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사설] 대통령실 일부 개편… 윤 대통령도 바뀌어야 한다

지난 17일 취임 100일을 맞았던 윤석열 대통령이 내심 상당한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낮은 국정운영 지지율과 무엇 하나 손에 잡히는 성과도 없이 100일을 보냈으니 어떻게든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이렇다 할 내색도 없이 담담하게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차라리 안하느니 못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되고 말았다는 여론의 날선 비판을 제대로 들은 것일까. 윤 대통령이 청와대실 일부를 개편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나마 변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다행이라 하겠다. 청와대실 개편은 이르면 이번 주까지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이미 나왔던 홍보 라인 원포인트 교체 외에 조직을 보강하고 일부 인사들을 교체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비서실장과 국가안보실장 외에 실장급 자리를 하나 더 만든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리고 대통령실 내의 정책 혼선과 행정부와의 소통 부재로 인한 국정운영 난맥상을 차단하기 위해 정책조정 기능도 보강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2실장 5수석 체제에서 3실장 7수석 체제로 바뀔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청와대) 조직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대통령실은 비교적 단출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조직 축소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축소된 대통령실은 존재감조차 찾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좌충우돌하며 오히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더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특히 홍보와 인사 라인은 상식 밖의 수준이었다. 물론 정무 라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장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쏟아진 배경이었다. 지난 대선 때의 공약을 다소 수정하더라도 조직의 축소가 아니라, 조직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 시급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통령실의 일부 조직 및 인적 개편은 적절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반드시 강조할 대목이 있다. 대통령실 일부 개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본인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분골쇄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부터 국정에 임하는 기본적인 자세와 시대를 보는 인식의 수준 그리고 국정 현안과 여론에 대한 접근, 인재를 발탁하는 능력 등 모든 것을 새롭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실에 조직을 보강하고 사람을 바꾼다고 해서 별로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취임 100일 만에 대통령실 일부 개편에 들어가는 만큼 이번엔 어떤 인물들을 발탁할지 예의주시할 대목이라 하겠다.

[천지일보 사설] 소비 증가율 급락 이대로 갈 것인가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은 늘었지만 소비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상의 소득은 늘어났지만 가처분 소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가처분 소득 가운데서도 실제로 소비지출에 쓴 돈의 비중도 지난 2분기 기준으로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이렇게 해서는 경기침체의 늪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단순히 경기침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활력 자체가 소진되고 있다는 뜻이며, 더 나아가 극심한 양극화로 나아가는 불길한 지표이기도 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 1000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12.7% 증가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면 소득이 늘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물가상승 영향을 제외하면 소득은 6.9% 늘었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손실보상금 등 엄청난 자금을 풀었다. 따라서 2분기 가계소득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고는 하지만 소득 증가의 한계는 분명한 셈이다. 소비 자체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물가상승 영향을 고려한 실질소비 증가율은 0.4%에 불과했다. 국민의 삶이 생각보다 더 고달팠다는 뜻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정부의 현금성 지원금과 일상 회복에 따른 서비스업 영업 재개 등으로 인해 명목소득과 실질소득이 모두 늘어난 것은 인상적이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모두 늘었다는 것도 통계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에 따라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61만 9000원으로 1년 전보다 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기준으로 본다면 2010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그러나 소득 증가율(12.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평균소비성향도 1년 전보다 5.2%포인트 하락해 2분기 기준 역대 최저인 66.4%를 기록했다. 소득은 정부의 지원금에 힘입어 많이 늘어났지만 그것이 소비에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실질소비 증가율이 0.4%에 그친 배경으로 보인다. 이제 관건은 소득과 소비 간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득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먼저 가처분소득을 높이는 것부터 정책적으로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인플레이션 대책을 더 강화해야 하며, 전기와 통신 등의 공공요금 인상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리고 이참에 세제개편을 단행해서 가계 부담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부자감세’는 적절한 답이 아니다. 정부가 자칫 ‘소득 증대’라는 허상에 가려 극심한 양극화의 실상을 보지 못하는 정책적 오판을 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스포츠 속으로] 김연경, ‘인물의 고장’ 순천에서 여자배구에 희망을 불어넣는다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순천에서 인물 자랑하지 마라’는 말이 있다. 여수에서 돈 자랑하지 말고, 벌교에서 주먹 자랑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회자되는 것이다. 그만큼 순천에는 출중한 인물이 많다는 뜻이다. 순천에서 인물을 말하는 것은 외모를 가지고 말했던 것은 아니라 인간성이나 도량으로 평가한 것이다. 순천에는 8마리의 말이라는 뜻인 ‘팔마(八馬)’라는 호칭이 많다. 팔마비, 팔마중고, 팔마로, 팔마체육관 등이다. 팔마라는 말의 유래도 인물과 관계가 깊다. 고려 충렬왕 때 순천을 관할하는 승평부사(昇平府使) 최석(崔碩)이 선정을 베풀다가 내직(內職)으로 전임하게 되자 당시의 관례대로 순천부민들이 말 8마리를 헌납했다. 최석은 이 같은 관례를 폐습이라 생각하고 서울(개성)에 도착해 도중에 낳은 새끼말 1마리까지 합해 9마리를 되돌려보냈다. 이것이 계기가 돼 그때까지 내려오던 헌마(獻馬) 폐습이 없어지게 되자 부민들이 그 덕을 칭송하고 그의 청렴한 뜻을 기리고자 1308년(충렬왕 34)에 팔마비를 세웠다고 한다. 팔마에는 청백리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요즘 순천 팔마체육관에는 한국 여자배구의 슈퍼스타 김연경을 보기 위해 온 관중들로 연일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난 13일 벌어진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A조 조별리그 1차전 흥국생명과 IBK 기업은행 경기에 돌아온 김연경이 뛰는 모습을 보며 3795명의 만원 관중들은 환호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 4강을 이끈 세계적인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과 V리그 최고 스타로 부상한 김희진의 맞대결은 최고의 흥행카드였다. 흥국생명은 개막을 앞두고 5명의 선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단 8명으로 경기를 치렀지만 세트스코어 3-1로 승리를 거뒀다. 로테이션을 도는 미들블로커와 리베로를 제외한 아웃사이드 히터, 아포짓 스파이커, 세터는 교체 없이 코트를 지켜야 했다. 흥국생명은 체력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IBK기업은행을 시종일관 몰아붙였다. 김연경이 블로킹 2개, 서브에이스 1개를 포함 18득점을 내며 공격을 이끌었고, 김다은(22점)과 김미연(16점)이 38점을 합작하며 뒷받침했다. ‘김연경 효과’는 코트 안팎에서 모두 열기를 뿜었다. 김연경은 전위에서는 타점 높은 공격과 블로킹으로 기업은행을 위협하고, 후위에서는 ‘리베로 수준’의 서브 리시브와 디그로 상대를 힘겹게 했다. 김연경의 가세로 여자배구도 덩달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다. 흥국생명 이외에 다른 여자팀 경기도 만원 사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연경이 불러온 인기몰이가 전체로 퍼져나가는 모습이다. 여자배구는 2020 도쿄올림픽 이후 김연경이 중국으로 떠나며 대표팀에서 탈퇴한 이후 지난달 끝난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2전 전패로 최하위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 컵대회 개막전만 해도 다시 인기를 회복할 수 있을까를 걱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돌아온 김연경으로 인해 다시 꺼져가는 불빛에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타가 종목의 인기를 만든다’는 말이 스포츠계에선 정설처럼 자리잡았다. 슈퍼스타 1명의 탄생으로 종목이 인기 종목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여자배구는 공교롭게도 ‘인물의 고장’ 순천에서 김연경 효과를 보는 셈이다.

[세상 요모조모] ‘건국준비위원회 기념관’을 제안한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때로 여운형 선생 탐방 길라잡이를 하고 있다. 선생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아보고 선생이 살던 시대를 느끼고 아파하며 오늘의 나와 우리를 되돌아보자는 뜻에서다. 서울지역에서 활동한 곳만 해도 하루에 다 돌 수가 없다. 그 정도로 선생의 활동은 활발하고 광범위했으며 곳곳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겼다. 하지만 선생의 발자취를 찾는 공공기관의 움직임은 없고 거대한 역사 발자취인 건국준비위원회(건준)가 결성된 곳 앞에는 표지석조차 없다. 건준의 모태가 되는 건국동맹은 표지석이 있긴 하지만 엉뚱한 곳에 설치돼 있다. 건국동맹은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힘을 모은 통일전선 조직이자 일제 식민지 시기 전국적인 항일 지하조직이다. 건국동맹도 건국준비위원회도 국가 차원에서 기념하지도 않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하지도 않는다. 여운형 선생의 삶도 제대로 알리거나 기억하고 있지 않다. 선열들의 독립운동을 기억하지 않는 나라는 나라로 불릴 자격이 없다. 대한민국은 왜 건국준비위원회도 건국동맹도 기억하지 않는가? 여운형 선생의 발자취의 많은 부분은 서울 종로구에 남아 있다. 선생의 활동을 기억할 건물은 대부분 사라지고 일부만 남았지만 건물 아래 땅은 그대로다. 선생과 함께한 선열들을 기억하고자 한다면 그 땅 위에 흔적을 남기는 후손이 돼야 하고 후손들이 그 땅을 찾고 또 찾아 동네 사람들과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모두 기억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종로구청과 서울시, 정부는 나태함을 버리고 분발해서 여운형 선생의 발자취를 시민들과 후손들이 느끼고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종로구청과 서울시에 바란다. 현대건설 계동 사옥 바로 옆에 있는 보헌빌딩 앞에 건국준비위원회 표지석을 세우고 건국동맹 표지석을 제자리로 옮기며 여운형 선생의 집터를 복원할 것을 제안한다. 해방이 됐다는 걸 공개적으로 알린 최초의 군중 집회가 열린 현대 계동 사옥 자리에 표지석을 세워라. 여운형 선생 집터 바로 옆에는 송진우 선생의 호를 딴 고하로가 있다. 몽양로는 없다. 선생을 기리는 몽양로 개설이 시급하다. 몽양로 개설이 당장 어렵다면 명예도로명으로 ‘몽양 여운형길’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일제가 패망하게 되자 총독부는 조선에 있는 80만 일본인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조선 민족의 지지를 받고 있고 건국동맹이라는 비밀 지하조직의 대표를 맡고 있던 여운형 선생에게 치안권을 넘겼다. 8월 15일 아침 일찍 선생은 조선 총독을 대리한 엔도 정무총감과 만나 독립운동가를 석방하고 치안권을 넘기며 건국 사업에 간섭하지 말고 3개월치 식량을 확보할 것 등 5개 항을 제시해 담판을 지었다. 이에 따라 당일 조선 헌병대사령부에 갇혀 있던 독립운동가들이 석방됐고 다음날 오전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던 독립운동가들이 모두 석방됐다. 곧이어 지역의 형무소에 갇혀 있던 독립투사들도 모두 석방됐다. 얼마나 장쾌한 일인가! 일본제국주의는 사실상 여운형과 건국동맹에게 항복을 한 것이다. 이런 날을 국가의 이름으로 기념하지 않으면 어떤 날을 기념한단 말인가? 여운형 선생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8월 15일 저녁 지금의 계동에 있는 임용상의 집에서 건국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다음날 서울 와이엠시에이(YMCA)에서 건국준비위원회 발족식을 열었다. 이곳 역시 표지석이 없다. 건국준비위가 만들어진 뒤 보름만에 전국에 145개의 지부가 결성돼 치안 확보와 건국 사업에 매진했다. 아주 짧은 시간에 지부가 전국에 걸쳐 만들어진 것은 조선 민중의 뜻이 결집된 유일무이한 조직이라는 걸 뜻한다. 건준은 사실상 국가의 역할과 기능을 했다. 그래서 제안한다. 정부와 서울시는 ‘건국준비위원회 기념관’을 건립하라. 한시가 급한 일이다.

[고전 속 정치이야기] 생존공간(生存空間)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일본은 유라시아 대륙의 극동에서 작은 섬나라라는 지리적 원인 때문에 생존공간에 대한 문제에 매우 민감한 것 같다. 배후의 태평양은 이렇다 할 만한 육지가 없어서 안정적 삶의 공간을 확장할 수 없었다. 대륙과 연결되는 가장 가까운 통로는 한반도뿐이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은 아시아에서 벗어나 유럽으로 진입한다는 탈아입구(脫亞入歐)를 목표로 내걸고 세계적인 근대화 궤도에 신속하게 진입했다. 생존공간 확장을 위한 욕망도 날로 강렬하게 확장됐다. 욕망의 확장은 몇 가지 방면으로 드러났다. 첫째, 일본은 자기의 생존공간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적 강대국으로 발전하지 않을 수 없었고, 군사력을 뒷받침할 경제력을 기르기 위해 각종 자원과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강대국으로써 일본은 반드시 자기의 해외 식민지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본토의 좁은 땅에서는 간신히 생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으며, 진일보한 발전을 이룩할 수는 없었다. 이는 당시 일본의 집권자들 모두가 유념하고 있던 과제였다. 둘째, 역사적 전통에서 메이지 유신 이전의 일본은 오랫동안 문명의 겨울잠에 빠져 있었던 시기였다. 동면기에 이 민족은 생존공간의 확장이라는 자연적인 욕망도 깨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일찍이 중국의 당고종 시기에 조선반도에서는 고구려, 백제, 신라라는 세 나라가 혼전을 펼치고 있었다. 나당연합군의 공격을 받은 백제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은 일본은 해군을 조선에 상륙시켰다. 자기의 세력을 한반도에 확장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했지만, 유인궤(劉仁軌)가 이끈 당의 해군은 백강(白江) 입구에서 개화기에 지나지 않은 일본해군을 전멸시켰다. 명왕조에 이르자, 일본인의 생존공간을 확장하려는 욕망이 다시 팽창했다. 풍신수길(豊臣秀吉)은 스스로의 야망에 따라 중국대륙으로 진출한다는 침략목표를 내걸었다. 그는 가도정명(假道征明) 즉 중국을 정복하는 길을 빌려달라는 글을 조선에 보냈다. 조선이 거절하자, 그는 소서행장(小西行長), 가등청정(加藤淸正) 등이 이끄는 군대를 파견해 조선을 침략했다. 중국은 조선을 돕기 위한 군대를 파병했다.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1598년 노량(露梁)의 바다에서 결전이 벌어졌다. 조선의 이순신(李舜臣)과 명의 등자룡(鄧子龍)이 지휘하는 연합군은 일본해군의 주력을 섬멸했다. 일본군은 완전히 본토로 철수했다. 이후 일본은 300년 동안 감히 해외를 넘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근대의 메이지 유신에 이르자, 일본인은 다시 세계를 향해 눈을 돌렸다. 국력이 신장하자 오랫동안 겨울잠에 빠져있던 팽창욕망도 깨어났다. 청일전쟁에서 중국의 북양해군을 격파한 일본은 동아시아의 패자로 등장했다. 이어서 대마도해협에서 러시아의 극동함대마저 격파하고 태평양의 패자로 등장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팽창야욕은 그들의 역사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거기에서 더 나아간 일본은 대동아공영권이라는 목표를 수립했다. 918사변 이후 일본은 300년 전 풍신수길이 세웠던 계획을 답습해 전통적인 침략노선을 아시아 대륙을 향해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한반도에 이어 만주까지 점령한 일본의 꿈이 실현될 것처럼 보였다. 1942년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에게 참패한 일본은 다시 본토로 돌아갔다. 일본사를 총괄해보면, 그들의 굴기는 모두 해군의 굴기와 유관하며, 쇠락은 모두 해군의 실패와 유관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강대하고 안전한 일본을 위해서는 반드시 강대한 해군에 의존해야 했다. 이것이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에 처한 일본의 오랜 역사적 전통이다. 아날학파에 따르면 역사는 장기적 단계에 해당하는 요인이 조성한다. 인류는 이러한 장기적 단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일본인은 1200년 동안 줄기차게 확장 욕망을 지속해왔기 때문에 해군과 국가의 흥망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주변국을 침략하는 불변의 현상을 보여줬다. 역사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일본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해야 하고, 그것을 통해 그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영화 한산을 관람한 후 언젠가 다시 벌어질 미래를 엿보는 느낌이 들었다.

[정치평론] 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보면서

박상병 정치평론가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명색이 정권교체로 새 정부를 출범시킨 윤석열 대통령의 100일 기자회견이었다. 물론 평생 검사로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정치권에 진출해서 단박에 대통령까지 됐으니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는 당연히 낮을 것이다. 무지하고 서툴고 현실에 대한 이해도마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기성의 낡은 정치에 물들지 않은 참신함은 인정하고 싶었다. 혹여 잘 못한 것이 있다면 이런저런 변명이나 궤변에 능한 정상배들의 모습과는 달리, 곧바로 인정하고 태도를 바꿀 수 있는 담백함도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근거 없이 순진했던 기대는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보면서 산산이 깨져버렸다. 솔직한 심정은 지금의 절망을 넘어서, 앞으로의 5년이 더 걱정됐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모두발언 19분, 질의응답에 29분이 소요됐다. 모두발언의 대부분은 지난 100일간 추진된 국정성과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그러나 모두발언은 공감하기 어려운 국정성과를 나열했으며, 질의응답은 알맹이 없는 원론적 답변이 더 많았다. 이날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나 탈원전 정책과 같은 ‘잘못된 경제정책’을 폐기했다고 자찬했다. 모든 정책은 그 가치에 따라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다. 당장 국민의 인기가 없다고 해서 잘못된 정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특히 윤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의 하향 안정세를 국정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윤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은 100일 기자회견 하루 전날에야 나왔다(8.16대책). 따라서 윤 정부가 지난 100일 동안 내놓은 뚜렷한 부동산 정책은 없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은 부동산 정책이 아니다. 경기가 극도로 나빠지는 시점에서 ‘부동산 버블’이 꺼지고 있을 뿐이다. 이것을 지난 100일의 성과라고 말하는 것은 코미디에 다름 아니다. 모르고 말했다면 정말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모두발언에서 향후 5년을 읽을 수 있는 국정 청사진은 한마디로 맹탕에 가까웠다. 공허한 개념의 남발과 구체성 없는 원론적 표현, 미래를 향한 설계가 아니라 대통령의 ‘다짐’ 정도에 그쳤다. 그렇게 ‘국민’을 강조하면서도 취임 100일 만에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로 무너졌지만, 정작 국민을 향한 사과나 혁신 의지도 없었다.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겠다고 했지만 국민 대부분이 등을 돌린 여론조사 결과는 아예 무시해버렸다. 국민을 바보로 보지 않는다면 국민을 그렇게 싸구려 취급할 일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외 메시지는 더 초라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을 향해서는 느닷없이 ‘담대한 구상’이라며 비핵화 이후 대북 경제지원을 언급했다. 이것은 이미 폐기된 하나마나한 얘기이며, 그마저도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의 아류에 다름 아니다. 이것을 ‘담대한’이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까지 했다. 현실성도, 방향성도, 새로움도 없는 얘기를 내놓은 것이다. 그러자 북한은 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직전에 미사일 두 발로 화답했다. 사실상 조롱을 한 셈이다. 북한의 이런 반응을 보고 나서도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또 반복했다. 미사일보다 더 무서운 것은 북한이 이러한 윤 정부를 얼마나 우습게 볼 지가 솔직히 더 마음에 걸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향해 1998년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역사왜곡, 위안부, 강제징용 등의 얘기는 빼버렸다. 그 대신 미래로 함께 가는 ‘이웃’으로 표현했다. 이것은 한일 관계 현실에 눈을 감은 채 일본의 비위를 맞추려는 굴신에 가깝다. 당연히 일본 언론에서는 긍정적인 평가 일색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오늘의 일본은 김대중-오부치 선언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아베 이후의 자민당 정권은 극우 군사주의 노선을 노골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뜬금없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한 것은 정말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격이다. 아니나 다를까.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있던 그날, 일본 정부는 2차대전 A급 전범이 모여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보란 듯이 참배했다. 기시다 총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그리고 일본 정부의 이런 태도를 보면서도 윤 대통령은 이틀 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일본 기자의 강제징용 해법 질의에 대해 일본의 ‘주권’까지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한국 정부가 적절한 해법을 찾겠다고 했다. 그야말로 주객이 뒤바뀐, 아니 가해국과 피해국의 위치가 완전히 뒤바뀐 웃지못할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왜 우리가 일본의 주권까지 걱정해야 하며, 강제징용의 적절한 해법을 왜 피해국인 한국 정부가 마련해서 일본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말인가. 정작 우리의 주권을 무참하게 짓밟은 것은 일본이 아니란 말인가. 어쩌다가 대한민국의 오늘이 이렇게 가고 있는지 참으로 참담하고도 모욕적인 일이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정말 앞으로가 더 걱정이었다. 외교와 안보는 물론 정치와 경제 등 내치까지 무엇하나 손에 잡히는 비전이나 가치를 찾기 어려웠다. 편견으로 채운 정파적 발언이 아니다. 심지어 일각에서 말하는 ‘각자도생’의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만나는 듯한 시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두렵다. 각자도생, 그것은 지금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이 아니다. 상위 20%의 국민은 박수를 보낼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국민에겐 재앙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때를 노린 것일까. 우려했던 대로 다시 검찰이 전면에 나섰다. 전 정권의 안보, 북한 관계자들에 대한 자택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졌다. 조만간 경찰이, 또 감사원이 더 거칠게 나올 것이다. 그렇게 또 그들끼리 싸우고 또 싸우면서 시간은 흘러갈 것이다. 이 땅에서 지식인으로, 시민으로 그리고 국민으로 산다는 것이 이렇게 고달픈 것인지 새삼 100년여 전 백성들의 피울음이 귓전을 떠나지 않는다. 각자도생, 진짜 운명처럼 다가온다.

[천지일보 사설] 15년 만의 최악의 식량위기… 실질적인 대책 시급

식품업계의 가격인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가 17일 나왔다. 올해 하반기에도 곡물 수입단가와 가공식품 물가 상승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정점을 찍은 세계 곡물가격이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 가격에 반영되는 영향이 크다. 국제 곡물가격은 이후 하락세에 있으나 여전히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50%나 높은 수준이다. 4분기에 식품 가격이 조금 하락한다 해도 여전히 높은 물가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세계 곡물가격이 정점을 찍은 데에는 농업 강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6개월간 계속되는 전쟁과 이로 인한 에너지 위기,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따른 비료 가격 인상, 기후변화, 인플레이션 등의 원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지금이 2007~2008년 이후 최악의 식량 위기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잇따른다. 약 36개국이 밀 수입의 절반 이상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의존하는 가운데 두 나라의 밀 대규모 수입국인 레바논에서는 식량 인플레이션이 122%에 달했다. 주요 농업국 중 기후 피해를 받지 않은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남아시아와 미국의 폭염, 유럽과 동아프리카와 중국의 극심한 가뭄, 최근 우리나라에서의 폭우도 많은 양의 농작물을 없앴으며 먹을 수 있는 식량을 더 비싸게 만들었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이번 식량난에 46개국에서 4900만명이 기근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국제·정치 이니셔티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긴급구호로 급한 불을 끈다고 해도 국제 식량 공급에 있어 체계적인 변화의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하는 바다. 지난 11일 기준 최소 23개국이 식품 33개에 대한 수출을 금지한 가운데 더 많은 국가들이 식량을 무기화하고 무역을 제한하기 전에 국제사회가 장기적인 식량위기에 대한 대응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식량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는 대책이 시급하다. 세계 곡물과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마다 받는 타격을 줄여야 한다. 과거 우리와 상황이 유사했던 일본과 인도네시아 등은 곡물 자급자족 확대에 적극 나서 자급률이 개선되고 있다. 이에 오는 10월 정부가 발표할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이 주목된다. 현장과 전문가, 외교 등 다각도로 접근해 자급률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결과를 내야 한다. 장기적인 식량 고물가는 폭력, 정치·사회적 불안 발생률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천지일보 사설] 100일 맞은 윤석열 정부… 불법 집회와 농성은 법질서 확립 차원서 강력 대처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째에 때맞춰 서울 지하철 집회와 건물 농성시위가 잇달아 서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17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 지하철 4호선에서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했다. 지난 1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에 성과가 없었다며 출근길 시위를 벌인 이후 16일 만이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오전 8시께부터 상행선을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방향으로 이동했다. 지하철 4호선은 역마다 시위 인원이 모두 내렸다가 다시 탑승해 운행이 지연되며 출근길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언급한 장애인 사회적 약자 이야기는 원론적인 수준이었다”며 “오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장애인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입장을 명확히 밝혀달라”고 말했다. 이날 지하철 탑승 시위에는 휠체어 25대를 포함해 단체 관계자 100여명(경찰 추산)이 참여했다. 민노총 소속 화물연대 조합원 70여명은 16일 하이트 진로 서울본사 사옥에 난입해 건물 1층 로비와 옥상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한때 건물 전체를 봉쇄하고 직원 출입도 가로막았다고 한다. 70일 넘게 이 회사 공장을 돌아가면서 상품 출하를 방해하는 행패를 부리다가 결국 본사까지 쳐들어온 것이다. 조합원들은 “시너를 들고 올라왔으니 경찰이 진입하면 일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방송을 하면서 위협했다고 한다. 지난달에도 민노총 소속 대우조선 하청 노조 조합원이 시너를 들고 선박을 점거해 51일 동안 수천억원 손실을 기업에 입혔다. 시너 등 인화 물질은 많은 인명 피해를 낼 수 있는 살상 무기와 다름이 없다. 경찰은 하이트 진로 강원 공장 앞 도로를 봉쇄하고 불법 시위를 벌이던 조합원을 강제 해산하고 해산 명령에 불응한 조합원을 체포했다. 노조의 불법시위를 강제 해산한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이었다. 이번 본사 난입은 경찰의 강제 해산에 대한 보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찰과 한판 대결을 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권력은 각종 불법 집회와 시위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시민들을 볼모로 잡아 출근길 지하철에서 시위를 반복적으로 자행하는 전장연, 오랫동안 공권력을 농락하는 민노총 등은 경찰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단적인 주장을 행동으로 나타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광화문광장이 다시 개장하면서 집회, 시위가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집회·시위 엄격 제한 방침을 세웠지만 헌법에 보장된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내세우며 사전 신고된 집회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불법성이 드러날 경우 경찰과 행정당국은 강력한 단속을 해야할 것이다. 법질서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나라라면 전장연과 민노총의 불법시위와 농성 점거를 결코 수수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특허칼럼] 자금난을 해소하는 특허권

정연용 변리사 특허나 상표, 디자인 등의 권리 즉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IP의 화폐적 가치에 근거해 자금을 조달하는 활동을 IP 금융이라고 하는데, 그 금융 규모가 2019년에 1조원을 달성했고, 2020년에는 2조원, 2021년에 2조 5천억원을 넘어섰으며 2022년 초 IP 금융 잔액이 6조원을 돌파했다. 특허가 돈이 되는 시대다. 특허를 담보로 대출받는 IP 담보 대출액의 비율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특허를 기반으로 보증서를 발급받는 IP 보증액이 IP 담보 대출액의 70% 정도 되며, 우수한 특허를 보유한 기업에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IP 투자액이 IP 담보 대출액의 25% 정도 된다. 물적 담보가 낮은 중소기업, 소상공인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IP 담보 대출의 경우, 국책, 시중은행, 부산, 대구, 경남은행 등 주요 지방은행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중이며, 이때 신용등급도 함께 고려하고 있는데 특허 가치 평가를 거쳐 신용등급이 낮은 BB 등급 이하의 기업이라도 전체 대출의 77.7% 이상으로 이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도 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험난한 환경에도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됐다. IP 담보 대출의 금리가 현재 2~3%로 대인 신용대출금리의 절반 정도이지만, 특허가치평가의 성적표에 따라 좀더 금리를 낮춰 준다면 연구개발 및 특허의 고도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겠다. IP 담보 대출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유전자 가위의 특허를 가진 중소기업은 임상시험으로 자금난을 겪던 중, 특허 7건을 담보로 운영자금 20억원을 대출받아 원활하게 개발을 추진했고, 온라인광고 플랫폼 개발 스타트업은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운영자금난이었으나, 기보에서 신속하게 온라인평가를 통해 받은 IP 보증서로 은행대출을 받아 자금난을 해소했다는 것이다. IP 투자 면에서도 반도체 소재생산 중소기업은 소재 관련 특허가치를 기반으로 특허계정 자조합으로부터 16억원을 투자받아 소재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한다. IP 투자는 미래차, 반도체, 바이오와 같은 BIG3 분야 특허를 보유한 기업에 대한 투자액이 55.3%를 넘어 핵심사업에 대한 자금조달이 집중되고 있으며, 특히 미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일반보증이나 IP 담보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운 창업 초기기업에게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신속한 온라인평가 이후, 비율 우대와 보증료 감면 등의 추가 혜택을 주고 있다. IP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IP 전문신탁업과 IP 크라우드펀딩 활성화가 요청된다. 기술과 금융에 전문성을 구비한 IP 전문신탁업을 통해 중소기업과 투자자 모두 투자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겠다. SNS 플랫폼을 통해 용이한 접근성으로 간단히 투자할 수 있고, 발행규제가 간편하므로 초기 중소기업에게 도움이 클 것으로 예견되는 IP 크라우딩펀딩도 활성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보다 장기적으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길을 열어줘야 안정적인 기업 성장에 궁극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최선생의 교단일기] MZ세대 부모의 훈육이 우려스럽다

최병용 칼럼니스트 요즘 MZ세대 부모들의 잘못된 양육행태를 지적하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한 매장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머물다 간 자리의 의자에, 어린이들이 놀 때 사용하는 스티커가 가득 붙어 있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성인 6명, 아이 2명이 머물다 간 자리이니, 어른들도 분명히 목격했을 텐데 타이르거나 혼내지 않고 그냥 붙이게 뒀다는 의미다. 부착한 스티커를 떼다가 의자의 도색이 벗겨지면 보상까지 해줘야 하는데도 아이 기죽이기 싫다며, 말리지 않는 MZ세대 부모의 특징을 그대로 나타낸 사건이다. 아이들이 모르고 놀았더라도 자리를 떠나기 전 스티커를 다 떼도록 했다면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교육이 될 수 있었다. “식당이나 카페의 의자나 테이블은 여기 주인의 물건이에요. 남의 물건에 스티커를 함부로 붙이는 건 안 돼요”라는 말 한마디면 아이에게 공중도덕을 몸에 배도록 가르칠 수 있는데도 부모가 생각조차 못 한 모양이다. MZ세대 부모 자신도 오냐오냐 자라 공중도덕을 못 배운 이기적인 사람이 많아 그렇다. 공공장소인 병원, 도서관, 대기실, 공원, 전철 등에서 어린이를 동반한 젊은 부모를 만날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아이가 걸어 다니며 신던 신발을 신고 의자에 올라가도 나무라거나, 신발을 벗은 후 올라가게 하는 부모를 보기 힘들다. 누구나 앉는 의자라면 아이에게 “이곳은 많은 사람이 앉는 곳이에요. 더러운 신발을 벗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옷이 더러워질 수 있어요. 꼭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해요”라고 교육해야 한다. 전철에서 “아이 신발을 벗기던지, 못 올라가게 하세요”라고 한마디 했다가, 젊은 부모의 눈총 세례에 내가 상처를 더 받아 이젠 아예 못 본 척한다. 발이 더러운 반려견을 그대로 벤치에 올려두는 견주도 마찬가지다. 특히 식당에서는 부모의 의식 수준이 그대로 드러난다. 엄마 여럿 모인 자리에 대동한 아이들은 대부분 천방지축으로 직원들이 서빙하는 사이를 뛰어다녀도 제지하지 않는다. 타인이 사용할 수저를 꺼내 만지며 장난을 쳐도 놔둔다. 엄마들이 수다에 정신이 팔려 아이들을 돌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 수다의 대화 주제가 대부분 ‘아이 교육’이니 아이러니하다. 기저귀를 갈고 그 기저귀를 식탁에 두고 가는 몰상식의 극치를 달리는 부모 탓에 업주가 괴로워한다. 식당에서 손님이 버린 기저귀를 치워줄 의무가 없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갖고 가라”고 주인이 한마디 하면 동네 맘카페가 난리 나고 엄마들도 동조한다. 스마트폰으로 공공장소에서 동영상을 시청할 때는 어른, 아이를 떠나 이어폰을 사용하거나 무음으로 시청해야 한다. 식당에서 부모는 밥과 술을 먹고 아이들은 크게 틀어 놓은 유튜브를 보며 떠드는 모습을 많이 본다. “조용히 시청하게 해주세요”라고 한마디 했다 큰 싸움이 날 뻔했다. 애당초 들을 부모라면 그런 행동을 못 하게 했다. 전철이나 버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일수록 공공장소에서 이어폰이나 무음으로 시청해야 한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 아이니까 누구나 이해하고 예뻐해야 할 권리를 가진 게 아니다. 어른이 되면 누구나 결혼할 수 있고, 아이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를 올바르게 훈육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 특히 아이를 사회에 필요한 사람으로 기르는 건 가장 어려운 일이다. 부모 자신이 이기적인 행동을 자주 보이면 아이들도 보고 배운다. 타인에게 양보하는 착한 심성을 먼저 가르쳐야 함에도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 법을 가르치며 자랑스러워한다. 공공장소에서 해도 되는 행동, 안 해야 하는 행동 등은 구분해서 가르쳐야 나중에 부모에게도 올바른 행실을 하는 아이로 자란다. 점점 제대로 훈육하는 부모를 만나는 게 어려운 세상이 되어간다. 그런 부모가 많아질수록 아이가 아닌 개념 없는 부모의 입장을 거부하는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미디어·경제논단] 언론노조와 후보 간의 정책협약의 족쇄

조맹기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명예교수 공영방송은 공정성 시비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언론노조와 진보당, 민주당과 대선·지방주요 선거에 관습적으로 ‘정책협약식’을 갖는다. 사회주의, 공산주의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아마추어 정치인은 항상 언론노조의 유혹에 손을 내밀어 버린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게 서로의 공존의 도구는 될 수 있어도, 서로 족쇄가 된다. 그때부터 공영언론의 공정성, 객관성, 공익성 등은 구호에 그칠 수 있다. ‘정책협약식’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이번에는 김은혜 홍보수석 예정자가 도마 위에 올랐다. KBS노동조합·MBC노동조합·YTN노동조합·연합뉴스 공정노조가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김은혜 전 경기도지사 후보의 ‘정책협약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경기지사후보와 전국언론노동조합 경인지역 협의회에서 ‘지역언론 진흥정책 협약식(2022년 5월 30일)’을 가졌다. “민노총 언론노조와의 정책협약서의 핵심은 3번 조항이다. ‘지방자치단체 출자, 출연 미디어 재단의 독립성 보장’에서 ‘경기도가 출자, 출연한 미디어 관련 재단이 언론을 운영할 경우 의사결정의 민주성, 독립성 보장 및 재원의 자립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라고 규정했다.” 김은혜 후보는 표가 궁한 나머지 거기에 사인을 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홍보수석으로 가닥이 잡혀간다. 이들 언론노조협의체는 지난 5년 동안 KBS, MBC, YTN, 연합뉴스 등 ‘공영언론사에서 벌어진 묻지마식 문재인용비어천가를 벌써 잊었는가?’라고 전제한다. 문재인 대선 후보와 정책협약을 맺고 일어난 일이다. “경기도가 운영하는 ‘경기도형 김어준 TBS’를 하나 더 만들고 재정적으로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즉 민노총 언론노조의 편향적 방송 투쟁진지를 경기도민의 혈세로 만들어주겠다는 소리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MBC 아나운서 출신이다. 민노총 언론인 출신이 국민의힘 홍보수석 자리를 꿰어 찬 것이다. 김씨는 공영방송이 지난 5년간 정파성, 진지전 구축에 얼굴이 몰골이 된 사실을 직시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서울시는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특별시 교통방송 운영에 관한 조례’에 의하면 “제1조(목적) 이 조례는 시민에게 교통정보를 신속히 전달해 시민생활 편익을 증진하고, 유익한 생활정보 및 건전한 문화·예술을 보급해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제105조에 따라 설치한 서울특별시 교통방송(tbs)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운영조례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특히 공영방송은 재난보도가 으뜸 기능이다. 여기서 재난보도는 국민의 생명, 자유, 재산을 지키는 것이 그들의 고유 업무인 것이다. 이걸 무시하고 정치방송을 하면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 그 행태는 TBS 방송인 전체뿐 아니라, 개인의 인성에도 문제가 있다. 언론인의 윤리의식과 언론인의 본성이 그대로 노출된다. 더 큰 문제는 언론인과 정치인이 같은 인성의 군상들이라니 입을 다물어야 할 판이다. 더욱이 교통방송 존폐가 도마 위에 오르기까지 한다. 정치인은 언론을 자신들의 하수인으로 본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11일 서울 사당동 수해 복구 현장에 봉사 활동을 나가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했다. 아무리 농담이라도 폭우로 삶의 터전을 잃은 수재민 입장에선 억장이 무너질 말이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은 폭우로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반포대로 등에 차량이 통제돼 극심한 혼잡을 빚은 10일 아침 출근길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무더기로 출연했다. 이들은 김어준씨와 함께 정부 비판을 쏟아냈다. 운전자들은 ‘차가 너무 막혀 교통 정보를 들으려고 교통방송을 틀었는데 정부 욕하는 소리만 들었다’고 했다. 교통방송이 정치방송이 된 지 오래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조선일보 사설, 8월 13일).” 언론노조와 주요선거 후보 간의 정책협약식 족쇄가 계속되면서 사회문제를 일으킨다. 기자협회보 ‘우리의 주장’에서도 교통방송의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는 누가 봐도 문제로 부각되게 마련이었다. “서울시의회가 TBS에 대한 서울시 출연금 지원을 중단하고 재단을 민영화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TBS에 대한 서울시의 ‘돈줄’을 끊어 사실상 문을 닫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4일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 76명이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공동 발의했고, 김현기 시의회 의장은 올해 하반기에 조례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의회에서 국민의힘이 과반을 차지한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도 ‘교통방송’을 ‘교육방송’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혔다. TBS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강택 TBS 대표는 ‘명백한 언론 탄압’이라며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TBS 이사회는 조례안을 논의하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TBS 폐지 조례안’을 밀어붙이는 쪽에서는 교통안내 방송이라는 TBS의 설립 취지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TBS가 도마 위에 오른 핵심적 배경은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다(기자협회보, 8월 10일).” 공영방송이 정책협약식 때문에 족쇄가 돼 공정성, 객관성, 공익성을 물 건너 보낸 것이다.

[마음이 머무는 詩] 다시 가을에 - 이달균

다시 가을에 이달균(1957 ~ ) 또다시 늑대처럼 먼 길을 가야겠다. 사람을 줄이고 말수도 줄이고 이 가을, 외로움이란 얼마나 큰 스승이냐 [시평] 무더위도 이제 며칠이 남지 않았다. 입추가 지났고, 또 말복도 지나갔으니 말이다. 그러면 우리는 선선한 바람과 함께 다시 가을을 맞이한다. 여름의 그 무더위와는 다르게 가을은 어쩐지 차분하기도 하고, 이 차분함이 지나쳐 외롭기까지 한 계절이다. 나무들은 서서히 내면 그득했던 물기를 버리고, 조금씩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하늘은 더 푸르러 조금씩, 조금씩 우리의 시야로부터 멀리 달아나 버린다. 그래서 흔히 가을을 맞으면, 우리는 마치 외로운 들짐승 마냥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 누구와도 함께도 아닌, 혼자만이 먼 길을 떠나가야 하는, 그런 사람마냥 외롭고 또 쓸쓸한 계절, 머지않아 가을은 우리의 곁으로 찾아올 것이다. 그래서 가을에는 왠지 만나는 사람들도 줄이고, 또 말수도 줄어드는, 자신만이 혼자 사색을 해야 하는 계절인 양 생각이 된다. 이러한 모습은 사람들을 한층 진중하고 진지함으로 몰아가므로, 그 내면을 보다 충만하게 성장시키는, 그런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이 가을이 주는 외로움이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스승인가. 사람들로 하여금 번다한 일들을 스스로 줄이게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한 번 더 깊이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그러므로 마음의 깊이를 더 하게 하는 계절이니 말이다. 이 마지막 무더위와 함께, 좀처럼 물러가지 않을 듯했던 무더위는 물러가고, 이내 곧 우리에게 ‘선선한 기운의 가을’이라는 새로운 계절이 다가올 것이다. 이렇듯 계절의 변화란 참으로 어길 수 없는 진리, 진리가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걸공(乞空)의 음식칼럼] 함박꽃이라 불리는 작약(芍藥)

통나무를 안쪽으로 파서 만든 바가지인 함지박과 비슷하여 ‘함박’이라 부르며, 함지박처럼 크게 입을 벌리고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얼굴에 함박꽃이 피었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로 ‘꽃이 탐스럽게 핀다’해서 한문으로는 ‘함박꽃 작(芍)’ ‘약 약(藥)’자를 써 ‘작약(芍藥)’이라 했다. 중국에서는 ‘정이 깊어 떠나지 못한다(依依不舍, 难舍难分)’는 꽃말도 가지고 있어 연인들이 자주 선물하는 꽃이라고 한다. 작약지증(勺藥之贈)이라 하여 남녀 간에 향기로운 함박꽃을 보내어 정을 더욱 두텁게 함을 이르는 말도 있다. 함박꽃과 비슷한 꽃으로는 모란이 있다. 그러나 함박꽃과 모란은 엄연히 다르다. 함박꽃은 풀(草)이고 모란은 나무(木)다. 그러나 정식으로 함박꽃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도 있다. 바로 산목련이다. 흰 빛깔이 정갈하게 곱고, 꽃망울을 터트리면 노란색의 암술과 보라색의 수술이 어우러져서 꽃이 예쁘게 피는데 남한에서는 함박꽃나무로 불리고 북한에서는 목란으로 불린다. 우리 역사에 모란과 작약이 등장하는데, 삼국유사(三國遺事) 기이 편에 당 태종이 선덕여왕 앞으로 붉은색, 자주색, 흰색의 세 가지 색으로 그린 모란과 그 꽃씨 석 되를 보내왔다. 선덕여왕은 당 태종이 보낸 그림의 꽃을 보고 신하들에게 말하기를 “이 꽃은 정녕코 향기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왕의 말이 무슨 뜻을 내포하는지 모르는 신하들이 의아해하며 여왕을 바라본다. 그러자 여왕은 신하들에게 함께 보내온 꽃씨를 바로 앞뜰에 심도록 한다. 꽃씨를 심은 후 신하들이 그 꽃이 피고 지는 동안 여러 번 꽃의 냄새를 맡아보니 꽃에 향기가 없다. 과연 여왕이 처음 했던 그 말과 같았다. 당시 여러 신하들이 여왕에게 “어떻게 그렇게 될 줄 아셨습니까?”라고 하니 왕이 말하기를 “꽃은 비록 고우나 그림에 나비가 없으니 반드시 향기가 없을 것이다(此花絶艶 而圖畫又蜂蝶 是必無香花). 이는 당 황제가 나의 배우자가 없음을 빗댄 것”이라고 전해진다. 작약(芍藥)을 최초로 기록한 책은 본초 전문서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인데, 이 책에 작약(芍藥)은 “맛이 쓰고 기는 평탄하다. 사기(邪氣)로 인한 복통을 주관하고 혈비를 없애고 견적, 한열, 산가(疝瘕, 전립선염과 유사함)를 파괴하고 통증을 그치게 하고 소변을 순조롭게 하고 익기한다”라고 돼 있다. ‘고려사(高麗史)’에는 ‘고려 때 충렬왕은 원나라 세조(世祖) 쿠빌라이의 외딸 제국대장공주(齊國大長公主)를 왕비로 맞았다. 왕비가 된 공주는 어느 날 수녕궁(壽寧宮) 향각(香閣)의 어원(御園)을 산책하다가 작약이 탐스럽게 피었으므로 시녀에게 명하여 한 가지를 꺾어오게 하였다. 한 가지를 꺾어 들고 한참 귀여워하더니 그만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러던 어느 날 눈먼 악사 한명이 노래를 불렀다. 공주는 그 노래가 하도 구슬퍼 귀를 기울여 한참 듣다가 깜짝 놀랐다. 그 노래는 왕자가 공주를 그리워하다 마침내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왕자는 죽어 작약이 되어 이국땅에 살고 있다’는 슬픈 애화가 담겨 있다. 작약은 봄에 줄기가 나와서 5∼6월에 핀다. 제국공주가 향각에서 소요하던 때는 5월이라 모란은 시들고 작약이 만개하였으며 송경(松京)의 궁에는 작약이 많이 심어졌는데, 제국공주도 이 아름답게 핀 작약을 보고 잠재의식 속에 생명의 무상함을 직관하면서 슬피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 외에도 작약에 대한 전설이 있다. 서로 짙은 사랑을 나누던 왕자와 공주가 있었다. 어느 날 전쟁이 일어나자 왕자가 전쟁터에 나가고 공주가 그를 기다리다 왕자가 전사했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공주는 이러한 소문에 반신반의하며 왕자가 사는 나라로 갔다. 안타깝게도 왕자는 정말 죽었고 그 자리에 하얀 모란꽃이 피어있었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후 슬픔에 잠긴 공주는 신에게 왕자와 함께하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이를 가엾게 여긴 신이 그의 부탁을 들어줘서 공주를 모란을 닮은 작약으로 만들어줬다고 한다. 작약(芍藥)은 백작약(白芍藥)과 적작약(赤芍藥)이 있다. 조선시대 황도연(黃度淵, 1808~1884)이 한약의 처방을 설명한 의서 ‘방약합편(方藥合編)’의 방초(芳草, 향기 나는 한약) 편에 백작약(白芍藥)과 적작약赤芍藥)으로 구분되어 수재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한약 공정서인 ‘대한민국약전’에는 백작약과 적작약의 구분 없이 작약으로만 기재되어 있다. ‘중국약전’에는 백작약(Paeoniae Radix Alba)과 적작약(Paeoniae Radix Rubra)으로 나뉘어져 있다. 작약(芍藥)을 최초로 기록한 책은 본초 전문서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인데, 이 책에 작약(芍藥)은 “맛이 쓰고 기는 평탄하다. 사기(邪氣)로 인한 복통을 주관하고, 혈비를 없애고, 견적, 한열, 산가(疝瘕전립선염과 유사함)를 파괴하고, 통증을 그치게 하고, 소변을 순조롭게 하고, 익기한다”라고 돼 있다. 조선시대 구암(龜巖) 허준(許浚, 1539~1615)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혈비(血痺)를 낫게 하고 혈맥을 잘 통하게 하며 속을 완화시키고 궂은 피를 헤치며(散惡血) 옹종(癰腫)을 삭게 한다. 복통(腹痛)을 멈추고 어혈을 삭게(消) 하며 고름을 없어지게 한다. 여자의 모든 병과 산전산후의 여러 가지 병에 쓰며 월경을 통하게 한다. 장풍(腸風)으로 피를 쏟는 것, 치루(痔瘻), 등창(發背), 짓무른 헌데, 눈이 출혈되고 군살이 살아나는(目赤努肉) 데 쓰며 눈을 밝게 한다. 일명 해창(解倉)이라고도 하는데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적작약은 오줌을 잘 나가게 하고 기를 내리며 백작약은 아픈 것을 멈추고 어혈을 헤친다. 또한 백작약은 보(補)하고 적작약은 사(瀉)한다고도 한다.’라고 나온다. 봄철에 나오는 작약의 어린잎을 따서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다. 어린잎을 먹을 때에는 끓는 소금물에 넣어 데친 후 찬물에 헹구어 쓴맛과 독성을 제거한 후 찬물에 오래 담가두면 쓴맛이 대부분 제거된다. 뿌리를 약재로 쓸 때에는 가을에 뿌리를 채취하여 물에 씻어 햇볕에 말린다. 건조된 뿌리는 가루로 만들거나 그대로 물에 끓여 음용하면 좋다. 작약 뿌리는 뿌리를 진통제·해열제·이뇨제로 쓴다. 주요성분으로 페오노시드(paeonoside)·페오니플로린(paeoniflorin)·β-시토스테롤(β-sitosterol)·페오닌(paeonine)·갈로타닌(gallotanin)·벤조산(ben- zoic acid)·아스트라갈린(astragalin) 성분이 들어 있어 진통·두통, 치통, 복통·월경통·무월경·토혈·빈혈·타박상 등의 약재로 쓰인다. 작약은 한방에서 주로 어혈을 풀어주는 데 이용하고, 혈관에 피가 뭉치는 것을 막아주며 혈액순환을 원할하게 해주어서 각종 심혈관 관련 질환을 완화하고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작약이 위산이 과다로 분비되는 것을 억제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고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 위염이나 위궤양과 같은 위 관련 염증질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고 설사 완화에도 좋다. 한편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해서 항바이러스 항균 작용을 해주는 면역력을 증진시켜 주고 염증성 질환을 개선하고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천지일보 사설] 코로나19 방역 경계심 늦춰선 안 된다

코로나19 재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16일 신규 확진자 수는 8만 4천명 늘었다. 전날보다 2만 2천명 늘어 증가율이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15만명에 육박했던 1주일 전과 비교하더라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주말이 겹친 광복절 연휴 기간이다 보니 진단 검사 건수가 많이 줄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중증 환자 수는 4월 말 이후 112일 만에 최다치를 기록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에 대한 세심한 대책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더 걱정되는 것은 확진자 수만이 아니다. 확진자 수 증가에도 포착되지 않는 ‘숨은 감염자들’이다. 최근 무더위와 폭우 등의 영향으로 진단 검사를 받지 않거나, 감염이 되고도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는 더 많을 것이다. 어쩌면 최근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도 실은 이들 숨은 감염자들이 집계에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자료나 대책은 빈약하다. ‘각자도생’ 얘기가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얘기다. 숨은 감염자가 많다면 이는 그대로 8월 말 신학기 개학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다. 게다가 곧 추석 연휴다. 이동량이 특별히 많은 시기임을 강조한다면 숨은 감염자로 인한 확진자 수 증가세는 생각보다 강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칫 정부의 방역대책에도 상당한 혼선을 빚을 수 있다. 정부가 확진자 수 정점은 지났다고 봤는데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 그 증가세의 끝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책의 혼선은 곧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각별히 유의할 대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준중증 병상 가동률이 다소 낮아지고는 있지만, 65.0%로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수도권도 71.7%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상상황에서도 대처할 여력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그리고 재택치료가 어려운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위해 정부가 외래진료 방식을 접목시킨 ‘신개념 생활치료센터’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방역대책의 효율성까지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코로나19 환자들의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관건은 실효성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의 여부다. 겉으로는 ‘과학방역’을 말하지만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성 부각을 위해 ‘전시성 방역대책’을 내놓거나, 그마저도 형식에 그친다면 결국 정부를 믿었던 국민만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방역규제 완화가 이대로 가도 좋은 지, 취약계층 환자들의 사각지대는 제대로 해소되고 있는지 보다 면밀하고 과학적인 접근이 절실한 시점이다.

[천지일보 사설] 윤 대통령 취임 백일잔치 할 여유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으로 있다가 갑자기 정치권에 진출해서 단박에 대통령이 된 보기 드문 사례를 만들어 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정치적 초보’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정치와 외교, 경제, 사회 등 각 부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 우려였다면, 기성의 낡은 정치에 물들지 않은 신선함이 있다는 점은 기대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은 기대보다 우려가 더 높다. 취임 100일 만에 30%대 안팎의 지지율은 그 생생한 지표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그동안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부터 시작해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갈등, 뒤이은 한미정상회담과 6.1지방선거 승리, 나토(NATO) 정상회담 참석과 김건희 여사 동행 논란 등 숨가쁘게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과 일부 인사 논란은 최대 쟁점이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북한, 중국과의 외교 갈등과 일본에 대한 저자세 외교도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그리고 대통령실과 관저 공사에 김건희 여사 인맥이 일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은 국정조사 대상이 됐다. 지난 100일, 열심히 달려온 것 같지만 실상 손에 잡히는 알맹이가 없다. 오히려 아쉽고 부족한 것이 더 많다.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작은 전환점이 되길 기대했다.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여론이 워낙 높다 보니 뭔가 새로운 계기로 삼길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광복절에 어울리는 일본 메시지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난 100일에 대한 성찰이나 사과도 없었다. 갑자기 ‘자유’라는 단어가 쏟아졌다. 일제 식민지시대의 항일투쟁이 ‘자유를 위한 투쟁’이었다는 주장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나라도 없는 데 무슨 자유를 말하는 것인지 상식 밖이었다. 핵심을 피한 정무적 표현이라는 점에서는 최소한의 당당함도 찾기 어려웠다. 지금 정부는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섰다. 민생과 경제는 이미 거대한 위기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반도 정세는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렵게 됐다. 정치권의 갈등과 대결은 조만간 대규모 충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론은 극도로 나빠지고 있으며, 대통령 권력을 향한 냉소와 비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위기도 보통 위기가 아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게는 기회도 있다. 무엇보다 기성의 낡은 정치에 물들지 않은 신선함과 담백함이 있기에 지금이라도 ‘인식의 전환’이 가능하다. 게다가 시간도 많다. 결심하기에 따라서는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금은 스스로에 대한 변화와 혁신의 시간이다. 혹여 취임 ‘백일잔치’ 운운하면서 허상을 좇을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어제보다 행복하기] 멈추기

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우리 사람에게는 달리고 싶은 본능이 있다. 원시시대의 우리 조상들은 살기 위해서, 더 정확히 말하면 죽지 않기 위해서 달렸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현대인들은 멈추는 것을 잘 못한다. 끊임없이 움직이려 한다. 올림픽 등을 통해서 누가 빨리 달리는지, 누가 높이 뛰는지, 바다나 강에서는 누가 헤엄을 빨리 치는지 등을 겨룬다. 축구 경기를 하다가 동점이 되는 경우 승부를 가르기 위해 ‘승부차기’를 하게 된다. 이스라엘의 바 엘리라는 학자가 승부차기 하는 선수들을 관찰했다. 축구 선수들의 3분의 1은 공을 골대의 중앙으로 차고, 3분의 1은 골키퍼의 왼쪽으로, 나머지 3분의 1은 오른쪽으로 찬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방어를 하는 골키퍼들은 어떠했을까? 그들은 너무 빠른 공을 막아야 하지만 공을 확인한 후에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의 2분의 1은 왼쪽으로, 나머지 2분의 1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린다. 3분의 1에 해당하는 공이 중앙으로 날아온다는 분석을 보고서도 그들은 중앙에 멈춰 서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그들은 가만히 서 있기보다는 틀린 방향으로라도 몸을 날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아무 소용이 없더라도 어떤 행동을 선택하는 것, 이것을 바로 ‘행동 편향(Action bias)’이라고 한다. 골키퍼들만 행동 편향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돈을 그냥 가지고 있지 못하고 투자하는 것, 운전을 할 때에도 멈춰서 내비게이션을 켜 맞추고 가는 것이 옳은 줄 알면서도 우선 전진을 선택하는 것, 심지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다리를 떨거나 펜을 돌리는 등의 무의미한 일을 반복하는 것도 이 ‘행동 편향’과 관계가 있다. 이제 세상이 바뀌어서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많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도록 고안된 상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을 내어서 움직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운동이 그런 것이다. 같은 세대를 산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렸을 때, 운동한다는 개념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생산적이지 않은 일에 왜 힘을 써야 하는지, 쉽게 말하면 돈 받는 일도 아닌데 왜 힘들게 몸을 움직여야 하는지 말이다. 움직이는 것보다 생각을 잘 하는 사람이 경쟁력을 가지는 시대이다. 생각을 잘 하기 위해서 움직인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걸을 때 더 창의적인 생각이 잘 난다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은 움직이지 않으면서 생각에 몰입하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가볍게 선택하는 것이 바로 ‘멍 때리기’다. 모닥불을 보면서 멍 때리는 것을 ‘불멍’, 바다나 계곡에서 물을 보면서 멍 때리는 것을 ‘물멍’이라고 한다. 어렸을 적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으면, 왜 그렇게 멍하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은 좀 바보스럽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암튼 행동 편향에서 벗어나서 멈추기가 가능할 때 우리는 좀 더 수준 높은 삶을 살 수 있다.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그들이 방안에 조용히 머물러 있지 못하는 데 있다”고 했다. 우리는 너무 빨리, 너무 자주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행동 편향 차원에서 보면 불분명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뭔가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 행동을 할 때 기분이 더 나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성급하게 뭔가를 선택하고 행동할 때 결과는 안 좋아지는 경우가 더 많다. 무엇인가를 선택하기에 앞서 멈추고, 생각하고, 그 다음에 행동하라. 훨씬 더 안정된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IT 칼럼] 미래 자율자동차 선점 위해 미중 이상의 대책 강구해야

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앞으로 크게 성장할 세계 자율자동차 시장을 두고 중국과 미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자율주행차 1000대 이상이 시범서비스에 참여해 운전 중 돌발 상황 등 다양한 환경 아래 대규모 실증 데이터 확보 시험을 하고 있다. 또한 운전석에 사람이 없이도 주행 가능한 레벨4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 사업을 최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KMPG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시장은 2020년 71억 달러(약 7조 2600억원)에서 2035년 1조 1204억 달러(약 1468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미국에서 자율주행 시범서비스에 나선 차는 지난해 기준 1400대 이상이다. GM의 자회사 크루즈는 지난 6월부터 세계 최초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전석에 사람이 아예 없는 자율주행 택시 30대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기준 3200만㎞에 달하는 시범주행 경험을 쌓은 미국 웨이모는 2020년부터 애리조나주에서 300대의 차로 무인 시범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캘리포니아에서 무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바이두는 최근 완전 자율주행 택시 운행 허가를 받고, 우한과 충칭에 ‘아폴로 5세대’ 로보택시를 각 5대씩 10대를 투입한다. 테스트를 위한 시범주행이 아니라, 승객이 돈을 내고 자율주행 택시를 타는 서비스 상용화 단계에 돌입한 것이다. 바이두는 지난해까지 이미 2100만㎞에 이르는 시범주행을 했다. 반면 한국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필요한 누적 데이터 확보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한국은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내놓은 기업이 한 곳도 없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자율주행 누적 시범 서비스 차는 올해 1월 기준 220대, 시범서비스거리는 72만㎞에 그치고 국내 자율주행 시범서비스는 14개 지역 일부 구간에서만 한정된 차로 진행되고 있다. 아직 시범운행 수준이고, 축적된 자율주행 데이터 수준도 중국의 30분의1 수준이다.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미래차 핵심 경쟁력으로 자율주행기술을 꼽고 출시차량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앞 다퉈 탑재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자동차 산업이 미래차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율주행 시범서비스는 연구개발 단계에서 밝히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확인할 수 있고 이런 과정들이 누적됐을 때 한 단계 진전된 기술개발을 이룰 수 있다. 다행이 우리나라도 오는 10월부터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따르면 민·관·연 파트너와 손잡고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중심으로 자율주행서비스를 실시한다. 내년에는 제주대학교로 지역을 확대해 물류배송도 실증할 계획이다. 미중과 비교해 시장의 자금력 차이도 크다. 크루즈는 매분기 자율주행 테스트와 서비스 고도화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차 업체들은 각각 70억 달러(약 9조 2000억원), 50억 달러(약 6조 6000억원) 규모 투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정부 투자가 2027년까지 1조 1000억원, 현대차 등 기업 투자가 2025년까지 1조 6000억원 수준이다. 레벨4 상용화 달성을 위해 민·관 투자 확대 등 지원이 필요하다. 미래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미중 이상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더 많은 투자는 물론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 협업이 필요하다. 자율자동차는 5G 통신망과 각종 IT 서비스와 연동되기 때문에, 기업 간 투자와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임시 운행을 넘어 상용화와 시장 형성을 위해 안전기준 등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주행 데이터 축적을 위해 규제 완화를 서둘러야 한다. 또한 윤리 이슈와 외부 보행자 보호, 데이터 활용, 개인정보보호 등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방안 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대중문화칼럼] 재난정보를 트위터에 의존하는 사회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트위터는 계속 구설에 올랐고, 위기의 연속이었다. 우선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440억 달러(57조 5000억원)에 인수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는데, 가짜 계정이 너무 많다는 게 이유였다. 가짜 계정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서 인수하기 곤란하다는 것.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의 허위 계정이 20% 이상이라고 주장하며 5% 미만이라는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인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가 약속대로 인수해야 한다며 소송을 거는 한편, 트위터는 하루 가짜 계정을 50만개 삭제하고 있다가 100만개씩 없애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가짜 계정 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토론 요구와 함께 맞고소에 나섰다. 그런 와중에 540만여개의 트위터 계정 정보를 판매한다는 정보가 사이버 범죄 플랫폼에 올랐다. 3만 달러 우리 돈으로 3900만원에 팔리는 이 데이터에는 유명인의 이름은 물론이고 이메일과 전화번호도 있었다. 트위터는 이 같은 정보 판매를 인정했다. 해킹을 당한 것이다. 제보 관련 버그바운티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보안 취약점을 나쁘게 이용해서 보안 패치가 적용되기 전에 유출했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미래가 없어 보였다. 사용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세대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2014~2015년 미국 청소년의 트위터 이용 경험도 33%에서 23%로 10% 감소했다. 그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여러 조사와 통계를 통해 알 수가 있다. 트위터는 일방향적으로 짧게 정보를 전파할 수 있지만, 상호작용이나 텍스트, 이미지, 영상의 풍부한 구동에서는 상대적으로 그 기능과 효과가 떨어진다. 그런데 이번 폭우사태와 같은 재난 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그 역할을 톡톡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위기에 처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공유한 정보들이 트윗을 통해 400만건 이상 발생한 것은 객관적인 현상이다. 물이 찬 주차장이나 거리, 침수나 무정차 지하철 정보 등이 실시간으로 즉시 공유됐다. 서초동 현자나 슈퍼맨, 빌런 등의 시민들 활동도 공유될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은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 즉 ‘실검’이 없어지면서 더욱 강화된 현상이다. 이전에 실검에서는 화재, 급류, 고속도로 교통사고, 지하철 고장 등 돌발적인 사건 사고들이 실시간으로 떠올라 시민들이 이를 보고 즉각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실검은 여론 조작이나 마케팅에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에 따라 폐지가 됐다. 올해 가뭄과 폭염 등으로 트위터 정보량이 대폭 증가했다는 데이터도 있다. 이상 기후와 재난이 많을수록 트위터는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트위터가 가지고 있는 일방향적 전파성의 강점이 재빨리 정보가 확산돼야 할 때는 유용한 것이다. 또한 재빠른 이슈 흐름을 볼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2008년 트위터는 트렌드 기능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트위터의 공동 설립자 잭 도시(Jack Dorsey)는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아침에 신문이나 뉴스를 보는 것처럼 트렌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좋지 않은 정보가 이 트렌드 기능에서 확산될 위험은 여전히 있다. 흑인 차별이나 폭력과 테러를 부추기는 각종 흐름이 등장하고 이것을 주도하는 것이 가짜 계정들이다. 트위터는 이런 악용에 대해서 대책을 항상 마련하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광고 수익을 위해 버려두고 있다는 의구심도 항상 있었다. 그런 의구심은 일론 머스크의 불신으로 이어져 엄청난 인수 기회를 날릴 위기로 이어진 셈이다. 역설적으로 트위터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재난과 참사, 사건 사고가 잦아져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트위터 사례에서 우리가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시민들과 국민은 재난과 사고 현장에서 재빠른 정보 공유와 대응 방안을 공유하기를 원한다는 점이다. 그것을 충족시켜 줄 만한 수단이 밉든 곱든 거의 트위터밖에 없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오로지 공공 재난대책 시스템보다 시민과 국민의 SNS 활용이 빛을 발하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가 아니라 민간 글로벌 기업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해지는 것은 결국 일방적 서비스 중단은 물론 해킹 등 정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에 책임을 지지도 않고 질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