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사설] 15년 만의 최악의 식량위기… 실질적인 대책 시급

식품업계의 가격인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가 17일 나왔다. 올해 하반기에도 곡물 수입단가와 가공식품 물가 상승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정점을 찍은 세계 곡물가격이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 가격에 반영되는 영향이 크다. 국제 곡물가격은 이후 하락세에 있으나 여전히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50%나 높은 수준이다. 4분기에 식품 가격이 조금 하락한다 해도 여전히 높은 물가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세계 곡물가격이 정점을 찍은 데에는 농업 강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6개월간 계속되는 전쟁과 이로 인한 에너지 위기,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따른 비료 가격 인상, 기후변화, 인플레이션 등의 원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지금이 2007~2008년 이후 최악의 식량 위기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잇따른다. 약 36개국이 밀 수입의 절반 이상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의존하는 가운데 두 나라의 밀 대규모 수입국인 레바논에서는 식량 인플레이션이 122%에 달했다. 주요 농업국 중 기후 피해를 받지 않은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남아시아와 미국의 폭염, 유럽과 동아프리카와 중국의 극심한 가뭄, 최근 우리나라에서의 폭우도 많은 양의 농작물을 없앴으며 먹을 수 있는 식량을 더 비싸게 만들었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이번 식량난에 46개국에서 4900만명이 기근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국제·정치 이니셔티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긴급구호로 급한 불을 끈다고 해도 국제 식량 공급에 있어 체계적인 변화의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하는 바다. 지난 11일 기준 최소 23개국이 식품 33개에 대한 수출을 금지한 가운데 더 많은 국가들이 식량을 무기화하고 무역을 제한하기 전에 국제사회가 장기적인 식량위기에 대한 대응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식량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는 대책이 시급하다. 세계 곡물과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마다 받는 타격을 줄여야 한다. 과거 우리와 상황이 유사했던 일본과 인도네시아 등은 곡물 자급자족 확대에 적극 나서 자급률이 개선되고 있다. 이에 오는 10월 정부가 발표할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이 주목된다. 현장과 전문가, 외교 등 다각도로 접근해 자급률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결과를 내야 한다. 장기적인 식량 고물가는 폭력, 정치·사회적 불안 발생률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천지일보 사설] 100일 맞은 윤석열 정부… 불법 집회와 농성은 법질서 확립 차원서 강력 대처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째에 때맞춰 서울 지하철 집회와 건물 농성시위가 잇달아 서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17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 지하철 4호선에서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했다. 지난 1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에 성과가 없었다며 출근길 시위를 벌인 이후 16일 만이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오전 8시께부터 상행선을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방향으로 이동했다. 지하철 4호선은 역마다 시위 인원이 모두 내렸다가 다시 탑승해 운행이 지연되며 출근길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언급한 장애인 사회적 약자 이야기는 원론적인 수준이었다”며 “오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장애인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입장을 명확히 밝혀달라”고 말했다. 이날 지하철 탑승 시위에는 휠체어 25대를 포함해 단체 관계자 100여명(경찰 추산)이 참여했다. 민노총 소속 화물연대 조합원 70여명은 16일 하이트 진로 서울본사 사옥에 난입해 건물 1층 로비와 옥상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한때 건물 전체를 봉쇄하고 직원 출입도 가로막았다고 한다. 70일 넘게 이 회사 공장을 돌아가면서 상품 출하를 방해하는 행패를 부리다가 결국 본사까지 쳐들어온 것이다. 조합원들은 “시너를 들고 올라왔으니 경찰이 진입하면 일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방송을 하면서 위협했다고 한다. 지난달에도 민노총 소속 대우조선 하청 노조 조합원이 시너를 들고 선박을 점거해 51일 동안 수천억원 손실을 기업에 입혔다. 시너 등 인화 물질은 많은 인명 피해를 낼 수 있는 살상 무기와 다름이 없다. 경찰은 하이트 진로 강원 공장 앞 도로를 봉쇄하고 불법 시위를 벌이던 조합원을 강제 해산하고 해산 명령에 불응한 조합원을 체포했다. 노조의 불법시위를 강제 해산한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이었다. 이번 본사 난입은 경찰의 강제 해산에 대한 보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찰과 한판 대결을 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권력은 각종 불법 집회와 시위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시민들을 볼모로 잡아 출근길 지하철에서 시위를 반복적으로 자행하는 전장연, 오랫동안 공권력을 농락하는 민노총 등은 경찰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단적인 주장을 행동으로 나타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광화문광장이 다시 개장하면서 집회, 시위가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집회·시위 엄격 제한 방침을 세웠지만 헌법에 보장된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내세우며 사전 신고된 집회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불법성이 드러날 경우 경찰과 행정당국은 강력한 단속을 해야할 것이다. 법질서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나라라면 전장연과 민노총의 불법시위와 농성 점거를 결코 수수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특허칼럼] 자금난을 해소하는 특허권

정연용 변리사 특허나 상표, 디자인 등의 권리 즉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IP의 화폐적 가치에 근거해 자금을 조달하는 활동을 IP 금융이라고 하는데, 그 금융 규모가 2019년에 1조원을 달성했고, 2020년에는 2조원, 2021년에 2조 5천억원을 넘어섰으며 2022년 초 IP 금융 잔액이 6조원을 돌파했다. 특허가 돈이 되는 시대다. 특허를 담보로 대출받는 IP 담보 대출액의 비율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특허를 기반으로 보증서를 발급받는 IP 보증액이 IP 담보 대출액의 70% 정도 되며, 우수한 특허를 보유한 기업에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IP 투자액이 IP 담보 대출액의 25% 정도 된다. 물적 담보가 낮은 중소기업, 소상공인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IP 담보 대출의 경우, 국책, 시중은행, 부산, 대구, 경남은행 등 주요 지방은행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중이며, 이때 신용등급도 함께 고려하고 있는데 특허 가치 평가를 거쳐 신용등급이 낮은 BB 등급 이하의 기업이라도 전체 대출의 77.7% 이상으로 이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도 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험난한 환경에도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됐다. IP 담보 대출의 금리가 현재 2~3%로 대인 신용대출금리의 절반 정도이지만, 특허가치평가의 성적표에 따라 좀더 금리를 낮춰 준다면 연구개발 및 특허의 고도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겠다. IP 담보 대출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유전자 가위의 특허를 가진 중소기업은 임상시험으로 자금난을 겪던 중, 특허 7건을 담보로 운영자금 20억원을 대출받아 원활하게 개발을 추진했고, 온라인광고 플랫폼 개발 스타트업은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운영자금난이었으나, 기보에서 신속하게 온라인평가를 통해 받은 IP 보증서로 은행대출을 받아 자금난을 해소했다는 것이다. IP 투자 면에서도 반도체 소재생산 중소기업은 소재 관련 특허가치를 기반으로 특허계정 자조합으로부터 16억원을 투자받아 소재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한다. IP 투자는 미래차, 반도체, 바이오와 같은 BIG3 분야 특허를 보유한 기업에 대한 투자액이 55.3%를 넘어 핵심사업에 대한 자금조달이 집중되고 있으며, 특히 미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일반보증이나 IP 담보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운 창업 초기기업에게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신속한 온라인평가 이후, 비율 우대와 보증료 감면 등의 추가 혜택을 주고 있다. IP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IP 전문신탁업과 IP 크라우드펀딩 활성화가 요청된다. 기술과 금융에 전문성을 구비한 IP 전문신탁업을 통해 중소기업과 투자자 모두 투자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겠다. SNS 플랫폼을 통해 용이한 접근성으로 간단히 투자할 수 있고, 발행규제가 간편하므로 초기 중소기업에게 도움이 클 것으로 예견되는 IP 크라우딩펀딩도 활성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보다 장기적으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길을 열어줘야 안정적인 기업 성장에 궁극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최선생의 교단일기] MZ세대 부모의 훈육이 우려스럽다

최병용 칼럼니스트 요즘 MZ세대 부모들의 잘못된 양육행태를 지적하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한 매장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머물다 간 자리의 의자에, 어린이들이 놀 때 사용하는 스티커가 가득 붙어 있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성인 6명, 아이 2명이 머물다 간 자리이니, 어른들도 분명히 목격했을 텐데 타이르거나 혼내지 않고 그냥 붙이게 뒀다는 의미다. 부착한 스티커를 떼다가 의자의 도색이 벗겨지면 보상까지 해줘야 하는데도 아이 기죽이기 싫다며, 말리지 않는 MZ세대 부모의 특징을 그대로 나타낸 사건이다. 아이들이 모르고 놀았더라도 자리를 떠나기 전 스티커를 다 떼도록 했다면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교육이 될 수 있었다. “식당이나 카페의 의자나 테이블은 여기 주인의 물건이에요. 남의 물건에 스티커를 함부로 붙이는 건 안 돼요”라는 말 한마디면 아이에게 공중도덕을 몸에 배도록 가르칠 수 있는데도 부모가 생각조차 못 한 모양이다. MZ세대 부모 자신도 오냐오냐 자라 공중도덕을 못 배운 이기적인 사람이 많아 그렇다. 공공장소인 병원, 도서관, 대기실, 공원, 전철 등에서 어린이를 동반한 젊은 부모를 만날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아이가 걸어 다니며 신던 신발을 신고 의자에 올라가도 나무라거나, 신발을 벗은 후 올라가게 하는 부모를 보기 힘들다. 누구나 앉는 의자라면 아이에게 “이곳은 많은 사람이 앉는 곳이에요. 더러운 신발을 벗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옷이 더러워질 수 있어요. 꼭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해요”라고 교육해야 한다. 전철에서 “아이 신발을 벗기던지, 못 올라가게 하세요”라고 한마디 했다가, 젊은 부모의 눈총 세례에 내가 상처를 더 받아 이젠 아예 못 본 척한다. 발이 더러운 반려견을 그대로 벤치에 올려두는 견주도 마찬가지다. 특히 식당에서는 부모의 의식 수준이 그대로 드러난다. 엄마 여럿 모인 자리에 대동한 아이들은 대부분 천방지축으로 직원들이 서빙하는 사이를 뛰어다녀도 제지하지 않는다. 타인이 사용할 수저를 꺼내 만지며 장난을 쳐도 놔둔다. 엄마들이 수다에 정신이 팔려 아이들을 돌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 수다의 대화 주제가 대부분 ‘아이 교육’이니 아이러니하다. 기저귀를 갈고 그 기저귀를 식탁에 두고 가는 몰상식의 극치를 달리는 부모 탓에 업주가 괴로워한다. 식당에서 손님이 버린 기저귀를 치워줄 의무가 없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갖고 가라”고 주인이 한마디 하면 동네 맘카페가 난리 나고 엄마들도 동조한다. 스마트폰으로 공공장소에서 동영상을 시청할 때는 어른, 아이를 떠나 이어폰을 사용하거나 무음으로 시청해야 한다. 식당에서 부모는 밥과 술을 먹고 아이들은 크게 틀어 놓은 유튜브를 보며 떠드는 모습을 많이 본다. “조용히 시청하게 해주세요”라고 한마디 했다 큰 싸움이 날 뻔했다. 애당초 들을 부모라면 그런 행동을 못 하게 했다. 전철이나 버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일수록 공공장소에서 이어폰이나 무음으로 시청해야 한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 아이니까 누구나 이해하고 예뻐해야 할 권리를 가진 게 아니다. 어른이 되면 누구나 결혼할 수 있고, 아이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를 올바르게 훈육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 특히 아이를 사회에 필요한 사람으로 기르는 건 가장 어려운 일이다. 부모 자신이 이기적인 행동을 자주 보이면 아이들도 보고 배운다. 타인에게 양보하는 착한 심성을 먼저 가르쳐야 함에도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 법을 가르치며 자랑스러워한다. 공공장소에서 해도 되는 행동, 안 해야 하는 행동 등은 구분해서 가르쳐야 나중에 부모에게도 올바른 행실을 하는 아이로 자란다. 점점 제대로 훈육하는 부모를 만나는 게 어려운 세상이 되어간다. 그런 부모가 많아질수록 아이가 아닌 개념 없는 부모의 입장을 거부하는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미디어·경제논단] 언론노조와 후보 간의 정책협약의 족쇄

조맹기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명예교수 공영방송은 공정성 시비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언론노조와 진보당, 민주당과 대선·지방주요 선거에 관습적으로 ‘정책협약식’을 갖는다. 사회주의, 공산주의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아마추어 정치인은 항상 언론노조의 유혹에 손을 내밀어 버린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게 서로의 공존의 도구는 될 수 있어도, 서로 족쇄가 된다. 그때부터 공영언론의 공정성, 객관성, 공익성 등은 구호에 그칠 수 있다. ‘정책협약식’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이번에는 김은혜 홍보수석 예정자가 도마 위에 올랐다. KBS노동조합·MBC노동조합·YTN노동조합·연합뉴스 공정노조가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김은혜 전 경기도지사 후보의 ‘정책협약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경기지사후보와 전국언론노동조합 경인지역 협의회에서 ‘지역언론 진흥정책 협약식(2022년 5월 30일)’을 가졌다. “민노총 언론노조와의 정책협약서의 핵심은 3번 조항이다. ‘지방자치단체 출자, 출연 미디어 재단의 독립성 보장’에서 ‘경기도가 출자, 출연한 미디어 관련 재단이 언론을 운영할 경우 의사결정의 민주성, 독립성 보장 및 재원의 자립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라고 규정했다.” 김은혜 후보는 표가 궁한 나머지 거기에 사인을 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홍보수석으로 가닥이 잡혀간다. 이들 언론노조협의체는 지난 5년 동안 KBS, MBC, YTN, 연합뉴스 등 ‘공영언론사에서 벌어진 묻지마식 문재인용비어천가를 벌써 잊었는가?’라고 전제한다. 문재인 대선 후보와 정책협약을 맺고 일어난 일이다. “경기도가 운영하는 ‘경기도형 김어준 TBS’를 하나 더 만들고 재정적으로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즉 민노총 언론노조의 편향적 방송 투쟁진지를 경기도민의 혈세로 만들어주겠다는 소리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MBC 아나운서 출신이다. 민노총 언론인 출신이 국민의힘 홍보수석 자리를 꿰어 찬 것이다. 김씨는 공영방송이 지난 5년간 정파성, 진지전 구축에 얼굴이 몰골이 된 사실을 직시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서울시는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특별시 교통방송 운영에 관한 조례’에 의하면 “제1조(목적) 이 조례는 시민에게 교통정보를 신속히 전달해 시민생활 편익을 증진하고, 유익한 생활정보 및 건전한 문화·예술을 보급해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제105조에 따라 설치한 서울특별시 교통방송(tbs)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운영조례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특히 공영방송은 재난보도가 으뜸 기능이다. 여기서 재난보도는 국민의 생명, 자유, 재산을 지키는 것이 그들의 고유 업무인 것이다. 이걸 무시하고 정치방송을 하면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 그 행태는 TBS 방송인 전체뿐 아니라, 개인의 인성에도 문제가 있다. 언론인의 윤리의식과 언론인의 본성이 그대로 노출된다. 더 큰 문제는 언론인과 정치인이 같은 인성의 군상들이라니 입을 다물어야 할 판이다. 더욱이 교통방송 존폐가 도마 위에 오르기까지 한다. 정치인은 언론을 자신들의 하수인으로 본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11일 서울 사당동 수해 복구 현장에 봉사 활동을 나가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했다. 아무리 농담이라도 폭우로 삶의 터전을 잃은 수재민 입장에선 억장이 무너질 말이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은 폭우로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반포대로 등에 차량이 통제돼 극심한 혼잡을 빚은 10일 아침 출근길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무더기로 출연했다. 이들은 김어준씨와 함께 정부 비판을 쏟아냈다. 운전자들은 ‘차가 너무 막혀 교통 정보를 들으려고 교통방송을 틀었는데 정부 욕하는 소리만 들었다’고 했다. 교통방송이 정치방송이 된 지 오래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조선일보 사설, 8월 13일).” 언론노조와 주요선거 후보 간의 정책협약식 족쇄가 계속되면서 사회문제를 일으킨다. 기자협회보 ‘우리의 주장’에서도 교통방송의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는 누가 봐도 문제로 부각되게 마련이었다. “서울시의회가 TBS에 대한 서울시 출연금 지원을 중단하고 재단을 민영화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TBS에 대한 서울시의 ‘돈줄’을 끊어 사실상 문을 닫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4일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 76명이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공동 발의했고, 김현기 시의회 의장은 올해 하반기에 조례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의회에서 국민의힘이 과반을 차지한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도 ‘교통방송’을 ‘교육방송’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혔다. TBS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강택 TBS 대표는 ‘명백한 언론 탄압’이라며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TBS 이사회는 조례안을 논의하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TBS 폐지 조례안’을 밀어붙이는 쪽에서는 교통안내 방송이라는 TBS의 설립 취지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TBS가 도마 위에 오른 핵심적 배경은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다(기자협회보, 8월 10일).” 공영방송이 정책협약식 때문에 족쇄가 돼 공정성, 객관성, 공익성을 물 건너 보낸 것이다.

[마음이 머무는 詩] 다시 가을에 - 이달균

다시 가을에 이달균(1957 ~ ) 또다시 늑대처럼 먼 길을 가야겠다. 사람을 줄이고 말수도 줄이고 이 가을, 외로움이란 얼마나 큰 스승이냐 [시평] 무더위도 이제 며칠이 남지 않았다. 입추가 지났고, 또 말복도 지나갔으니 말이다. 그러면 우리는 선선한 바람과 함께 다시 가을을 맞이한다. 여름의 그 무더위와는 다르게 가을은 어쩐지 차분하기도 하고, 이 차분함이 지나쳐 외롭기까지 한 계절이다. 나무들은 서서히 내면 그득했던 물기를 버리고, 조금씩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하늘은 더 푸르러 조금씩, 조금씩 우리의 시야로부터 멀리 달아나 버린다. 그래서 흔히 가을을 맞으면, 우리는 마치 외로운 들짐승 마냥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 누구와도 함께도 아닌, 혼자만이 먼 길을 떠나가야 하는, 그런 사람마냥 외롭고 또 쓸쓸한 계절, 머지않아 가을은 우리의 곁으로 찾아올 것이다. 그래서 가을에는 왠지 만나는 사람들도 줄이고, 또 말수도 줄어드는, 자신만이 혼자 사색을 해야 하는 계절인 양 생각이 된다. 이러한 모습은 사람들을 한층 진중하고 진지함으로 몰아가므로, 그 내면을 보다 충만하게 성장시키는, 그런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이 가을이 주는 외로움이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스승인가. 사람들로 하여금 번다한 일들을 스스로 줄이게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한 번 더 깊이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그러므로 마음의 깊이를 더 하게 하는 계절이니 말이다. 이 마지막 무더위와 함께, 좀처럼 물러가지 않을 듯했던 무더위는 물러가고, 이내 곧 우리에게 ‘선선한 기운의 가을’이라는 새로운 계절이 다가올 것이다. 이렇듯 계절의 변화란 참으로 어길 수 없는 진리, 진리가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걸공(乞空)의 음식칼럼] 함박꽃이라 불리는 작약(芍藥)

통나무를 안쪽으로 파서 만든 바가지인 함지박과 비슷하여 ‘함박’이라 부르며, 함지박처럼 크게 입을 벌리고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얼굴에 함박꽃이 피었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로 ‘꽃이 탐스럽게 핀다’해서 한문으로는 ‘함박꽃 작(芍)’ ‘약 약(藥)’자를 써 ‘작약(芍藥)’이라 했다. 중국에서는 ‘정이 깊어 떠나지 못한다(依依不舍, 难舍难分)’는 꽃말도 가지고 있어 연인들이 자주 선물하는 꽃이라고 한다. 작약지증(勺藥之贈)이라 하여 남녀 간에 향기로운 함박꽃을 보내어 정을 더욱 두텁게 함을 이르는 말도 있다. 함박꽃과 비슷한 꽃으로는 모란이 있다. 그러나 함박꽃과 모란은 엄연히 다르다. 함박꽃은 풀(草)이고 모란은 나무(木)다. 그러나 정식으로 함박꽃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도 있다. 바로 산목련이다. 흰 빛깔이 정갈하게 곱고, 꽃망울을 터트리면 노란색의 암술과 보라색의 수술이 어우러져서 꽃이 예쁘게 피는데 남한에서는 함박꽃나무로 불리고 북한에서는 목란으로 불린다. 우리 역사에 모란과 작약이 등장하는데, 삼국유사(三國遺事) 기이 편에 당 태종이 선덕여왕 앞으로 붉은색, 자주색, 흰색의 세 가지 색으로 그린 모란과 그 꽃씨 석 되를 보내왔다. 선덕여왕은 당 태종이 보낸 그림의 꽃을 보고 신하들에게 말하기를 “이 꽃은 정녕코 향기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왕의 말이 무슨 뜻을 내포하는지 모르는 신하들이 의아해하며 여왕을 바라본다. 그러자 여왕은 신하들에게 함께 보내온 꽃씨를 바로 앞뜰에 심도록 한다. 꽃씨를 심은 후 신하들이 그 꽃이 피고 지는 동안 여러 번 꽃의 냄새를 맡아보니 꽃에 향기가 없다. 과연 여왕이 처음 했던 그 말과 같았다. 당시 여러 신하들이 여왕에게 “어떻게 그렇게 될 줄 아셨습니까?”라고 하니 왕이 말하기를 “꽃은 비록 고우나 그림에 나비가 없으니 반드시 향기가 없을 것이다(此花絶艶 而圖畫又蜂蝶 是必無香花). 이는 당 황제가 나의 배우자가 없음을 빗댄 것”이라고 전해진다. 작약(芍藥)을 최초로 기록한 책은 본초 전문서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인데, 이 책에 작약(芍藥)은 “맛이 쓰고 기는 평탄하다. 사기(邪氣)로 인한 복통을 주관하고 혈비를 없애고 견적, 한열, 산가(疝瘕, 전립선염과 유사함)를 파괴하고 통증을 그치게 하고 소변을 순조롭게 하고 익기한다”라고 돼 있다. ‘고려사(高麗史)’에는 ‘고려 때 충렬왕은 원나라 세조(世祖) 쿠빌라이의 외딸 제국대장공주(齊國大長公主)를 왕비로 맞았다. 왕비가 된 공주는 어느 날 수녕궁(壽寧宮) 향각(香閣)의 어원(御園)을 산책하다가 작약이 탐스럽게 피었으므로 시녀에게 명하여 한 가지를 꺾어오게 하였다. 한 가지를 꺾어 들고 한참 귀여워하더니 그만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러던 어느 날 눈먼 악사 한명이 노래를 불렀다. 공주는 그 노래가 하도 구슬퍼 귀를 기울여 한참 듣다가 깜짝 놀랐다. 그 노래는 왕자가 공주를 그리워하다 마침내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왕자는 죽어 작약이 되어 이국땅에 살고 있다’는 슬픈 애화가 담겨 있다. 작약은 봄에 줄기가 나와서 5∼6월에 핀다. 제국공주가 향각에서 소요하던 때는 5월이라 모란은 시들고 작약이 만개하였으며 송경(松京)의 궁에는 작약이 많이 심어졌는데, 제국공주도 이 아름답게 핀 작약을 보고 잠재의식 속에 생명의 무상함을 직관하면서 슬피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 외에도 작약에 대한 전설이 있다. 서로 짙은 사랑을 나누던 왕자와 공주가 있었다. 어느 날 전쟁이 일어나자 왕자가 전쟁터에 나가고 공주가 그를 기다리다 왕자가 전사했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공주는 이러한 소문에 반신반의하며 왕자가 사는 나라로 갔다. 안타깝게도 왕자는 정말 죽었고 그 자리에 하얀 모란꽃이 피어있었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후 슬픔에 잠긴 공주는 신에게 왕자와 함께하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이를 가엾게 여긴 신이 그의 부탁을 들어줘서 공주를 모란을 닮은 작약으로 만들어줬다고 한다. 작약(芍藥)은 백작약(白芍藥)과 적작약(赤芍藥)이 있다. 조선시대 황도연(黃度淵, 1808~1884)이 한약의 처방을 설명한 의서 ‘방약합편(方藥合編)’의 방초(芳草, 향기 나는 한약) 편에 백작약(白芍藥)과 적작약赤芍藥)으로 구분되어 수재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한약 공정서인 ‘대한민국약전’에는 백작약과 적작약의 구분 없이 작약으로만 기재되어 있다. ‘중국약전’에는 백작약(Paeoniae Radix Alba)과 적작약(Paeoniae Radix Rubra)으로 나뉘어져 있다. 작약(芍藥)을 최초로 기록한 책은 본초 전문서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인데, 이 책에 작약(芍藥)은 “맛이 쓰고 기는 평탄하다. 사기(邪氣)로 인한 복통을 주관하고, 혈비를 없애고, 견적, 한열, 산가(疝瘕전립선염과 유사함)를 파괴하고, 통증을 그치게 하고, 소변을 순조롭게 하고, 익기한다”라고 돼 있다. 조선시대 구암(龜巖) 허준(許浚, 1539~1615)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혈비(血痺)를 낫게 하고 혈맥을 잘 통하게 하며 속을 완화시키고 궂은 피를 헤치며(散惡血) 옹종(癰腫)을 삭게 한다. 복통(腹痛)을 멈추고 어혈을 삭게(消) 하며 고름을 없어지게 한다. 여자의 모든 병과 산전산후의 여러 가지 병에 쓰며 월경을 통하게 한다. 장풍(腸風)으로 피를 쏟는 것, 치루(痔瘻), 등창(發背), 짓무른 헌데, 눈이 출혈되고 군살이 살아나는(目赤努肉) 데 쓰며 눈을 밝게 한다. 일명 해창(解倉)이라고도 하는데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적작약은 오줌을 잘 나가게 하고 기를 내리며 백작약은 아픈 것을 멈추고 어혈을 헤친다. 또한 백작약은 보(補)하고 적작약은 사(瀉)한다고도 한다.’라고 나온다. 봄철에 나오는 작약의 어린잎을 따서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다. 어린잎을 먹을 때에는 끓는 소금물에 넣어 데친 후 찬물에 헹구어 쓴맛과 독성을 제거한 후 찬물에 오래 담가두면 쓴맛이 대부분 제거된다. 뿌리를 약재로 쓸 때에는 가을에 뿌리를 채취하여 물에 씻어 햇볕에 말린다. 건조된 뿌리는 가루로 만들거나 그대로 물에 끓여 음용하면 좋다. 작약 뿌리는 뿌리를 진통제·해열제·이뇨제로 쓴다. 주요성분으로 페오노시드(paeonoside)·페오니플로린(paeoniflorin)·β-시토스테롤(β-sitosterol)·페오닌(paeonine)·갈로타닌(gallotanin)·벤조산(ben- zoic acid)·아스트라갈린(astragalin) 성분이 들어 있어 진통·두통, 치통, 복통·월경통·무월경·토혈·빈혈·타박상 등의 약재로 쓰인다. 작약은 한방에서 주로 어혈을 풀어주는 데 이용하고, 혈관에 피가 뭉치는 것을 막아주며 혈액순환을 원할하게 해주어서 각종 심혈관 관련 질환을 완화하고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작약이 위산이 과다로 분비되는 것을 억제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고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 위염이나 위궤양과 같은 위 관련 염증질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고 설사 완화에도 좋다. 한편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해서 항바이러스 항균 작용을 해주는 면역력을 증진시켜 주고 염증성 질환을 개선하고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천지일보 사설] 코로나19 방역 경계심 늦춰선 안 된다

코로나19 재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16일 신규 확진자 수는 8만 4천명 늘었다. 전날보다 2만 2천명 늘어 증가율이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15만명에 육박했던 1주일 전과 비교하더라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주말이 겹친 광복절 연휴 기간이다 보니 진단 검사 건수가 많이 줄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중증 환자 수는 4월 말 이후 112일 만에 최다치를 기록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에 대한 세심한 대책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더 걱정되는 것은 확진자 수만이 아니다. 확진자 수 증가에도 포착되지 않는 ‘숨은 감염자들’이다. 최근 무더위와 폭우 등의 영향으로 진단 검사를 받지 않거나, 감염이 되고도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는 더 많을 것이다. 어쩌면 최근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도 실은 이들 숨은 감염자들이 집계에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자료나 대책은 빈약하다. ‘각자도생’ 얘기가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얘기다. 숨은 감염자가 많다면 이는 그대로 8월 말 신학기 개학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다. 게다가 곧 추석 연휴다. 이동량이 특별히 많은 시기임을 강조한다면 숨은 감염자로 인한 확진자 수 증가세는 생각보다 강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칫 정부의 방역대책에도 상당한 혼선을 빚을 수 있다. 정부가 확진자 수 정점은 지났다고 봤는데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 그 증가세의 끝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책의 혼선은 곧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각별히 유의할 대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준중증 병상 가동률이 다소 낮아지고는 있지만, 65.0%로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수도권도 71.7%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상상황에서도 대처할 여력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그리고 재택치료가 어려운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위해 정부가 외래진료 방식을 접목시킨 ‘신개념 생활치료센터’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방역대책의 효율성까지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코로나19 환자들의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관건은 실효성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의 여부다. 겉으로는 ‘과학방역’을 말하지만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성 부각을 위해 ‘전시성 방역대책’을 내놓거나, 그마저도 형식에 그친다면 결국 정부를 믿었던 국민만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방역규제 완화가 이대로 가도 좋은 지, 취약계층 환자들의 사각지대는 제대로 해소되고 있는지 보다 면밀하고 과학적인 접근이 절실한 시점이다.

[천지일보 사설] 윤 대통령 취임 백일잔치 할 여유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으로 있다가 갑자기 정치권에 진출해서 단박에 대통령이 된 보기 드문 사례를 만들어 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정치적 초보’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정치와 외교, 경제, 사회 등 각 부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 우려였다면, 기성의 낡은 정치에 물들지 않은 신선함이 있다는 점은 기대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은 기대보다 우려가 더 높다. 취임 100일 만에 30%대 안팎의 지지율은 그 생생한 지표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그동안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부터 시작해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갈등, 뒤이은 한미정상회담과 6.1지방선거 승리, 나토(NATO) 정상회담 참석과 김건희 여사 동행 논란 등 숨가쁘게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과 일부 인사 논란은 최대 쟁점이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북한, 중국과의 외교 갈등과 일본에 대한 저자세 외교도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그리고 대통령실과 관저 공사에 김건희 여사 인맥이 일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은 국정조사 대상이 됐다. 지난 100일, 열심히 달려온 것 같지만 실상 손에 잡히는 알맹이가 없다. 오히려 아쉽고 부족한 것이 더 많다.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작은 전환점이 되길 기대했다.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여론이 워낙 높다 보니 뭔가 새로운 계기로 삼길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광복절에 어울리는 일본 메시지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난 100일에 대한 성찰이나 사과도 없었다. 갑자기 ‘자유’라는 단어가 쏟아졌다. 일제 식민지시대의 항일투쟁이 ‘자유를 위한 투쟁’이었다는 주장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나라도 없는 데 무슨 자유를 말하는 것인지 상식 밖이었다. 핵심을 피한 정무적 표현이라는 점에서는 최소한의 당당함도 찾기 어려웠다. 지금 정부는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섰다. 민생과 경제는 이미 거대한 위기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반도 정세는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렵게 됐다. 정치권의 갈등과 대결은 조만간 대규모 충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론은 극도로 나빠지고 있으며, 대통령 권력을 향한 냉소와 비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위기도 보통 위기가 아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게는 기회도 있다. 무엇보다 기성의 낡은 정치에 물들지 않은 신선함과 담백함이 있기에 지금이라도 ‘인식의 전환’이 가능하다. 게다가 시간도 많다. 결심하기에 따라서는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금은 스스로에 대한 변화와 혁신의 시간이다. 혹여 취임 ‘백일잔치’ 운운하면서 허상을 좇을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어제보다 행복하기] 멈추기

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우리 사람에게는 달리고 싶은 본능이 있다. 원시시대의 우리 조상들은 살기 위해서, 더 정확히 말하면 죽지 않기 위해서 달렸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현대인들은 멈추는 것을 잘 못한다. 끊임없이 움직이려 한다. 올림픽 등을 통해서 누가 빨리 달리는지, 누가 높이 뛰는지, 바다나 강에서는 누가 헤엄을 빨리 치는지 등을 겨룬다. 축구 경기를 하다가 동점이 되는 경우 승부를 가르기 위해 ‘승부차기’를 하게 된다. 이스라엘의 바 엘리라는 학자가 승부차기 하는 선수들을 관찰했다. 축구 선수들의 3분의 1은 공을 골대의 중앙으로 차고, 3분의 1은 골키퍼의 왼쪽으로, 나머지 3분의 1은 오른쪽으로 찬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방어를 하는 골키퍼들은 어떠했을까? 그들은 너무 빠른 공을 막아야 하지만 공을 확인한 후에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의 2분의 1은 왼쪽으로, 나머지 2분의 1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린다. 3분의 1에 해당하는 공이 중앙으로 날아온다는 분석을 보고서도 그들은 중앙에 멈춰 서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그들은 가만히 서 있기보다는 틀린 방향으로라도 몸을 날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아무 소용이 없더라도 어떤 행동을 선택하는 것, 이것을 바로 ‘행동 편향(Action bias)’이라고 한다. 골키퍼들만 행동 편향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돈을 그냥 가지고 있지 못하고 투자하는 것, 운전을 할 때에도 멈춰서 내비게이션을 켜 맞추고 가는 것이 옳은 줄 알면서도 우선 전진을 선택하는 것, 심지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다리를 떨거나 펜을 돌리는 등의 무의미한 일을 반복하는 것도 이 ‘행동 편향’과 관계가 있다. 이제 세상이 바뀌어서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많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도록 고안된 상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을 내어서 움직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운동이 그런 것이다. 같은 세대를 산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렸을 때, 운동한다는 개념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생산적이지 않은 일에 왜 힘을 써야 하는지, 쉽게 말하면 돈 받는 일도 아닌데 왜 힘들게 몸을 움직여야 하는지 말이다. 움직이는 것보다 생각을 잘 하는 사람이 경쟁력을 가지는 시대이다. 생각을 잘 하기 위해서 움직인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걸을 때 더 창의적인 생각이 잘 난다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은 움직이지 않으면서 생각에 몰입하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가볍게 선택하는 것이 바로 ‘멍 때리기’다. 모닥불을 보면서 멍 때리는 것을 ‘불멍’, 바다나 계곡에서 물을 보면서 멍 때리는 것을 ‘물멍’이라고 한다. 어렸을 적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으면, 왜 그렇게 멍하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은 좀 바보스럽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암튼 행동 편향에서 벗어나서 멈추기가 가능할 때 우리는 좀 더 수준 높은 삶을 살 수 있다.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그들이 방안에 조용히 머물러 있지 못하는 데 있다”고 했다. 우리는 너무 빨리, 너무 자주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행동 편향 차원에서 보면 불분명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뭔가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 행동을 할 때 기분이 더 나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성급하게 뭔가를 선택하고 행동할 때 결과는 안 좋아지는 경우가 더 많다. 무엇인가를 선택하기에 앞서 멈추고, 생각하고, 그 다음에 행동하라. 훨씬 더 안정된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IT 칼럼] 미래 자율자동차 선점 위해 미중 이상의 대책 강구해야

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앞으로 크게 성장할 세계 자율자동차 시장을 두고 중국과 미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자율주행차 1000대 이상이 시범서비스에 참여해 운전 중 돌발 상황 등 다양한 환경 아래 대규모 실증 데이터 확보 시험을 하고 있다. 또한 운전석에 사람이 없이도 주행 가능한 레벨4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 사업을 최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KMPG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시장은 2020년 71억 달러(약 7조 2600억원)에서 2035년 1조 1204억 달러(약 1468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미국에서 자율주행 시범서비스에 나선 차는 지난해 기준 1400대 이상이다. GM의 자회사 크루즈는 지난 6월부터 세계 최초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전석에 사람이 아예 없는 자율주행 택시 30대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기준 3200만㎞에 달하는 시범주행 경험을 쌓은 미국 웨이모는 2020년부터 애리조나주에서 300대의 차로 무인 시범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캘리포니아에서 무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바이두는 최근 완전 자율주행 택시 운행 허가를 받고, 우한과 충칭에 ‘아폴로 5세대’ 로보택시를 각 5대씩 10대를 투입한다. 테스트를 위한 시범주행이 아니라, 승객이 돈을 내고 자율주행 택시를 타는 서비스 상용화 단계에 돌입한 것이다. 바이두는 지난해까지 이미 2100만㎞에 이르는 시범주행을 했다. 반면 한국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필요한 누적 데이터 확보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한국은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내놓은 기업이 한 곳도 없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자율주행 누적 시범 서비스 차는 올해 1월 기준 220대, 시범서비스거리는 72만㎞에 그치고 국내 자율주행 시범서비스는 14개 지역 일부 구간에서만 한정된 차로 진행되고 있다. 아직 시범운행 수준이고, 축적된 자율주행 데이터 수준도 중국의 30분의1 수준이다.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미래차 핵심 경쟁력으로 자율주행기술을 꼽고 출시차량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앞 다퉈 탑재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자동차 산업이 미래차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율주행 시범서비스는 연구개발 단계에서 밝히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확인할 수 있고 이런 과정들이 누적됐을 때 한 단계 진전된 기술개발을 이룰 수 있다. 다행이 우리나라도 오는 10월부터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따르면 민·관·연 파트너와 손잡고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중심으로 자율주행서비스를 실시한다. 내년에는 제주대학교로 지역을 확대해 물류배송도 실증할 계획이다. 미중과 비교해 시장의 자금력 차이도 크다. 크루즈는 매분기 자율주행 테스트와 서비스 고도화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차 업체들은 각각 70억 달러(약 9조 2000억원), 50억 달러(약 6조 6000억원) 규모 투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정부 투자가 2027년까지 1조 1000억원, 현대차 등 기업 투자가 2025년까지 1조 6000억원 수준이다. 레벨4 상용화 달성을 위해 민·관 투자 확대 등 지원이 필요하다. 미래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미중 이상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더 많은 투자는 물론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 협업이 필요하다. 자율자동차는 5G 통신망과 각종 IT 서비스와 연동되기 때문에, 기업 간 투자와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임시 운행을 넘어 상용화와 시장 형성을 위해 안전기준 등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주행 데이터 축적을 위해 규제 완화를 서둘러야 한다. 또한 윤리 이슈와 외부 보행자 보호, 데이터 활용, 개인정보보호 등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방안 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대중문화칼럼] 재난정보를 트위터에 의존하는 사회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트위터는 계속 구설에 올랐고, 위기의 연속이었다. 우선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440억 달러(57조 5000억원)에 인수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는데, 가짜 계정이 너무 많다는 게 이유였다. 가짜 계정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서 인수하기 곤란하다는 것.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의 허위 계정이 20% 이상이라고 주장하며 5% 미만이라는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인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가 약속대로 인수해야 한다며 소송을 거는 한편, 트위터는 하루 가짜 계정을 50만개 삭제하고 있다가 100만개씩 없애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가짜 계정 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토론 요구와 함께 맞고소에 나섰다. 그런 와중에 540만여개의 트위터 계정 정보를 판매한다는 정보가 사이버 범죄 플랫폼에 올랐다. 3만 달러 우리 돈으로 3900만원에 팔리는 이 데이터에는 유명인의 이름은 물론이고 이메일과 전화번호도 있었다. 트위터는 이 같은 정보 판매를 인정했다. 해킹을 당한 것이다. 제보 관련 버그바운티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보안 취약점을 나쁘게 이용해서 보안 패치가 적용되기 전에 유출했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미래가 없어 보였다. 사용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세대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2014~2015년 미국 청소년의 트위터 이용 경험도 33%에서 23%로 10% 감소했다. 그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여러 조사와 통계를 통해 알 수가 있다. 트위터는 일방향적으로 짧게 정보를 전파할 수 있지만, 상호작용이나 텍스트, 이미지, 영상의 풍부한 구동에서는 상대적으로 그 기능과 효과가 떨어진다. 그런데 이번 폭우사태와 같은 재난 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그 역할을 톡톡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위기에 처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공유한 정보들이 트윗을 통해 400만건 이상 발생한 것은 객관적인 현상이다. 물이 찬 주차장이나 거리, 침수나 무정차 지하철 정보 등이 실시간으로 즉시 공유됐다. 서초동 현자나 슈퍼맨, 빌런 등의 시민들 활동도 공유될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은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 즉 ‘실검’이 없어지면서 더욱 강화된 현상이다. 이전에 실검에서는 화재, 급류, 고속도로 교통사고, 지하철 고장 등 돌발적인 사건 사고들이 실시간으로 떠올라 시민들이 이를 보고 즉각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실검은 여론 조작이나 마케팅에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에 따라 폐지가 됐다. 올해 가뭄과 폭염 등으로 트위터 정보량이 대폭 증가했다는 데이터도 있다. 이상 기후와 재난이 많을수록 트위터는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트위터가 가지고 있는 일방향적 전파성의 강점이 재빨리 정보가 확산돼야 할 때는 유용한 것이다. 또한 재빠른 이슈 흐름을 볼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2008년 트위터는 트렌드 기능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트위터의 공동 설립자 잭 도시(Jack Dorsey)는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아침에 신문이나 뉴스를 보는 것처럼 트렌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좋지 않은 정보가 이 트렌드 기능에서 확산될 위험은 여전히 있다. 흑인 차별이나 폭력과 테러를 부추기는 각종 흐름이 등장하고 이것을 주도하는 것이 가짜 계정들이다. 트위터는 이런 악용에 대해서 대책을 항상 마련하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광고 수익을 위해 버려두고 있다는 의구심도 항상 있었다. 그런 의구심은 일론 머스크의 불신으로 이어져 엄청난 인수 기회를 날릴 위기로 이어진 셈이다. 역설적으로 트위터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재난과 참사, 사건 사고가 잦아져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트위터 사례에서 우리가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시민들과 국민은 재난과 사고 현장에서 재빠른 정보 공유와 대응 방안을 공유하기를 원한다는 점이다. 그것을 충족시켜 줄 만한 수단이 밉든 곱든 거의 트위터밖에 없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오로지 공공 재난대책 시스템보다 시민과 국민의 SNS 활용이 빛을 발하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가 아니라 민간 글로벌 기업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해지는 것은 결국 일방적 서비스 중단은 물론 해킹 등 정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에 책임을 지지도 않고 질 수도 없다.

[천지일보 시론] 그 옛날엔 노아의 방주… 지금은 한 아이가 만든 ‘십승지(十勝地)’ 찾아야

오늘은 어떤 글을 쓸까. 어떤 글을 쓴들 무슨 유익이 있을까. 그저 입만 살아 있고 진실과 진리와 정의가 사라진 세상, 그 어떤 말을 해본들 누가 이해하고 받아들일까. 필자의 탄식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목도하고 있는 현상들이다. 다만 소경과 귀머거리가 되어 봐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할 뿐이다. 그래도 자신들은 본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직 존재하는 것은 이현령비현령과 같은, 아무런 유익이 없는, 그저 허공을 치는, 말이 아닌 꽹과리 소리만 들릴 뿐이다. 이처럼 허무한 세상에 허무한 글을 또 쓰면 무슨 유익함이 있겠냐는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오늘도 죽은 소리가 아닌 생명을 전하고자 한다. 지금은 어떤 때인가. 흔히들 말하기를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지구촌의 현실과 현상을 보고 지구의 종말이 왔다고 한다. 이는 갑자기 유행하는 말도 아니며,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돼 온 말이기도 하다. 그 중 대표적인 사람들이 종교지도자들이다. 그들이 주장해온 종말이 이름하여 ‘지구촌 종말’이다. 그들이 유독 지구촌의 종말을 앞장서 강조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종말이 오기 때문에 자신들의 종교(교단, 교회)를 믿으라는 것이며, 자신의 종교와 자신의 주장을 믿으면 자신들의 교회는 하늘로 들려 올라가 멸망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다는 얘기니 소위 ‘휴거(携擧, 들어 올릴 휴, 들 거)‘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 자신들(자신들의 교회)만이 공중으로 부양해 가니 지구의 종말이 와도 구원받는다는 의미다. “내 백성이 지식이 없어 망한다”는 옛 선지자의 경고가 이들에게 응한 것이다. 우선 무지의 근거로 예수님은 내려오신다는 데 자신들은 어디론가 올라간다고 하니 이치에도 맞지 않고 예수님의 말씀에 비춰 봐도 거짓말이 틀림없다. “하나님 예수님이 계신 곳은 그 어디나 하늘나라”라며 찬송가를 매일 부르는 신앙인들의 신앙의 행태니 분명 자기모순이다. 예수님은 분명 이천 년 전, 처소를 예비하러 영계로 올라가셨고, 처소가 예비되면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다시 임해 오시겠다고 했으니 곧 오늘날 신약(새 언약)이며, 오늘 우리가 신앙하는 목적이다. 예수님이 예비 된 처소(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와 함께 임할 곳 역시 주님이 2천년 전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고 하시면서 가르쳐주신 기도문을 통해 밝히 알게 해주셨으니, ‘주기도문’이다. 그 기도문에는 분명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이 땅에도 이루어질 것을 엄히 명해주셨다. 그리고 이 땅에 이루어진 천국에 영계 천국이 임해와 하나가 된다는 의미의 말씀을 새 언약의 약속으로 남기고 떠나가신 것이다. 그러므로 지상 거민들은 주님을 만나 천국에서 살고 싶다면 주님의 명대로 창조된 이 땅의 천국 곧 하나님의 나라를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왜 청개구리도 아니고 오시는 주님을 피해 어디로 간다는 것인가. 자신의 무지로 거짓을 말하게 되고, 그 거짓말로 자신들을 따르는 수많은 교인들을 지옥 자식으로 만들어왔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회개해야만 할 것이다. ‘올라간다’는 말의 참 의미는 하나님은 거룩하고 높으신 분이시기에 하나님이 계신 곳엔 올라간다고 표현할 뿐 실제 저 푸른창공으로 들려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그 같은 거짓 지구촌 종말론으로 종교장사 교인장사를 해왔지만 지구의 종말은 없었고, 교회가 공중부양하지도 않았지 않은가. 그렇다고 종말(말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종말은 지구촌의 종말이 아닌 지신들의 ‘휴거론’과 같은 거짓말과 거짓 교리로 인해 맞게 되는 종교의 종말이며 말세인 것이다. 경에는 하나님의 말씀은 생명을 주는 생명의 물이라 했다면, 자칭 종교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생활수단을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변괴시키고 왜곡시켜 가르치는 휴거론과 같은 사람의 영혼을 강탈해 죽이는 사망의 물도 있다. 바로 이 사망의 물 곧 거짓말(교리)이 모든 골짜기마다 흘러나와 바다를 이루듯, 사람들의 입에서 나와 바다 같은 온 세상 교인들에 덮쳤으니 그야말로 대홍수를 맞았고 멸망을 맞은 것이 틀림없으니 지금의 때가 영적 홍수 시대요, 노아 때인 것이다. 결국 오늘의 종교 종말은 누가 가져다준 게 아니며, 자신들 스스로 종말을 자초한 것이니 자업자득이며 인과응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살길을 찾으라는 것이다. 예부터 구전돼 오기를 환난과 말세를 만나면 십승지를 찾으라 했으니,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오직 한 곳 구원의 처소다. 그 옛날 홍수가 났을 때 노아 할아버지가 만든 방주에 타야만 살아남았듯이, 오늘날도 거짓말의 홍수로 모든 영혼이 멸망을 받을 때, 오직 한 곳, 십자가의 도(예수님의 피, 진리)로 싸워 이긴 한 아이 곧 승리자가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그곳 십승지는 비산비야(非山非野)요 인산인해(人山人海)라 했으니 곧 진리가 넘치는 진리의 성읍이며 교회니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다. 성경도 하나님도 예수님도 이를 믿으라 한 것이며, 이를 위해 ‘한 아이’ 곧 ‘이긴 자’는 오늘도 피를 토하듯 외치고 있으니 들을 귀가 있다면 들어 먹고 살길을 찾으라.

[천지일보 사설] ‘악마의 시’ 작가 루슈디에 대한 테러… 표현의 자유를 테러하는 것이다

이슬람 신성모독 논란을 일으킨 소설 ‘악마의 시’를 쓴 인도계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5)가 1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강연을 앞두고 흉기에 찔려 중상을 당했다. 루슈디는 피습 직후 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긴급 치료 후, 인공호흡기를 떼고 대화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체포된 사건 용의자는 이슬람 시아파 극단주의자인 하디 마타르(24)로 2급 살인미수와 흉기를 이용한 폭행 혐의로 다음날 기소됐다. 루슈디는 1998년 출간한 ‘악마의 시’에서 선지자 무함마드를 불경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이슬람권의 거센 비난을 받아왔다.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사실상 루슈디 처형 명령을 내렸다. 이번 범행의 동기는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의 이슬람 종교 비판에 불만을 품은 맹렬 광신도가 자행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주 셔터쿼 카운티의 제이슨 슈미트 지방검사장은 14일 법원에서 열린 기소 인정 여부 절차에서 “이번 사건은 루슈디를 겨냥해 사전에 계획된 이유 없는 공격”이라며 루슈디가 흉기에 10차례 찔렸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범인에 대한 보석을 불허해달라고 주장하면서 ‘파트와(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율법 해석에 따라 내리는 일종의 포고령)’가 동기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트와는 ‘악마의 시’ 출간 당시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가 무슬림들에게 루슈디의 살해를 촉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일부 이슬람 단체들에 의해 300만 달러 이상의 현상금이 내걸렸던 루슈디는 이후 신변에 위협을 받으며 오랜 세월 은신했다. 이번 범행은 2016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뉴욕시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려던 루슈디가 내년 2월 새 소설 ‘빅토리 시티’의 출간을 앞두고 망명 작가와 예술가들의 피난처로서 미국의 역할을 주제로 한 대담을 가진 자리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동안 루슈디의 책을 번역한 이들에 대한 테러는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1991년 7월 일본 쓰쿠바대 교정에서 발생한 ‘악마의 시’ 일본어판 번역가 이가라시 히토시 피살 사건이 대표적이다. 1993년 7월에는 튀르키예(터키) 소설가인 아지즈 네신이 소설 발췌 부분을 번역해 현지 신문에 실었다가 투숙하던 호텔 방화를 피해 탈출했다. 그해 10월에는 노르웨이판 ‘악마의 시’를 낸 윌리엄 니가드가 노르웨이 오슬로 자택 근처에서 세 차례 피격당한 일도 있었다. 무슬람 가정에서 자라난 이민자인 살만의 이 소설은 이슬람교에 대한 신성 모독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통상적인 견해이다. 하지만 이슬람권의 일부 극단주의자들은 자극적인 언동을 구사하며 그에 대한 분노가 일어나도록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의 하나이다. 표현의 자유는 명예혁명을 이끌어낸 영국의 자유주의 사상과 프랑스 혁명을 낳은 계몽주의 철학자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미국 연방수정헌법 제1조와 유엔 국제인권규범에 명시돼 있기도 하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쟁은 있을 수 있지만 무도한 폭력을 써서 표현의 자유를 막거나 제한하는 것은 인간의 천부적 권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밖에 달리 설명할 말이 없다. 루슈디에 대한 테러는 표현의 자유 그 자체를 테러하는 범죄로 규탄받아야 한다.

[천지일보 사설] 新한일관계, 정권 초월한 외교원칙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新)한일관계를 선언했다. 77주년 광복절 경축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은 일본을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규정했다. 또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해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액션 플랜은 없었다. 전범국가인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보상이나 사과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불충분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다가 불쑥불쑥 새로운 피해를 언급한 우리 외교의 미숙함도 인정해야 한다. 최근 한일문제의 발단이 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경우 1965년 국교정상화 때는 양국이 모두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다. 이 때문에 일본은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주장을 했고, 우리 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한일 청구권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사실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가 당연히 국가적 차원의 보상을 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일본 내부에서 이에 대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라야마 정권이 고민 끝에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었고 기금에서 보상을 받으려는 분에게는 총리의 사죄 편지도 동봉해 보내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 차원이 아닌 국민기금으로 보상을 한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박근혜 정부 때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도 정치권 의도와 달리 피해자가 배제된 협상은 피해자들의 분노만 키워 양국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박근혜 정부 뒤이어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일본에 더욱 강경했다. 그러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갑자기 유화적 태도를 보이자 일본은 오히려 당황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이웃이라 칭하며 관계 개선을 희망한 날, 일본 총리는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전범국가인 일본의 총리가 반성 한마디 없이 전범자를 추모한다는 점은 참으로 유감이다. 그래도 국익을 위해 또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한일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 가능한 기본적이고 변치 않을 대일관계 원칙이 절실하다. 일제 피해자의 범주와 보상 기준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조사와 기준이 있는지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 우파 정권 60년을 유지한 일본은 외교적 변화에도 느리게 반응한다. 이런 일본의 특성을 고려해 우리 정부가 일관성 있는 협상과 관계 개선을 유도할 때 양국 관계 개선도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다.

[천지일보] 가로세로 낱말 퀴즈<33>, <32> 답 및 당첨자 발표

천지일보가 독자참여코너로 가로세로 낱말 퀴즈를 연재합니다. 낱말 퀴즈는 가로세로 낱말퍼즐 저자로 잘 알려진 김수웅 선생이 직접 출제한 퀴즈가 격주로 게재됩니다. 퀴즈에 응모하는 독자 중 5분을 추첨해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증정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가로열쇠 1. 1905년에 일본이 한국의 외교권을 빼앗기 위해 강제적으로 맺은 조약 3. 고종의 막내딸로 조선 왕조 최후의 황녀 6. 책 따위를 빠른 속도로 읽음. 반대개념은 정독 8. 조선 시대, 임금의 명에 의해 죄인을 다스리는 일을 맡아보던 관청 10. □□□에 도난 신고/ 강도가 □□□로 연행 / 싸움을 하다가 □□□ 신세 12. 동학농민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횃불이 전라도 □□에서 농민봉기로 시작 13. 식민지를 다스리기 위해 설치하는 최고 행정 기관의 우두머리. 總督 14. 오랫동안 숙성돼 푹 익은 □□ 김치를 묵은지라 하죠 15. 먹으면 늙지 않는다고 하는 풀인 불로초는 仙境에 있다고 믿어 왔다 16. 견제구, 배터리, 노히트노런, 매직넘버, 규정타석, 리터치는 이 경기 용어 18. 신라 말기인 901년에 궁예가 송악에 도읍해 세운 나라. 泰封 20. 못마땅하게 여기며 남을 탓하거나 책망할 때 이것을 □□□라고 말하죠 22. 경전, 전적, 목판을 보관하기 위해 향교나 서원, 절에 지었던 건물. 藏經閣 23. ‘서울’의 이전 명칭. □□ 제국대학 25. 1897년 10월 12일부터 1910년 8월 29일까지 존속했던 조선왕조의 국가 26. 1910년(경술년) 8월 29일에 대한제국이 일본 제국에 병합돼 멸망한 사건 세로열쇠 1. 유생들이 친일내각의 타도와 일본세력의 구축을 목표로 일으킨 항일의병 2. 결혼할 것을 언약한다는 관용구로 ‘장래를 約束하다’는 표현을 쓰죠 4. 조선시대 가난한 백성을 무료로 치료하고 여자들에게 침술을 가르치던 관아 5. 晝耕夜讀. 우리 부친은 □□□□으로 대학 학업을 마친 입지전적 학구파이다 7. 불경의 글을 소리 내어 읽거나 외움. 새벽을 깨우는 청청한 □□ 소리 9. 사람의 죽음을 알리는 글. 나는 이것을 꺼내서 영안실의 위치를 확인했다 11. 조선 시대에 각 도의 역참 일을 맡아보던 종육품 외직 문관의 벼슬. 察訪 13. 경찰관의 직위의 하나. 경정의 위, 경무관의 아래로 4급 경찰 공무원의 계급 14.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 신민회, 한인애국단 등에서 활동한 민족 지도자 白凡 15. 제일 앞에 진을 친 부대를 지휘하는 장수. 전봉준은 동학 농민 운동의 □□□ 16. 청산리 대첩의 영웅 백야 김좌진의 아들 김두한의 일대기를 그린 대하드라마 17. 조선 시대에, 범죄자를 잡거나 다스리는 일을 맡아보던 관아. 捕廳 19. 실내나 차내의 온도를 바깥의 기온보다 낮춰 시원하게 만드는 장치 20. 나오는 피를 멈추게 하는 약. 젤라틴·칼슘염·식염·아드레날린 같은 것 21. 어떤 것에 흥미나 관심을 가지고 봄. 영화/ 연꽃/ 전시회 □□ 24. 종교상(宗敎上) 신앙(信仰)의 최고(最高) 법전(法典)이 되는 책(冊) 천지일보 가로세로 퀴즈 32회 당첨자 <정답> <당첨 방법> 네이버 사다리타기 <당첨자> 이름(아이디) 정*진(jhan****) 윤*숙(tqz****) 최*원(onion****) 박*철( p****) 김*진(e****)

[환경칼럼] 낙동강 ‘녹조라떼’ 근본적인 대책 시급하다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강이나 호수에 남조류가 과도하게 성장해 물의 색깔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녹조현상이라고 한다. 무더위 속에서 가뭄과 맞물릴 때 더욱 심각해지는 자연현상이다. 그런데 올해 낙동강의 녹조가 예사롭지 않다. 부산의 식수원인 물금·매리 지역에 조류 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됐고, 심지어 강에서 떠내려온 녹조가 인근 논밭은 물론 바다가 만나는 길목인 다대포 해수욕장까지 뒤덮었다. 조류 경보 ‘경계’ 단계는 남조류 세포 수가 2차례 연속 ㎖당 1만개 이상이면 발령된다. 그런데 물금·매리 지점의 남조류 세포 수는 ㎖당 44만 7075개로, 조류 경보제가 도입된 이후 가장 농도가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LR은 최고 7.7ppb까지 치솟았다. 해당 물질의 먹는 물 감시 항목 지정 이후 최고 농도라고 한다. 어느 때보다 녹색이 짙어진 낙동강 물에 ‘녹조곤죽’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낙동강 상수원 전체를 따져 봐도 유해 남조류 세포 수가 이렇게나 많이 검출된 건 물금·매리가 첫 사례라고 한다. 유해 남조류 세포가 두 차례 연속 10만개 넘게 검출되거나 14만 개를 돌파한 건 녹조 조사 기준을 정비한 2016년 이후 처음이고, 낙동강 상수원 구역 통틀어서 최대 발생량이라는 뜻이다. 녹조류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수치도 환경부 기준치를 3배 이상 뛰어넘는 것은 물론 2013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로 낙동강 상수원 검출량 역대 최대치에 해당한다. 참고로 마이크로시스틴(MCs)은 청산가리 100배 이상의 독성 물질로 국제암연구소에서 잠재적 발암물질로 지정한 독소이다. 녹조의 독소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해외에서는 간 독성, 신경 독성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녹조는 낙동강 물을 농업용수로 쓰는 경남 양산의 논에서도 확산됐다. 녹조가 심각한 낙동강 물을 양수장에서 끌어올려 농수로를 통해 논에 물을 대면서 논에까지 녹조가 확산한 것이다. 이러다가 녹조 독성물질이 쌀에서 검출될까 우려스럽다. 논까지 흘러간 낙동강 녹조가 농작물 안전까지 위협할 지경에 이르러 낙동강 물을 농업용수로 써야 할지조차도 걱정할 지경이라고 한다. 실제 낙동강 녹조 물로 재배한 상추에서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실험 결과도 있으니 단순한 기우는 아니다.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길목 다대포 해수욕장도 녹조로 뒤덮여 입수가 금지됐다. 녹조로 다대포 해수욕장 입욕이 금지된 건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다대포 해수욕장 앞바다를 짙은 녹색 띠가 뒤덮었으며, 갯벌에서도 선명한 녹조 알갱이가 관측됐다. 해당 녹조 성분을 분석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티스가 ㎖당 38만 6000개가 나왔다고 한다. 이는 조류경보에 해당하는 수치다. 게다가 간질환을 유발하고 신경계에도 위해를 끼치는 독소 성분, 마이크로시스틴도 검출됐다. 녹조의 농도를 측정해 물놀이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경보 발령하는 친수구역(물놀이구역)은 전국에서 단 한 곳, 한강 서울 구간에만 설정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강보다 훨씬 위험성이 높은 낙동강이나 다른 곳들은 최소한의 점검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 이 또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물론 녹조 현상은 무더위와 맞물릴 때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은 자연현상의 하나일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알다시피, 낙동강 수질은 부울경 주민들의 식수, 궁극에는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가 없어서 언제까지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하는지, 대체 언제까지 어떻게 해결책을 마련할 것인지, 지역민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답답하기만 하다. 얼마 전 환경단체가 대구 수돗물에서 조류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환경부가 직접 조사에 착수해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불안하고 찜찜한 마음은 여전하다. 이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본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하루라도 빨리 낙동강의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해 강이 지닌 본래의 자연성을 회복시켜야 한다. 그것이 가장 확실하면서도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방법이고 곪아 터진 녹조 환경재난을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물은 흘러야 한다. 이 만고불변의 진리를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컬처세상] 영화 헌트, 인물들 간의 팽팽한 심리전 통했다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영화 ‘헌트’가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배우 출신 감독의 첫 작품이라는 선입견도 흥행 순항을 보면 무색해지고 있다. ‘헌트’는 첩보물 특유의 서사를 바탕으로 1980년대 역사적 시대 배경과 내부 ‘총질’을 통한 2시간 내내의 긴장감과 심리적 충돌이 잘 조합된 영화다. 여기에 영화의 시너지를 이끄는 건 강렬한 액션이다. 눈을 즐겁게 하는 박력 있는 액션으로 보는 즐거움을 높였다. 영화 속에는 1980년대 미장센을 그려내기 위해 광주민주화운동, 아웅산 테러 사건 등을 모티브로 냉랭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 안기부 직원들의 첩보 스릴러를 잘 삽입했다. 관객들에게 너무 역사적 사건들에만 집중하게 하면 금방 식상해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맞수인 안기부 직원들 간의 팽팽한 대립과 첩보 전쟁을 빠른 속도로 이끌어갔다. 헌트가 재미난 이유는 누가 선하고 누가 적대자인지 관객들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안기부 소속 박평호(이정재)가 이끄는 해외팀과 김정도(정우성)의 국내팀은 팽팽한 대립의 서스펜스를 구축하며 스토리 구조 안에서 미드포인트를 지나 피치로 넘어가는 지점에 등장인물들은 놀라운 속도감으로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특히 헌트는 MZ세대뿐만 아니라 80년대를 보낸 중장년층에게도 현대사를 다시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영화 속에는 멀쩡한 사람도 간첩으로 모는 일이 빈번했던 시절을 그려냈고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상대의 약점을 노리고 덫을 놓는 과정 속에 진짜 실체를 알게 되는 미스터리도 추가했다. 스산한 무언가의 비밀을 감춘 영화 헌트는 런닝 타임 내내 서로를 의심하고 두려움을 등장시키며 어둡고 탁한 이미지로 상영 내내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영화가 피치II에 도달했을 때는 전형적인 선과 악의 갈등 구조를 보이며 누가 안기부 내에 숨어 있는 북한 간첩 ‘동림’인지 관객들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 신인감독 이정재의 연출력은 극찬을 받을 만하다. 남성 중심의 서사에서 두 인물의 캐릭터 대결, 박진감 넘치는 파워 액션, 등장인물들이 집중력과 다양한 감정을 드러내며 선함과 악함의 양극단을 잘 오갔다. 이 영화가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간첩 소재로만 다뤘다면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로를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공격하고 배신하는 인물들 간의 심리전과 한국 현대사의 허점 속에 부정부패와 아수라판을 리얼하게 보여준 것이 재미의 배가 됐다. 헌트는 전체적인 플롯과 스토리에 치중하기보다 두 안기부 직원의 행동이 변화돼 가는 서사에 초점을 맞춘다. 소설과 같은 허구적 서사가 아니라 실제 그 당시에 충분히 일어나고 있는 행위에 시간과 공간의 구체성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 일본, 미국, 북한이 정치적으로 얽혀있는 국제 관계의 배경도 당시 상황을 흥미롭게 조명했다. 두 남자가 오직 생존을 위해 물불가리지 않는 모습은 지금의 우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나 지금이나 서로의 약점과 증거를 토대로 헐뜯고 폭로하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씁쓸한 현실을 직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