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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윤 (사)행복한통일로 대표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이런 걸 ‘욕심’이 많다고 해야 할까. 아니다. ‘열정’이 넘친다는 게 정확하다. 대표 직함만 세 개. 한 곳만 운영하기도 벅찬 단체를 세 군데나 맡고 있다. 어떤 단체를 언급해야 그의 정체성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지 몹시 고민이 된다. 일단 ‘(사)행복한통일로’ 대표로 소개하는 게 제일 나을 듯싶다. 그간 해왔던 일을 설명하는 그의 표정이 더없이 ‘행복해’ 보이니 말이다.

도희윤(45) (사)행복한통일로 대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및 선진통일교육센터의 장(長)으로 활동하고 있다. 각 단체의 정체성은 선명하게 구분된다. 피랍탈북인권연대는 ▲납북자 문제 ▲탈북자 지원 ▲북한 주민 인권개선을 위해 조직된 단체다. 선진통일교육센터는 청소년 위주의 통일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행복한통일로는 이들 단체의 효과적인 대외 활동을 위한 법인화 요청에 따라 설립됐다.

“학생 때부터 시민단체 흥사단에서 활동을 해왔습니다. 거기서 오랜 실무경험을 쌓다 보니 느낀 게 하나 있었습니다. 탈북자를 초청해서 강연을 듣는 수준으로는 탈북자·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다 싶어서 98년부터 피랍탈북인권연대 설립을 준비했습니다. 이와 함께 청소년 통일 교육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선진통일교육센터를 열게 됐습니다.”

최근 도 대표와 연계 단체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한 바 있다. 일차적으로 김 위원장을 인권 탄압 등 반(反) 인류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이어 연평도·천안함 사태와 관련된 전쟁범죄 혐의로 ICC에 고발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ICC는 보도자료를 통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예비조사에 착수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도 대표는 “예비조사 차원에서 본조사로 넘어가고 본조사에서 더 나아가면 조사관들이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 김정일 정권에 내려지는 심판의 칼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무거운 주제를 잠시 접고,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물었다.

“작년 이맘때 몽골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탈북 여성 4명이 중국에서 몽골 국경을 넘어 움직였다가 길을 잃었어요. 그 지방은 가을 날씨가 매우 춥고 늑대의 습격이 많기 때문에 아주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몽골로 한달음에 달려갔죠. 다행히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거의 죽기 직전이었던 그녀들을 구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돌아오는 길에 도 대표가 몽골 당국에 붙잡히게 된 것이다. 도 대표는 이틀 동안 유치장에 있다가 계속 억류돼 한 달 가까이 몽골에서 지냈다.

“보람은 있었지만 외국에서 인신의 구속을 당하다 보니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래도 탈북 여성들을 살릴 수 있었던 게 참 다행이었습니다.”

한편 도 대표는 청소년 통일 교육 부문에서도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도 대표는 지금의 청소년 세대가 ‘통일의 주역’이라고 확신한다. 통일이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그의 목표다. 물론 대상자에는 탈북 청소년도 포함돼 있다. 특히 탈북 청소년과 남한 청소년의 교류는 북한의 현실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전하는 기회라고 생각해, 남북 청소년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캠프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고 도 대표는 밝혔다.

“통일을 짊어지고 가야 할 대상자는 청소년입니다. 청소년들에겐 현장 학습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가령 연평도 포격 현장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교육이죠. 현장을 보며 대결 의식을 키우기보다는 그 가운데서 ‘미래’라는 부분을 고민해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아이들을 위해서 어른들이 당장 해야 할 일을 언급했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자란 세대입니다. 전쟁을 겪은 세대와는 다를 수밖에 없고 통일에 대한 관심 역시 떨어지는 게 당연합니다. 따라서 이미 전쟁을 경험한 세대나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현장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통일에 대한 준비와 미래에 대한 신념을 키우게 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밝은 통일의 미래를 여는 어른들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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