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로와 알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이뤄진 이포보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강 여주보ㆍ강천보ㆍ이포보가 국민에 개방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네티즌들로부터 명품보 1위에 선정된 바 있는 이포보는 전국이 영하권 추위를 보인 지난 24일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은 개방된 지 3주 만에 관광객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여주에만 3개 보가 들어선 가운데 본지는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여주 주민, 이익관계에 얽혀있지 않은 관광객과 지역 대학 교수 등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올해만 같으면 좋으련만”

[천지일보=김예슬ㆍ이솜 기자] “올해는 비가 많이 와도 마음이 편했어요.”
이는 올여름 여주군에 비가 많이 왔지만 피해 없이 장마 기간을 보냈다는 금사면 금사1리 주민 임덕술(88, 여) 씨의 말이다.

기자가 24일 이포보 일대에서 만난 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홍수 피해로 겪은 답답함을 토로하며 10년이 지나도 (홍수피해가 없던) 올해만 같으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잘된 사업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33년째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방광지(61, 여) 씨도 올해는 비 피해를 당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방 씨가 운영하고 있는 슈퍼는 동네에서도 지대가 가장 낮은 지역으로 가장 빨리 침수되고 가장 늦게 물이 빠지는 곳이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비가 올 때 슈퍼로 강물이 들어와 피신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방 씨는 “이곳에 살면서 4번 정도는 (슈퍼에 딸린)방 안에 앉아 있으면 목까지 물이 차오를 정도로 강물이 많이 들어왔다”면서 “비가 오면 이틀 정도 이사를 갔다가(피했다가) 물건을 닦고 다시 장사해야 했지만 올해는 그러지 않아도 돼 다행이었다. 앞으로도 비로 인한 피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신면 천서리 주민들에 따르면 농지나 건물뿐 아니라 도로에도 물이 차올라 차량이 멈춰 선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우기에 취약했던 지역이라 홍수 예방이 핵심인 4대강 사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게 주민들의 목소리다.

헬스장에서 만난 주민 이동복(54) 씨는 “여주에 유독 4대강을 찬성하는 플래카드가 많이 걸려 있는 것을 봤을 것이다. 이는 주민들이 그 효과를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헬스장도 관광객들을 위한 공영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자리를 옮길 예정이지만 주민들 대부분이 이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이 씨는 전했다.

이 일대 천서리 막국수촌은 주말이면 보를 보러왔다가 식사를 하기 위해 들르는 사람들로 가득 붐빈다. 천서리에서 막국수 집을 운영하고 있는 임희석 씨는 “현재 날씨가 추워져 찾는 사람들이 줄었으나 내년 봄이 되면 손님들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련해 지역주민으로서 피부로 느끼는 부분에 대해 묻자 그는 “현재 주변에 건물이 많이 올라가고 있다. 편의점도 4~5개가 생겼는데 기대 추이가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투자한 것으로 안다. 현재 원룸과 오피스텔 등도 많이 생기고 있어 (이포)보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일자리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효과도 컸다. 참외로 유명한 경기 여주군 금사면 이포리 쪽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현재 식당 활성화는 물론이고 앞으로 승마장과 수영장 등 레저스포츠 시설도 들어선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지역 주민을 직원으로 많이 뽑지 않겠느냐”며 기대를 표했다.

실제 남한강에 있는 보의 경우 방문객이 늘자 지역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홍보도우미를 고용했다. 이포보에서 홍보도우미를 하고 있는 박진희(24, 여주읍 홍문리) 씨는 “지역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일자리 창출이 잘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보에도 몇 명씩 배치가 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주는 팔당상수원 보호구역 등 각종 법에 묶여 있어 개발이나 발전이 더뎠다. 또한 유동인구도 많지 않다. 여주군청 기획감사실 홍보팀 관계자는 “여주는 경기 동부권 지역에서도 낙후된 곳에 속한다”면서 “현재 인구가 10만 9천여 명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여주가 낙후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남한강 상류에 있어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에 속하며 한강수계법과 수도권 정비법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있어 개발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직접적인 효과는 없으나 여주를 방문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이유만으로도 지역이 활기를 찾은 것 같다며 뿌듯해하는 주민도 있었다.

경기 여주군 금사면 외평리 새마을운동지도자 정기호(47) 씨는 “많은 관광객들이 천서리 막국수촌 등에 들러 음식을 먹고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마을도 아니고 나한테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포보로 인해서 많은 사람이 이 지역과 음식을 찾고 여주를 아름다운 곳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울이 거주지이지만 여주에 전원주택을 지어놓고 가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양승희(67, 서울 광진구 구의동) 씨는 “예전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손자들이나 친구들이 마땅히 즐길 수 있는 게 없었다”면서 “앞으로는 더 이곳을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현재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려고 자전거 한 대도 구입했다”고 말했다.

◆“접근성 좋아 관광객 줄지 않을 것”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추정호 계장은 “(사람이)많을 때는 주말에 3000~4000명도 다녀간다. 개방 이후 방문객이 3주 만에 10만 명을 기록했다”면서 “남한강에 있는 보의 경우 교통이 편리해 접근성이 뛰어난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꼽았다.
그는 “여주 지역은 올해 비가 예년에 비해 3배 정도 많이 왔는데 4대강 사업으로 피해가 없었다”면서 “주민들도 그러한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앞으로는 상당히 관광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 신륵사와 세종대왕릉, 명성왕후 생가 등 지역 관광 명소가 있다. 올가을에도 이러한 명소와 연계해 보를 둘러보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관광회사들도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관광프로그램을 상품화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사업 목표 점검해 볼 시점”
여주 남한강 본류 구간을 비롯해 4대강 사업이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으나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환경단체에서는 수질 등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꾸준히 감시해나간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대두됐던 ‘수질개선’ 문제는 아직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환경단체들과 전문가에 따르면 가동보는 문제가 안 되더라도 고정보에서는 물의 흐름이 멈춰 수질 악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시민환경연구소 김정수 부소장은 “고정보에서는 물의 흐름이 정체되기 때문에 퇴적물들이 쌓이고 수질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예전에 남한강 사업장에 갔었는데 고정보 부분의 물은 벌써부터 탁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여주환경운동연합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보를 막고 있으면서 물을 깨끗하게 만들겠다고 한다”면서 “물이 고이면 썩을 수밖에 없는데 수질이 개선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답답함을 표현했다. 이어 “최악의 공원 설계”라면서 “자전거 도로 등 공원 관리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갈 텐데 실제로 주민들이 사는 곳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등 공원으로 인한 주민들의 편익이 크지 않다”고 비판을 가했다.

끊임없는 논란과 이의제기에도 남한강 사업 완공이 막바지에 이르자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는지 조사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4대강 범대위) 한상민 실장은 “이미 완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사업 초기에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으나 실제로 얼마나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조사할 것”이라고 의사를 밝혔다.

4대강 범대위는 동절기부터 팀을 이루어서 1년 정도 지속적으로 사업 후의 상황을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 한 실장은 “범대위뿐 아니라 국민들도 사업으로 인해 무엇이 달라졌는지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진행위원장도 “처음 홍수예방, 가뭄방지, 고용창출 등의 5개 목표를 이제 다시 점검해 봐야 할 시점”이라며 “시민들로 이루어진 진상위원회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제3자 입장 “찬반 주장 떠나 유지관리가 핵심”
지역에 이익관계가 얽혀 있지 않은 이들은 예전보다 깨끗해진 둔치와 유지관리 부분에 관심을 보였다.

여주에 한참 수석 채취 붐이 불었을 때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조봉행(70, 서울 송파구 잠실동) 씨는 “(강변을 가리키며) 여기에 비닐하우스가 많아서 지저분했는데 깨끗해져서 우선 보기에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 씨가 회상하던 몇 년 전의 이포보 일대는 우기에 비닐하우스뿐만 아니라 버드나무에 땅콩이 쓸려와 걸려 지저분해 보였다는 것.

그는 “사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시골 하천을 생각해봤을 때 우리나라는 워낙 준설을 안 해 피해가 크다고 한 것을 들었다. ‘한 번쯤 당연히 했어야 하는 사업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관광객 손창덕(71, 남,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 씨는 “앞으로도 반대하는 사람은 계속 반대하고 찬성하는 사람은 찬성할 텐데 그렇게 하기보다는 호응할 건 하고 안할 건 안하는 게 발전적인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여주에 있어서만큼은 주민들의 입장을 두고 찬반을 가리기 애매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지역 명소가 있어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찾긴 했으나 체류시간이 길지 않던 여주의 모습과 생산시설이 적고 다른 산업이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적다는 현실성을 고려할 때 유일하게 국책사업으로 시작된 이 사업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승룡 여주대학 생태도시계획과 교수는 환경적인 부분은 잘 모른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여주 주민들도 엄청난 수익창출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단 둔치를 활용한 체육시설과 이로 인해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 늘었다는 것, 볼거리가 제공됐다는 면에서는 좋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없는지 묻자 양 교수는 “지자체별 (예산부문) 사정이 다른 가운데 각 지역에서 유지관리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가 주요 관심사가 될 것 같다. 유지관리는 축구장도 풀이 가득하면 만든 가치가 없는 것처럼 4대강 사업을 해나가면서도 중요한 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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