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천상병(1930~1993)아침 깨니부실부실 가랑비 내린다자는 마누라 지갑을 뒤져백오십원 훔쳐아침 해장으로 간다막걸리 한 잔에 속을 지지면어찌 이리 기분이 좋으나!가방 들고 지나는 학생들이 그렇게도 싱싱하게 보이고 나의 늙음은 그저 노인 같다 비 오는 아침의 이 신선감을 나는 어이 표현하리오? 그저 사는 대로 살다가 깨끗이 눈감으리오.[시평]평생을 한결같이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막걸리 한 잔이면 모든 것이 편안하고 좋았다는 천상병 시인. 그러한 한결같은 삶, 이승에서 또다시 만날 수 있을까. 잠자는 마누라 지갑에서
7월 재보선이 역대 최대 규모인 15곳으로 늘어났다. 이로써 6월 지방선거에 이은 여야 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그러나 재보선을 앞둔 정치권의 행태에 우리 국민은 한숨만 쉬고 있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에만 매몰돼 그 어디서도 민생을 살피려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여야는 지난달 29일 세월호 국정조사특위를 구성했으나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특히 6월 임시국회를 ‘세월호 국회’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기관보고 시점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정쟁을 일삼는 행태를 되풀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국무총리의 유임을 결정했다. 얼마나 후임 총리 인선이 힘들었으면 그랬겠느냐는 생각도 없진 않다. 그러나 세월호 정국을 극복하고 국정혁신을 천명했던 박 대통령의 의지는 이로써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게 됐다. 인적혁신이니 관피아 척결이니 했던 말들이 공허하게 다가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벌써 세월호의 비극을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수백 명의 어린 생명들이 관료사회의 적폐를 척결해달라고 했건만, 그들이 한목소리로 집단유언을 남겼건만, 대한민국 정부는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선택을 했다.정홍원 총리는 지난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월드컵이 어느 때보다 재미있다. 우리나라 경기만 놓고 보면 답답하지만 대회 전체를 보면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골이 많이 나오니 재미가 있다. 공격 축구를 추구하는데다 볼의 탄성이 좋아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역시 축구는 골 맛이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TV 중계기술도 축구의 재미를 더한다. 캐스터와 해설자도 중계 채널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화면구성 등 기술적인 면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중계 팀의 성향과 색깔에 따라 채널을 고르는 것이다. 그 때문에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빅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게르만 민족은 삼림에서 뛰쳐나와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이후 독특한 사유와 행위 방식으로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 전쟁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는 오랫동안 원시적인 삼림에서 생활한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민족마다 유년기에 대자연으로부터 생존방법을 배웠다. 게르만은 울창한 삼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특한 세계관을 형성했다. 삼림의 세계에서는 약육강식이 자연법칙이다. 이러한 대자연의 잔혹함이 독일 민족의 영혼에 깊이 각인되었다. 농경, 유목, 해양민족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의식이다. 근현대사에서 게르만
박종윤 소설가 편작은 발해군의 정현에서 태어났다. 성은 진, 이름은 월인이라 했다. 그는 젊어서 어떤 집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일을 했다.그 무렵 장상군이라는 사람이 편작이 일하는 집에서 빈객으로 머물러 있었는데 그는 보통 사람과 어딘지 모르게 다른 모습이었다. 편작은 변함없이 그를 정중하게 대접했다. 장상군은 편작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장상군은 그곳을 떠난 뒤에도 그 집을 자주 찾아왔고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어느 날이었다.그는 편작을 불러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나는 병을 치료하는 비방을 알고 있으나
최상현 주필 대한제국의 국운이 스러져가던 1910년 어느 날, 순종 비인 황후 윤씨는 병풍 뒤에서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어전 회의를 엿듣는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순종과 친일 매국노 대신들 사이에 심각하게 오가는 입씨름의 회의였다. 친일매국 대신들은 바로 그들 사악한 무리들에 둘러싸여 명색만 황제일 뿐인 처량한 순종을 윽박지르고 있었다. 한일병탄조약안에 황제가 옥새로 날인을 해주어야겠다고 몰아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조선의 5백년 사직(社稷)의 명운이 이 순간 황제가 내리는 결단에 달려있게 된 것이다. ‘뭐라,
박상병 정치평론가 문창극 전(前) 총리 지명자의 낙마를 계기로 다시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물론 청와대를 향한 인사참사 논란이 빚어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부터 그랬다. 당시에도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부실하다거나, 아예 작동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오죽했으면 박 대통령이 인사참사와 관련해 대국민사과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로부터 1년 반 정도가 지났건만 여전히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은 논란의 한 복판에 있다.공조직을 무력화시키는 비선조직 청와대에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장순휘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지난 6월 8일 국방부에서는 군복무를 대학 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해서 여론이 분분하다. 찬성 측은 군복무 이행자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미흡하고 병사 중 80%가 대학 재학생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은 중·고교만 졸업하고 입대한 장병이나 장애인과 여성 등에게 상대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1990년대 들어서면서 새로운 교육훈련의 개념으로 다양한 교육훈련학습을 통해 ‘군대(軍隊)’를 ‘군대(軍大)’라는 별칭으로 장병교육 개선을 했다. 그러나 ‘군대(軍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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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철 한국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 한국인은 극단적인 상황을 받아들이는데 익숙하다. 그것은 기질 속에 극단과 극단을 같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빨리빨리’라는 기질의 극단적인 반대편에는 ‘은근과 끈기’라는 색다른 기질이 내재되어 있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기질이다. 이런 다른 기질의 수용이 한국인의 진정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은근과 끈기는 한민족의 근원적인 신화에서 찾을 수 있다. 한민족이 곰의 자손이라는 단군신화다. 신화에는 많은 것이 담겨져 있다. 민족성과 건국이념이 들어있다. 신화를 이해하게 되면 국민성의 일
돼지새끼집을 애저라 한다. 애저를 한자로는 ‘아저(兒猪)’라고 한다. 음식 이름에 兒(아이 아) 자가 붙으면 혐오감 때문에 제대로 커 보지도 못하고 일찍 희생되는 아주 어린 새끼돼지가 너무 애석하다는 뜻으로 슬플 哀(애) 자를 써서 ‘애저(哀猪)’라고 한다.‘애저’하면 진안 애저탕과 애저찜이 있고, 1815년경에 발간된 빙허각 이씨(李氏)의 ‘규합총서(閨閤叢書)’에 빛고을 광주(光州)와 더불어 진안의 애저찜이 소개돼 있다.이 책에 보면 “새끼 밴 어미돼지의 배를 갈라 새끼집 속에 쥐 같이 들어있는 것을 깨끗이 씻는다. 그 뱃속에 양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 예로부터 제주도는 돌, 여자, 바람이 많아서 삼다도(三多島)로 알려졌지만, 근래에 세계자연유산(World Natural Heritage Jeju)으로 지정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문화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천혜의 자연환경 이면에 제주는 침략과 저항, 항쟁으로 얼룩진 역사의 기록도 고스란히 안고 있다.역사 속 제주는 동북아지역을 잇는 바닷길의 주요 요충지로 외부문화의 유입과 수용이 용이했지만 외세의 주요관심지역으로 부각되면서 잦은 침략도 겪어야 했다.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침략, 강제수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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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를 ‘국정의 제2인자’라 한다. 예로부터 현재 총리 격인 재상(宰相)을 두고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 불렀고, 행정부 내 서열이 대통령 다음이니 그렇게 부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제도 하에서 국무총리는 대통령과 장관 사이에 낀 어정쩡한 자리라고도 할 수 있다. 명색이 2인자라 해도 실제적인 권한은 대통령의 신임 여부에 따라 내각 통할권이 달라지는 것을 우리는 과거 정부 때부터 보아온 터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책임총리’ 말이 나와 국정운영의 중심축이 어느 정도 총리
지난 21일 동부전선 22사단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는 임 병장이 체포될 때까지 43시간 동안 군의 총체적인 부실을 보여줬다. 즉각 발령돼야 할 군 최고 수준의 비상태세 ‘진돗개 하나’가 임 병장 탈영 후 두 시간 만에 이루어진 것이나,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면 군(軍)·경(警)의 합동 작전이 펼쳐져야 함에도 군은 경찰에 알리지도 않았다. 또한 작전 과정에서도 엉뚱한 곳에서 아군끼리 오인사격이 발생해 부상자가 생겼다. 임 병장이 군 부대에서 13㎞ 떨어진 야산에서 자살을 기도해 체포됐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2차적 인명 피해가 발생할 뻔
한병권 논설위원 ‘얕보다간 큰 코 다친다.’한국이 그랬다. 한국의 베스트11이 상대를 얕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다음 날 언론이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 알제리를 제물로 16강 진출 교두보 마련”이라고 대문짝만하게 기사화했을 것이다. 알제리 대표팀은 브라질월드컵 H조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 후반 소극적인 수비 전술을 쓰다 역전패했다. 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스피드와 개인기가 만만찮았다. 한국팀은 러시아전에 집중하느라 알제리-벨기에전 실시간 중계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홍명보호(號)는 안이했고 알제리를 몰랐다. 반면
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배추와 무의 출하량이 7% 늘었는데 가격이 30% 넘게 급락하면서 해당 농가의 피해가 크고 농민의 마음도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양파의 도매가격은 지난해 4월 가격의 1/5에 불과했다. 지난해 양파 값이 폭등하자 농민들이 너도 나도 재배에 나서면서 올해에는 양파의 공급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풍년이 들어 농산물 생산량이 늘었는데도 오히려 농가 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을 ‘풍년의 역설’ 또는 ‘농부의 역설(Farmer’s Paradox)’이라고 한다. 통계청 발표에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