조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창작정신의 고갈이라는 점에서 현재 우리 무용계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최승희가 창작정신으로 시대를 풍미했던 것처럼 한 시대를 상징하는 훌륭한 창작품이 간절한 때”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무용에 대한 다양한 종류의 단행본도 출간했다. 2006년에는 연낙재 소장자료를 토대로 ‘춤의 선구자 조택원’을, 2008년에는 ‘태평무 인간문화재 강선영’을 출간했다. 또 지난해에는 그의 스승인 정병호 선생의 저서 ‘한국 전통춤의 전승과 현장’ ‘한국 전통춤의 원형과 재창조’ 두 권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이외에도 ‘춤’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자료집을 발간했으며 연 3회 춤 소식지 ‘硏駱齋(연낙재)’를 발간하고 있다.

한편 지난 7일 중국에서는 주중한국문화원과 연낙재 공동으로 한국이 낳은 20세기 최고의 무용가 최승희를 조명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1950년대 초반 북경 중앙희극학원 최승희무도연구반 출신 제1세대 무용가들이 모여 최승희의 예술세계와 창작정신을 회고하는 자리였다.

▲ 춤 자료관 연낙재에 춤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제공: 연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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