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통령도 일개 국민이다. 국민으로부터 행정부의 일을 위임받은 최고 책임자일 뿐이다. 대통령도 업무수행 중 법을 위반했거나 잘못이 있다면 예외 없이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 대통령이니 안 된다는 생각은 특권의식이다.미국 제37대 대통령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가 재임 중 뇌물을 받았거나 직권을 남용해 사임한 것이 아니었다. 도청사건에 관해 거짓 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은 닉슨의 거짓말을 수용하지 않았다.법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하는 박범계 법무장관이 최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패인이 무엇인지,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 무엇인지를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패인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이재명 후보에게 있었다. 자신도 선거 패배 이후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겸허하게 결과를 승복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이재명의 부활을 위한 당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국민들이 47.8%를 지지해 준 데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이재명의 부활이 민주당의 총론으로 귀결되는 듯한 인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신라 신문왕대 태자 보천(寶川)과 효명(孝明) 왕자의 아름다운 얘기가 삼국유사에 전한다.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왕좌를 헌신짝처럼 버린 이가 바로 보천태자다. 보천태자 형제는 1000여명의 시종을 데리고 전국의 명산을 유람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오대산에 이르러 몰래 자신들의 몸을 숨겼다. 오대산의 수려한 정경을 바라보니 권력의 암투로 살벌한 궁중이 싫어진 것이다. 이때 왕의 동생이 태자가 없는 틈을 타 보위를 노리자 신하들이 제거했다. 그리고 장군 네 사람을 오대산으로 보내 태자를 맞게 했다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3~40여년 전 발행된 대학 및 연구기관의 성지유적 조사 보고서를 보면 남한 지역 내에서 고구려성으로 비정된 경우가 별로 없다. 북한이나 중국의 고구려 유적 답사가 불가능한데다 와편에 대한 연구도 없어 신라 성으로 단정 짓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고구려 유적이라고 보는 견해에 보수적이다.한강, 임진강 유역 고현(古縣)의 연혁을 보면 고구려지명이 없는 곳이 없다. 소백산을 넘어 영주지역까지 고구려 지명이 남아있다. 고구려 세력이 경상북도 지역 깊숙이 뻗쳤으며 경주가까이 진출했음을 알려준다.필자는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삼천리 금수강산 한반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맑고 깨끗한 물을 지니고 있는 복된 나라다. 택리지에 보면 우리나라 이름 난 물 가운데 가장 유명세를 탄 곳은 충주시 달천이라고 했다. 물이 달아 감천(甘川) 즉 우리말 ‘단’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달천의 물맛은 임진전쟁당시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지나가다 물맛을 보고 ‘이 물은 중국 여산(廬山)의 발물과 같다’고 했다고 한다. ‘여산의 물’이라면 최고의 찬사다.여산은 세계적인 명산이다. 우리가 쓰는 ‘진면목(眞面目)’이란 단어가 여산에서 유래했다. 일년에 20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제20대 대통령 선거 개표상황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당선자와 낙선자의 표 차이는 0.73%.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근소한 차였다. 잠을 설치며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새벽이 돼서야 당선자가 가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승리한 야당은 인수위를 구성하고 출범채비를 하고 있다. 선거에 패배한 민주당은 당 지도부가 총 사퇴했지만 계파 간 분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번 선거에서 무엇을 얻고 또 잃었을까.투개표가 모두 끝나고 승자와 패자 모두가 겸손함을 잃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여당 이재명 후보는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전쟁은 한두 명 지도자의 야욕이 결정하지만 희생자들은 젊은이들이다. 아무 죄 없는 국민들이 포탄을 맞고 죽어가며 이유를 모르고 끌려 온 병사들이 어린 생명에게까지 총을 난사한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지금 하루에도 수백명씩 아까운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의 어처구니없는 야욕이 빚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전쟁보다는 끝까지 평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너희들은 과거 우리의 지배를 받은 민족이니 무조건 항복해야 한다는 논리다.궁지에 몰린 푸틴은 핵무기 사용까지 들고 나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인(仁)’은 어질다는 뜻이다. ‘어질다’라는 것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마음이 너그럽고 모질지 않다는 말이다. 유교사회는 왜 ‘인’을 최고의 이상과 덕목으로 삼았을까.중국 한자의 연원을 집대성한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따르면, 인은 ‘인(人)’과 ‘이(二)’의 두 글자가 합쳐서 된 것이라고 했다. 사람(人)이 하늘(-)과 땅(_) 두(二) 이치를 알고 실행하는 것이 바로 인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은 ‘하늘의 도리’가 되는 것이다.성인 공자의 큰 사상도 바로 ‘인’에 대한 도달이었다. 배움의 최고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도지사격인 조선시대 감사(監司)를 순상(巡相)이라고도 불렀다. 백성들은 높은 집인 합(閤)에 상주한다고 해 합하(閤下)라는 호칭을 썼다. 백성들이 민원을 감사에게 올릴 때는 글 서두에 ‘순상 합하’라고 하며 온갖 미사여구로 칭송하는 것이 상례였다.감사는 정2품의 품계를 지닌 대신 가운데서 선발해 파견됐다. 임금을 대신해 한 도(道)의 사법, 행정을 처결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많은 감사 가운데 훌륭한 인물도 있었지만 본연의 일보다는 주색잡기나 탐관이 돼 나중에 파직되는 경우도 많았다.조선 세종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과거 유교사회에서도 ‘적폐청산’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곤 했다. 적폐란 무엇인가. 사전을 찾아보면 ‘오랫동안 쌓인 폐단’이란 뜻이다. 그러나 적폐청산에는 반드시 음모와 숙청 바람이 불었고, 가식적 적폐청산은 피비린내 나는 사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적폐청산이 문제가 돼 젊은 지식인들이 화를 입은 최대의 비극은 기묘사화였다. 반정 공신즉 훈구파들이 누리는 반사회적 적폐청산을 부르짖은 개혁파 조광조 일파는 결국 음모로 어처구니없게도 패망했다.중종은 처음에 사림파들의 개혁주장에 호응하며 편애했다. 그러나 나중에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구례 화엄사 홍매는 입춘 때 장관을 이룬다. 올해는 강추위가 계속돼 아직 소식이 없다. 그러나 날씨가 따뜻한 제주 한림공원에는 홍매가 요염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으며, 다음 주에 홍매축제가 열린다고 한다.매화는 군자의 절의를 상징하는 꽃이다. 변하지 않는 선비나 여인의 절개를 얘기할 때 비유하기도 한다. 신흠(桑村 申欽)은 인조 때 영상을 지낸 훌륭한 인물이다. 매화의 고절한 정신을 이렇게 노래했다.오동은 천년을 늙어도 곡조를 간직하고(桐千年老恒藏曲)/ 매화는 늘 춥게 살지만 향기를 팔지 않네(梅一生寒不賣香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대선 50여일 남겨두고 대한민국 선거 현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다. 도대체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지, 부인들의 일탈이나 비행 캐기 경쟁 선거인지 헷갈릴 정도가 됐다.일부 신문 방송들은 진영 논리에 빠져 이성을 잃은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상대 후보의 면을 깎는 뭐라도 찾으면 언론 고유의 공정성을 지키지 못한다. 형평을 지키려는 의지가 어디 있으며 공영방송의 의미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후보 부인의 녹취록에서 일부 무속인들과의 친분과 선대본부 참여가 밝혀지자 여당은 환호 분위기를 이뤘다. 그러나 이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청나라 건륭제의 여름별장 ‘열하’를 사신의 종사관으로 다녀온 연암 박지원은 일기를 쓰면서 당시 중국을 ‘상국(上國)’이라고 표기하지 않았다. 비록 군사력으로 조선을 강점했으나 청국의 문화가 낮은 것을 폄하한 것이다.연회석에서 주고받은 화답 시에 ‘일월(日月=明)’이란 글자마저 꺼리는 중국 사대부들 앞에서 조선의 젊은 외교사절들은 수준 높은 학문을 가지고 이들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당시 청나라는 주변 제후국 가운데 조선의 사신들을 최고로 대우해 줬고, 좋은 숙소를 배정했으며 항상 제1번 순위로 황제를 만나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아량(雅量)과 도량(度量)은 성품이 너그러운 사람에게 붙이는 용어다. 비슷한 말이지만 아량은 너그럽고 깊은 마음을 가진 것을 지칭하고, 도량은 아량의 함량을 말할 때 쓰는 용어다. 중국 고래의 역사에서는 인물의 포폄을 논했지만, 아량으로 성공을 거둔 영웅들에게 많은 기록을 할애했다.고대 사서에서 가장 아량 있었던 치자(治者)는 누구였을까? 중국인들은 진 목공(秦穆公)을 꼽는다. 그는 춘추시대 천하를 잡은 군주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어진 신하들을 아끼고 사랑했다. 그리고 한번 신임한 신하에 대해서는 끝까지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호랑이는 옛 민담속의 주인공이다. 아득한 옛날을 상기할 때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고 말한다. 호랑이를 산군(山君) 혹은 산신령, 혹은 영물이라고 한 것은 그만큼 두려운 존재여서 붙인 별호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무서운 호랑이를 해학적인 대상으로 삼아 물리치는 무용담을 많이 만들었다.호랑이가 사람을 해치려고 산에서 내려왔다. 아이가 호랑이가 온다고 하자 울음을 그치지 않더니 할머니가 곶감 주겠다는 소리에 그만 울음을 그쳤다. 호랑이는 자기보다 곶감이 더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해 줄행랑을 친다.충북 영동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자식 일 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속어가 있다. 또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한다. 자식이 잘 되면 부모를 기쁘게 할뿐더러 가문의 영광이 된다. 유교사회 자식이 장원급제를 하고 벼슬이 높아지면 이미 돌아가신 부모의 예우도 높아진다. 아들 벼슬이 정2품이면 부모도 정2품 증직을 받는다.그러나 아들이 불행하면 부모의 불행이 된다. 조선 초 한 재상이 지방 관찰사로 재직하는 동안 젊은 아들을 데리고 갔다. 그런데 아들은 공부에 관심 없고 고을 기생과 사랑에 빠진다. 체직이 돼 상경하는 동안 아들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조선 시대 희대의 사기꾼으로 통하는 봉이 김선달. 요즈음 언론에 민주당 정청래 의원 설화(舌禍)로 부각된 주인공이 바로 봉이 김선달이다.그는 실지 인물이었을까, 아니면 지어낸 설화였을까. 일설에는 김삿갓처럼 실제 생존했던 인물로 전국을 떠돌며 세상 물정 모르는 양반들과 부자들을 골려 먹었다는 설도 있다.‘선달(先達)’이란 벼슬 없이 살아가는 한량을 지칭한 말이다. 평소 무술을 연마해 건장한 체격을 지니고 있어 배짱도 있고 양반자제들도 함부로 못했다고 한다. 봉이 김선달이 두둑한 배짱으로 양반과 탐욕스런 부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허언(虛言)은 실속이 없는 말이란 뜻이다. 거짓말이나 체면을 위해 하는 가식적인 말도 허언이다. 유교사회에서 사대부가 허언을 하면 사류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신뢰를 상실했다.바른 선비들은 ‘거짓이 없고 행동은 언제나 과단성이 있는 것’을 신조로 삼았다. 표리가 부동하거나 신뢰를 잃은 사대부가 관직을 받으면 주변에서 상소가 잇달았다.조선 유교사회 임금의 경우도 한 입으로 두말하면 신하들의 성토가 빗발쳤다. 신하들은 목숨을 내놓고 다시는 그런 허언, 거짓말을 하지 못하도록 간했다.연산군과 광해군이 반정(反正)을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적전분열이나 자중지란은 패망한 나라의 역사가 지닌 교훈이다. 최근 국민의 힘 내홍을 보면 여론조사에 힘입어 미리 샴페인을 터뜨리고 자리다툼으로 사분오열된 듯한 인상이다.젊은 당대표가 윤 후보의 패싱에 불만, 철없이 잠적했다 급히 찾아간 윤 후보와 갈등을 봉합한 제스처를 보였지만 언제 또 균열이 올지 모른다. 합의 결과도 참신하지 못해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이 같은 현상은 후보의 리더십에 커다란 타격을 줬다.한 집안으로 치면 가장이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못하면서 어떻게 천하를 평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적벽대전’은 고대 중국 삼국시대 유비와 조조의 전쟁이었다. 소설로 영화로 세계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드라마 같은 중국 역사다. 이 전쟁에서 냉철하고 원리원칙을 고수했던 영웅 조조는 부드럽고 유한 유비에게 대패한다. 단단한 쇠는 부러지나 유연한 것은 질겨 오래 간다는 것을 교훈으로 남기고 있는 것인가.판소리 적벽가를 보면 승리한 유비는 당대의 현군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패장 조조는 죽음 앞에서 살려고 버둥거리는 비열한 인간으로까지 표현되고 있다. 본래 역사는 아무리 훌륭한 영웅일지라도 패장이 되면 후한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