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우리 고전에 등장하는 이도령은 단오날 광한루에 나가 절세 미녀 춘향을 만난다. 글방 도령은 단박에 상사병에 걸려 다짜고짜 안부를 넣고는 심야에 월매집을 담 넘어 침입했다. 이도령은 방자를 꾀어 당일 춘향과 백년해로를 약속한다. 미인 앞에서는 공부고 과거고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모양이다.신관사또 변학도가 봉고파직을 당한 것은 춘향 때문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보고 온갖 감언이설로 꾀다가 안 되니 관장 능욕죄를 뒤집어씌워 투옥시키기까지 한다. 이 사건으로 변학도의 출셋길은 나락으로 떨어졌다.남자라면 미인을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강수곤(姜秀崑)은 15세에 휘(諱)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배모 교관(敎官)으로부터 글을 배웠는데 당시 함께 동문수학(同門修學)한 인물은 참찬(參贊)을 역임한 류간(柳澗)이었다. 그는 문인(門人)으로서 그 직분을 성실히 수행했으나 스승의 건강이 좋지 않았다는 것인데, 동문인 류간과 함께 좌우에서 시중해 그 정성이 밤낮으로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하니 스승에 대한 예우가 어느 정도였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스승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 마음이 한결같았으니 기일이 될 때마다 초상 때처럼 음식을 먹고 재계하며 거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테네스는 이 섬으로 도망쳤다. ‘테네시안 도끼’라는 말도 있다. 나중에 테네스의 무죄를 안 아버지가 화해하려고 테네도스로 왔다. 그러나 화가 풀리지 않은 테네스는 도끼로 항구에 정박한 아버지의 배에서 밧줄을 끊었다. 부근의 아소스섬에서 3년 동안 철학을 가르치고, 아들 니코마스를 얻은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속담이 테네스의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말했다. 다른 버전의 전설도 있다. 테네도스 왕은 간음한 자를 도끼로 죽인다는 법을 선포했다. 자신의 아들도 용서하지 않았다. 쌍날도끼는 이곳 말로 Labrys라고 한다. 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애초에 김성수 감독은 영화 ‘서울의 봄’이 젊은 세대에게 외면받을 것을 염려해 편집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기성세대들은 좀 익숙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는 먼 과거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젊은 세대들은 가볍고 짧은 콘텐츠만을 선호하는 것으로 생각됐기 때문에 2시간이 훌쩍 넘은 분량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 10대는 물론이고 20, 30대가 기성세대보다 더 많이 관람하는 현상을 분석해 볼 수 있다.우선 공정세대의 특징이 작동하
우리 민족은 태초부터 그 어떤 민족 못지않게 많은 사연을 지니고 있다. 그 사연은 기쁨과 환희보다 아픔과 치욕이란 글자를 떠올리게 하는 그야말로 아픈 역사다.그 가운데서도 특히 아프고 치욕스런 역사가 바로 일제 식민치하에서의 굴욕이니 조선의 종말이다.이 세상엔 아주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섭리요, 원칙이 하나 있다. 그것은 국민 곧 선민이 부패하면 매국으로 이어지고, 부패는 결국 외세 침탈이라는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뿐만 아니라 이 같은 멸망은 다시 자유와 독립이라는 회복 운동으로 이어지게 되니 그야말로 섭리 중 섭리가 아닐 수 없다
장순휘 정치학박사/ 한국문화안보연구원 부원장지난 11월 23일 북한은 ‘9.19군사합의를 전면파기’ 한다고 선언했다.북한은 21일 22시 42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케트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1차 발사는 5월 31일 군사정찰위성으로 위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강행했다. 2차 발사는 8월 24일 북한이 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는 명목으로 발사했으나 실패했고 3차 발사에서 성공했다.이는 정찰위성발사가 자위권 강화에 관한 합법적 권리라는 궤변과 달리 주변국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막강한 사우디아라비아 오일머니가 한판승을 거뒀다. 한국은 대통령과 총리,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위시, 대기업 총수들까지 모두 나가 부산 엑스포 유치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역부족이었다.당초 사우디, 이탈리아가 먼저 나서고 한국이 후발주자로 도전했을 때부터 이 게임은 승산이 없다는 얘기가 있었다. 우리가 우려했던 대로 오일머니의 힘이 많은 나라의 동조를 얻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탈리아는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오일머니의 위력은 우리 국민들도 즐겨보는 영국 프로축구 EPL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북한은 해방 후 불행하게도 민주주의의 다원적 정치문화를 경험치 못한 채 이른바 인민민주주의란 낯선 정치체제를 도입했다. 조선조 500년의 왕조 질서, 그 후 일제의 폭압적 식민지 통치만을 겪다 급조된 공산 정권을 수립한 것이다. 남한은 그래도 4월 혁명에서부터 87 민중 항쟁에 이르기까지 민주화의 과정을 체험했다. 학생, 시민들은 반독재 민주화 과정을 통해 피를 흘리면서 자유민주주의의 고귀한 가치를 체득한 것이다. 그러나 소련의 지원으로 탄생한 김일성 정권은 인민을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대상으로만 삼았다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강수곤(姜秀崑)의 자(字)는 여진(汝鎭)으로서 1555(명종 10)년 7월 11일 사헌부 집의(司憲府執義)에 증직된 강응운(姜應運)과 전주이씨(全州李氏) 계림군파(鷄林君派) 문천청(文川正) 이수갑(李壽甲)의 딸 사이에 2남중 장남으로 탄생(誕生)했다.강수곤의 본관(本貫)은 진주로서 조선초기(朝鮮初期)에 홍주목사를 역임한 통계(通溪) 강회중(姜淮仲)은 7대조부가 되며, 참판(參判)에 증직된 6대조부 강안복(姜安福)은 9형제를 두어 구리파(九利派)을 형성했으며, 장파(長派)가 5대조부인 영선군(永善君)의 증직을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이다산 정상에서 북서쪽을 바라보면 트라키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호머가 스케치한 이 파노라마에는 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웅장한 ‘사모트라키(Samothrace)섬’은 트로이에서 북쪽으로 약 70㎞ 떨어져 있으며, ‘세멘디렉(Semendirek)’이라고도 부른다. ‘괴크체아다(Gokceada)’라고도 부르는 ‘임브로스(Imbros)섬’은 그 중간에 있다. 호머가 임브로스의 높은 산 때문에 사모트라키에서는 트로이 평원을 볼 수 없다고 설정한 것은 당연하다.그러나 1844년에 트로이를 방문한 영국 여행가 윌리엄 킹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2022년 칸 영화제에 초청되어 해외에서도 호평받았던 영화 ‘헌트’는 독특한 콘셉트를 갖고 있었다. 그 독특한 면은 장안의 화제작 ‘서울의 봄’과도 닿아 있다. 그것은 우리의 인식만이 아니라 대중문화 속 인식을 달리 만들었다.우선 영화 ‘헌트’는 30년 차 배우인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지만, 절친인 정우성과 함께 주연으로 열연했는데 실제 현대사의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정재-정우성이 현대사의 굵직한 실제 사건에 관심이 있었다니 새삼 놀라게 한 점이 있었다. 그 실제 사건은 1983년 1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권이 12.12 군사 쿠데타를 소재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이 관객 수 200만명을 넘어서며 흥행 가도를 달리자 영화 내용을 빗대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을 공격했다.김용민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 “윤 정권이 권력을 사용하는 대범함을 보면 22대 총선에서 조금만 유리한 결과가 나와도 계엄을 선포하고 독재를 강화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최소 단독 과반 전략을 통해 윤석열 정권 심판과 계엄 저지선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해 헌정을 중단시킬 것이라는 어처구니없
프랑스의 수학자이며 철학자, 신학자, 사상가로 유명한 파스칼은 “인간은 자연 가운데 가장 약한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을 남겼다.과연 그러할까. 그러하다. 그 답은 파스칼과 같은 우리 인생이 아닌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말씀에서 찾을 수 있다.2000년 전 예수님의 길을 예비하던 세례요한은 돌연 예수님이 진정 하나님이 보내신 자인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게 됐다.그리고 예수님은 세례요한의 흔들리는 믿음에 대해 제자들에게 이르기를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에 비유했다.즉, 우리 인생은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했다. 영화는 집단 속에서 권력을 위해 배신하고 사리사욕과 야심을 채우려는 인간의 본성, 특히 잠재된 악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1979년 10.26 사건 이후 긴 겨울이 가고 서울에도 봄이 찾아오는가 했다. 그런데 잠시 후 12.12 사태가 이어졌다. 영화 ‘서울의 봄’은 그 짧은 순간에 급작스럽게 닥치는 다양하고 새로운 인물, 사건으로 더욱 큰 혼란 속에 관객들을 밀어 넣는다.‘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지난달 필자는 여성들이 가장 존중받고 살았던 신라국 고도 경주를 다녀왔다. 선덕여왕과 관련 있는 ‘향가’ 취재를 위해서였다. 향가 제목은 ‘풍요(風謠)’로서 영묘사(靈妙寺)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묘사는 바로 선덕여왕이 세운 절로 알려진 유적으로 본래는 신라 불교의 시원지인 이차돈의 순교지 흥륜사다.왜 신라 사람들은 이 향가를 ‘바람의 노래’라고 했을까. 풍요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라 가요다. 지은이를 알 수 없으나 양지(良志)가 영묘사의 장육존상(丈六尊像)을 만들 때 부역 온 성내 남녀들이 불렀다는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목민심서(牧民心書)는 정약용(丁若鏞)이 강진에서 오랜 유배생활(流配生活)을 하면서 저술한 여러 저서(著書)중에서 대표적인 저서라 할 수 있는데, 사암(俟菴)은 목민심서 48권을 강진읍에서 조금 떨어진 다산서옥(茶山書屋)에서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정약용은 목민심서의 서문(序文)에서 ‘목민(牧民)’이란 백성을 기른다는 뜻이요, ‘심서(心書)’란 목민할 마음은 있으나 몸소 실행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하였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의 구체적인 구성과 내용은 그가 직접 지은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에서 다음과 같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이 만리장성을 훌쩍 넘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팀은 지난 21일 중국 광둥성의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2차전에서 전반전에 터진 손흥민의 2골을 앞세워 3-0 승리를 거뒀다. 싱가포르와 1차전(5-0 승)에 이어 2연승을 거둔 한국은 C조 1위를 유지하며 3차 예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할 가능성을 키웠다.한국은 중국과 상대 전적에서 최근 4연승을 포함해 22승 13무 2패로 앞서나갔다. 중국은
전경우 칼럼니스트‘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신동엽(申東曄, 1930~1969) 시인이 1967년 발표한 ‘껍데기는 가라’는 시다. 시인 신동엽은 요즘 TV에 등장하는 개그맨 출신 방송인 그 신동엽이 아니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트로이에서 몇 ㎞ 떨어진 해안 근처에는 아킬레우스, 아이아스, 파트로클로스의 무덤이 있다. 모두 트로이에서 전사한 영웅들이다. 해안을 따라 Sigeion, Rhoiteion, Ophryneion, Akhieion과 같은 고대 도시가 이어진다. 이 지역은 아주 먼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트로이 일대는 튀르키예에서 ‘트로이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호머의 자연’이라고 해도 좋을 요새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보호돼야 할 인류의 자산이다.그동안 우리가 익숙하게 불렀던 터키(Turkey)라는 나
비산비야(非山非野)라 했던가. 그렇다면 저 산과 들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인산인해(人山人海)라 했으니 눈에 보이는 만물을 통해 또 다른 차원의 만물을 가리키고 있으니 곧 사람이며, 이 사람들은 약속으로 된 사람들이다.이들은 현세(現世)가 아닌 내세(來世) 곧 오는 세상의 주인공들이다.온 만물이 기대하고 고대해온 바는 바로 이들의 출현이며, 내세를 약속으로 기록해 놓은 종교의 경서 또한 매일반이다.내세는 왜 이들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자.지금까지 온 인류가 살아온 세상 곧 현세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무엇이라 할까.그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