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구례 화엄사 홍매는 입춘 때 장관을 이룬다. 올해는 강추위가 계속돼 아직 소식이 없다. 그러나 날씨가 따뜻한 제주 한림공원에는 홍매가 요염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으며, 다음 주에 홍매축제가 열린다고 한다.매화는 군자의 절의를 상징하는 꽃이다. 변하지 않는 선비나 여인의 절개를 얘기할 때 비유하기도 한다. 신흠(桑村 申欽)은 인조 때 영상을 지낸 훌륭한 인물이다. 매화의 고절한 정신을 이렇게 노래했다.오동은 천년을 늙어도 곡조를 간직하고(桐千年老恒藏曲)/ 매화는 늘 춥게 살지만 향기를 팔지 않네(梅一生寒不賣香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얼마 전 아흔 나이를 넘어서도 매일 1만 5000보를 걷고 새벽 3시에 일어나 독서와 시 쓰기를 멈추지 않는 영원한 ‘청년 시인’ 이생진 선생(93)을 만났다. 인천 강화도의 개인 문학관에서 열린 그분의 40번째 시집 ‘나도 피카소처럼’ 출판 기념회였다. 시인, 박물관 큐레이터, 1인 크리에이터 등으로 활동하는 60, 70대 제자 7명이 마련한 뜻깊은 자리의 여운이 아직 진하게 남아 있다. 누군가를 흠모하고, 따듯한 포옹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언어로 소통하는 모습에 진한 감동이 솟구쳤다.청년 시인이
세화고운기(1961 ~ )이른 새벽눈길을 걸어 동구(洞口)를 벗어난 자의 정체는누구나 알았다.발길이 어디로 가서 멈췄는지모를 뿐이다.거칠게 끌린 발자국을 보아라.서둘러 잰 걸음에닮아서식솔(食率)의 어느 얼굴을 지우려 힘겨웠는지찍혀 있다. [시평]‘세화’는 제주도에 있는 지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화’는 마치 밤새 내려 쌓인 눈 위로 찍힌 발자국이 무슨 꽃 모양을 띠고 있는 듯한, 그러한 이름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여하튼 우리의 입속에서 예쁜 이름으로 옹알이며 불릴 수 있는 그런 단어, ‘세화’. 그와 같은 의미에서 언어를 다루는
정라곤 논설실장/시인‘약속해요, 이 순간이 다 지나고/ 다시 보게 되는 그날/ 모든 걸 버리고 그대 곁에 서서/ 남은 길을 가리란 걸//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내 생애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고달픈 삶의 길에 당신은 선물인 걸/ 이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 비출게요// (후략).’ 가사가 유달리 아름다운 노래 ‘인연’을 가수 이선희 씨가 2009년 2월경 선을 보여 한 때 이 노래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인연(因緣)’이란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이다. 통상적으로 인연은 이선희 씨의 노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적전분열이나 자중지란은 패망한 나라의 역사가 지닌 교훈이다. 최근 국민의 힘 내홍을 보면 여론조사에 힘입어 미리 샴페인을 터뜨리고 자리다툼으로 사분오열된 듯한 인상이다.젊은 당대표가 윤 후보의 패싱에 불만, 철없이 잠적했다 급히 찾아간 윤 후보와 갈등을 봉합한 제스처를 보였지만 언제 또 균열이 올지 모른다. 합의 결과도 참신하지 못해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이 같은 현상은 후보의 리더십에 커다란 타격을 줬다.한 집안으로 치면 가장이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못하면서 어떻게 천하를 평
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물티슈도 4등분 해서 쓰고 한 달 수도요금이 3000원을 넘지 않을 정도로 근검절약하며 살아온 이순난(90)씨의 이야기가 화제다. 그렇게 근검절약해서 모은 돈 8억 5천만원을 서울대 발전기금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기부를 결심한 후에는 혹시라도 자신의 뜻을 못 이룬 채 세상을 떠나게 될까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결국 ‘이순난 장학기금’의 주인공이 돼 소원을 풀게 됐다. 이씨는 제주도에서 해녀로 한평생을 산 93세 할머니가 대학교에 1억원을 기부했다는 기사에 감동을 받아서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누구나 짜릿
정라곤 논설실장/시인지난 5일 열린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에서 대선 최종 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선출됐다. 정계에 입문한 지 99일 만에 제1야당의 대선후보를 꿰찬 것은 특이한 일이지만, 평소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국민과 국가에 충성한다’는 공직관의 각인과 함께, 아무래도 최근 1년여동안 권력피해를 많이 받았다는 점이 민심에 반영된 것일 터, 국민들에게 무너진 대한민국의 법치와 정의, 그리고 공정을 바로 잡겠다는 평소 소신이 정치적으로 투영된 결과라 할 것이다.이제 내년 3월 9일 치러질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최병용 칼럼니스트지혜로운 고령자가 되기 위한 10계명 중 제6계명은 ‘미워도 내 사람이 제일’이다. 전체 이혼자의 35% 정도가 황혼이혼이라고 한다. 가장 여유롭고 행복하게 배우자와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시기에 이혼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배우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상대를 무시한 게 원인이다. 30여년 잘살아준 배우자라면 노후에 더더욱 ‘최고!’라고 치켜세우고 존중하며 살아야 한다. ‘구관이 명관’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제7계명은 ‘뒤돌아보지 말고 남은 날들을 즐겁게 보내라’다. 90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지난 70년대 후반 청주 서문시장 안에 해장국집을 하는 구두쇠 할머니가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의 별명이 욕쟁이였다. 해장국집에 드나드는 고객에 대해 존댓말을 쓰는 법이 없고 해장국을 남기기라도 하면 입에서 욕과 함께 불호령이 떨어진다. “다 XXX, 복 나가게 남기면 디어?!.”어느 날은 충북 도지사가 새벽에 장관을 안내해 해장국집을 찾았다. 장관이 해장국을 먹다가 반쯤 남기자 거침없이 욕이 나온다. 장관이 놀란 표정을 짓자 지사가 ‘장관님이십니다’라고 귀띔했다. 그런데 할머니의 응수가 걸작이다. “장관이
수도권 등 코로나 위험지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오는 22일까지 연장됐다. 방역 당국이 국민에게 협조를 바라고 또 호소하고 있지만 확산세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 사정에 따른 것이다.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 대응에 관한 새로운 접근법인 ‘위드 코로나’ 계획도 흘러나오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백신 예방주사 접종 완료를 최대한 앞당겨 국민에게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4단계가 연장되다 보니 해당 지역의 소상공인들의 불만 소리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포함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 이 내용은 농지법 제6조에 나오는 조항이다. 농지 소유를 하려면 자경(自耕)원칙에서 그 토지를 사야 한다는 것이고, 농지 소유자가 질병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위탁경영을 허용하고 있는 게 현형 농지법의 내용이다. 그렇지 않고 농사를 지을 목적 없이 땅을 사는 등 위법한 경우에는 동법 제5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벌칙도 마련돼 있다.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부친이 지난 2004년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2023㎡(약
천지일보가 독자참여코너로 가로세로 낱말 퀴즈를 연재합니다. 낱말 퀴즈는 가로세로 낱말퍼즐 저자로 잘 알려진 김수웅 선생이 직접 출제한 퀴즈가 격주로 게재됩니다. 퀴즈에 응모하는 독자 중 5분을 추첨해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증정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가로열쇠1. 적을 얕보면 반드시 패함. 한자로 輕敵必敗3. 크게 될 사람은 늦게 이루어짐을 이르는 말 6. 전장(戰場)에서 승리를 위해 생활과 전투를 함께하는 동료 8. 국가 방위에 관련된 군정 및 사무를 맡아보는 중앙 행정 기관10. 조선왕조의 정3품 상계(上階) 이상의 품계
정라곤 논설실장/시인세상 돌아가는 사연들은 동네 노인들이 더 잘 안다. 정치 이야기도 척척박사다. 초로의 노인 이 땅거미가 질 무렵 폭염을 피해 아파트 인근 공원 벤치에 앉아 나누는 정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정치평론가나 정치인 뺨을 치고도 남을 만큼 훤히 꿰뚫고 있다. 흘러나오는 말에 귀기울이다 보면 ‘정의가 조금은 살아있는가 보네’라는 말이 들리고 “정권 말이라서 그렇제”라는 소리도 들리는데 아마도 김경수 경남지사의 대법원 유죄 판결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정치인이나 유력자들이 대선에서 특정후보를 위해 다른 후보의 사실과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바닷바람은 탄소 없는 21세기의 석유자원과 같습니다. 드넓은 바다 위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는, 국토의 한계를 뛰어넘고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뿐 아니라 지역경제를 살리는 미래성장동력이 될 것입니다.”문재인 대통령은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전략 보고 행사 자리에서 해상풍력의 비전에 대해 이렇게 선언했다.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이 인류 생존의 위협으로 인식되면서 전지구적 차원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각광받고 있는 시점, 해상풍력은 육상에 비해 바람의 에너지가 풍부하고 대규모 발전단지를 건설하는데
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는 2019년 4월 3일 세계 최초로 상용화서비스를 시행한 지 이제 2년이 막 지났다. 금년 3월 말 기준 국내 5G 가입자는 1500만명에 이르러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의 28%가 5G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통신 3사의 주장과는 달리 평균 속도는 690Mbps로 세계 최고 수준에는 한참 뒤진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인구 95%가 거주하는 국토면적 53%인 도시지역 위주로 망이 구축돼 있어 농어촌 등 교외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교외지역 가
일본 정부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2년 후 해양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외는 물론 국제환경단체도 반발하고 있지만 사실상 방류 방침을 굳혔다. 약 30년에 걸쳐 소량씩 방류하겠다고 밝혀 인접국을 넘어 아시아와 전 세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보건기구의 정화 기준보다 안전하다고 하지만 이 오염수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포함한 특수 정화처리로도 걸러지지 않는 트리튬 등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앞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일시적으로 일부 오염수만 방류했는데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신라 화랑 효종랑의 설화는 고대 서라벌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풍속을 보여 준다. 왕도에 지은(知恩)이라는 처녀가 30세가 넘도록 시집을 가지 않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그런데 가난해 쌀 10섬에 팔려 가는 몸이 된다.모녀가 붙들고 통곡하는 것을 지나가던 늠름하고 인자한 화랑 효종랑이 들었다. 화랑은 부모를 설득해 곡식 1백섬을 받아 구해준다. 한번 팔려 가면 평생 노비가 되는 것을 딱하게 여긴 것이다. 효종랑을 따르는 낭도 수천명이 각각 쌀 한 섬씩을 가져다줬으며 대왕도 벼 5백섬과 집 한 채를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조선시대에도 죄가 없는데 귀양을 가거나 옥에 갇힌 사람들이 많았다. 정절을 지키며 오로지 낭군만을 기다리던 고전 속의 춘향은 옥에 갇혀 모진 고문을 받는다. 죄목은 관장(官長) 능멸죄. 남원부사 변학도가 수청거절에 대한 앙심으로 죄를 뒤집어씌운 것이다. 권력자들이 힘없는 백성이라고 제멋대로 인신을 구속하고 체벌을 가했던 봉건의 악폐를 알려 준다. 비록 픽션이지만 권력자들에게 당하는 민초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읽을 수 있다.조선을 개국한 정도전은 젊은 시절 원나라 사신 마중을 거부했다고 10년간 나주에서 귀양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성인과 영웅은 출생부터 불확실하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복선이 깔려있다. 하나는 신성한 탄생을 강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역경을 극복하고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한 감동스토리이다. 나는 후자가 더 좋다.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미스터리다. 사람의 아들로 인정해도 그는 성스러운 존재이다.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성스러운 존재로 성장하면 더 감동적이다. 그 사례가 바로 공자이다. 공자를 잉태했을 때 그의 아버지 숙양흘(叔梁紇)은 70세에 가까웠고, 어머니 안징재(顔徵在)는 고작 16세였다. 사기
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 `임진왜란과 호남사람들' 저자1800년에 개혁군주 정조가 붕어한 후 순조·헌종·철종 시대 63년간 세도정치가 행해졌다. 안동김씨, 풍양조씨가 권력을 독점하고 전횡을 일삼았다. 임금은 허수아비였다. 견제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일개 가문의 권력 독점은 당쟁의 폐단보다 더 극심해 중앙의 요직 차지와 부정한 과거 시험, 매관매직으로 이어졌고 부정부패가 만연했다.특히 철종 시절에 안동김씨의 세도는 극에 달했다. 1849년에 헌종이 후사 없이 22세로 붕어했다. 대왕대비 순원왕후 김씨(1789~1857 순조의 왕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