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평화 위해 기도하고 난 사랑하리라 내 모든 것 바쳐…”
주교황청 한국대사관 다음달 15일 시사회… 이태리어 더빙 마쳐
[천지일보=김지현 기자] “십자가 앞에 꿇어 주께 물었네/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 총부리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들을/ 왜 당신은 보고만 있냐고/ 눈물을 흘리면서 주께 물었네/ 세상엔 죄인들과 닫힌 감옥이 있어야만 하고/ 인간은 고통 속에서 번민해야 하느냐고/ 조용한 침묵 속에서 주 말씀 하셨지/ 사랑 사랑 사랑 오직 서로 사랑하라/ 난 영원히 기도하리라/ 세계 평화 위해 난 사랑하리라 내 모든 것 바쳐…”
故 이태석 신부의 삶과 신앙의 고뇌가 묻어있는 묵상이 한 편의 시가 됐다.
1987년 인제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어머니께 “사제가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형은 이미 신부였고 누나도 수녀가 됐지만 어머니는 이 아들의 뜻을 눈물로 반대했다.
그는 “어머니께 효도도 못 하고, 돈도 벌어드리지도 못 해서 죄송하다”면서 “그런데 하느님께 자꾸 끌리는 걸 어떻게 하느냐”며 울먹였다. 그리고 뒤늦게 신학대에 진학했다.
그는 군복무를 마친 후 광주 가톨릭대를 거쳐 살레시오회에 입회했다. 2001년 그는 로마 교황청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자청해서 아프리카 수단으로 갔다. 내전 중인 남수단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지역이었으며 그곳을 자원하는 성직자는 거의 없었다.
그곳에서 이 신부는 굶주리고 헐벗은 주민들이 다치고 병들어 희망을 상실한 채 지쳐있을 때 의술과 예술뿐 아니라 따뜻한 사랑을 베풀었다. 그는 40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 수단 남부 톤즈 마을 사람들을 위해 병실 12개를 갖춘 병원을 짓고 홍역과 결핵, 한센병 등 질병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해 예방접종을 실시하며 진료를 했다. 그는 2008년 11월까지 8년간 봉사활동을 벌였다.
당시 ‘왜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가’라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그는 대답했다. “예수님께서는 ‘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해 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후 이태석 신부는 귀국한 뒤 건강검진으로 대장암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아왔으나 끝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48세의 젊은 나이에 운명했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수단의 슈바이처’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화 ‘울지마 톤즈’
故 이태석 신부의 삶을 그린 영화 ‘울지마 톤즈’ 시사회가 로마 교황청에서 열린다.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은 “다음 달 15일 교황청 건물 비오10세홀에서 교황청 고위 인사와 교황청 주재 각국 대사 등 180여 명을 초청해 이 시사회를 연다”고 22일(현지시각) 밝혔다.
한홍순(68) 주교황청 대사는 “나라 전체의 국격(國格)을 올리는 것은 사랑의 실천”이라며 “국외에서 사랑을 실천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이태석 신부”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의대 졸업 후 사제의 길로 들어선 뒤 아프리카 수단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태석(1962~2010) 신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은 이달 초 ‘울지마 톤즈’의 이탈리아어 더빙 작업을 마쳤다. 한 대사는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초청했지만, 일정상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 영화를 제작한 구수환 감독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많이 울었는데 25년간 방송 생활하면서 이렇게 많이 울어본 적이 없었다”면서 “각박한 시대에 따스함을 주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