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통일전선부는 북한 조선노동당 비서국 산하 대남 실무부서 중 가장 핵심적인 기관이다. 대남 교류협력사업과 대남 선전사업을 동시에 담당하는 부서로서 체계적이면서도 종합적인 남한 연구와 대남 심리전도 책임지고 있다.

특히 ▲공식적인 대남사업 창구 및 포괄적인 대남전략을 수립한다는 점 ▲남한 내 친북·좌익 조직들을 관리한다는 점 ▲대화와 협상을 기획하고 주도한다는 점에서 통전부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현재 통전부의 수장은 김양건이다. 당 중앙위 정치국 후보위원이기도 한 그는 1942년 평남 안주시에서 태어났다. 김일성종합대학 불어과를 졸업했으며 1986년 당 국제부 부부장, 1997년 당 국제부장을 거쳐 2007년에 장관급인 통전부장에 임명됐다. 2008년에는 민간기구 형태를 띤 대외정책 전담기구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2010년에는 대규모 외국투자 유치 공식창구인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이사장을 맡게 됐다.

평면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면 통전부장은 대남 실무부서의 장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통일부 장관과 같은 급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남북 교류는 물론, 각종 대남 사업과 대남 심리전까지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남한의 통일부 장관보다 훨씬 많은 역할을 수행한다.

과거 우리 정부는 통전부장의 정치적 비중을 제대로 실감했던 적이 있다. 바로 지난 2007년에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다. 당시 우리 측에서는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 청와대 안보실장이 배석했다. 그런데 김정일 당 총비서와 함께한 사람은 김양건 혼자였다. 장관급 세 명을 혼자 상대할 만큼의 실질적 권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그가 2011년에 당 정치국 후보위원, 당 중앙위 위원, 당 중앙위 비서에 임명됐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당중앙위에서도 정치국은 높은 권력의 상징성을 함의하고 있고, 비서국 역시 핵심적인 정책결정 권한을 행사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후보위원 선출 이후 김양건은 더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0년 그는 김 총비서와 50여 건의 활동을 함께했다. 이 중 공연관람동행이 21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중 활동도 10번으로 빈도수가 상당히 많았다.

한편 지난해 공식 대남 활동은 전혀 없었는데, 이는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현 정부의 특성상 공식적인 채널을 가동하기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남북 교류가 활발했던 지난 2007년, 김양건은 서울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는 등 가시적인 대남 활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에 빠졌음에도 공식 활동 빈도수가 줄지 않는 부분에서는 김양건의 역량을 들여다볼 수 있다. 김양건은 중국·러시아 등을 상대로 오랜 실무 경험을 쌓아왔는데, 이 점을 충분히 살려 남북 냉각기 이후에도 배제 받지 않고 대중·대러 외교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김양건에 대해 조사·발표한 임수경(석사과정) 씨는 “통전부장은 단순히 남북대화만을 잘 이끄는 전문가보다는 주변국과의 관계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맡게 된다”면서 “앞으로 대남관계에서 통전부의 역할과 김양건의 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본 기사는 이화여대 북한학협동과정에서 진행되고 있는 ‘북한 통치 엘리트 연구’ 수업(지도교수 정성장) 발표 내용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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