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체제 구축과 강성대국 건설에 올인
“주변국과 대립각 세워봐야 얻을 것 없어”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김정일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사망 이후 최대 관심사는 단연 남북 관계 전망이다. 천안함 폭침·연평도 피격 사태 이후 경색 국면을 걷고 있는 한반도 내에 큰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일단 김정은 후계 체제가 아직 완전하게 구축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그 불안정성이 국제 사회의 ‘뇌관’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단순히 후계 구도가 바뀌는 것 외에도 주변국 간 역학 구도에 변화를 초래할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어 그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면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러시아·일본·미국에 암운이 드리워지게 된다. 과거 김 총비서가 권력 승계 과정에서 했던 것처럼 김정은이 ‘업적 쌓기’와 ‘북한 체제 결속’을 위해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지점에는 남북관계와 북핵 6자회담 재개 흐름이 ‘올스톱’되고 극도의 불확실성이 동북아 정세를 지배할 것이라는 우울한 시각이 더해져 있다.

반면 북한이 ‘강성대국’을 실현하기 위해 경제적 안정과 안전보장에 무게를 둘 수도 있다. 이는 ‘북한의 당면 과제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하는데,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한 시점에 북한이 ‘도발’로 인한 고립을 자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맞닿는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북한은 대외적인 군사 긴장관계를 높이기보다는 내년 2월과 4월에 예정된 김정일·김일성 생일 행사에 온 힘을 다 쏟을 공산이 크다.

김정일 때와는 달리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을 만한 행동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도 안정 기조가 읽힌다. 과거 김정일은 자신이 권력을 잡은 80년대 대남도발을 주도적으로 기획하면서 김일성에 대한 충성심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중호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김정일은 김일성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권력을 장악했기 때문에 대남도발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그러나 김정은은 당이나 인사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는 측면이 더 중요하므로 내부를 안정시키는 데 집중해야 할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김 연구원은 “아버지가 사망했기 때문에 충성도 과시나 업적을 통해 인정을 받아야 하는 상황도 아니고 특히 주변국과 대립각을 세워서 득이 될 것이 없다”면서 “오히려 안정을 위해 남측에 화해 제스처를 보내면서 지원을 받고 대화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에서 북미 관계 역시 긍정적 국면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장성택에게 호감이 있는 미국은 당분간 조용히 지켜보다가 시그널을 보낼 것”이라며 “북측도 친중 정부가 되는 것보다 미국과 대화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핵문제나 남북 관계를 미국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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