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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만이 행복한 삶을 결정하는 건 아니다
오피니언 칼럼

[최선생의 교단일기] 공부만이 행복한 삶을 결정하는 건 아니다

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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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수능 시험이 막을 내렸다.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누군가에게는 절망을, 또 누군가에게는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으리라 생각한다. 수능 시험 하나로 앞으로의 인생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수험생 처지에서는 마냥 태평할 수 없다. “대학을 진학하느냐 못하느냐 또는 어느 대학을 가느냐에 따라 인생이 최종 결정되는 게 아니다”는 위로도 그 시기에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행복은 성적순’이라는 명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고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공부가 싫다”며 자취를 감춘 학생이 실종된 지 이틀 만에 폐교에서 무사히 발견됐다. 학교 안에서 공황장애처럼 갑자기 느꼈을 공부의 중압감이 가져온 해프닝이다. 부모가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부로 몰아세울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특히 코로나 세대의 아이들이 겪는 학교가 주는 구속과 공부의 강도는 다른 세대보다 더 힘들 수 있으니 부모들의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공부는 자기와의 싸움이라 지치면 계속하기 어렵다. 가족의 응원이 힘든 공부에 지치지 않는 원동력이 된다.

전교 최상위권 필자의 아들이 고2 때, 방학 중에도 매일 등교하며 힘들어했다. 어느 날 느닷없이 “공부를 쉬고 여행을 가고 싶다”며 소심한 반항을 했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마음에 흔쾌히 허락했다. 학교 측에 체험학습을 내고 친구들과 바다로 여행을 다녀오게 했더니 다시 마음을 잡고 공부에 매진했다. 아들은 지금도 “그때 그 여행이 공부에 지친 자신에게 힘을 내게 해 준 큰 활력소였다”라고 이야기한다. 공부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부모가 아이 편이 되어주어야 아이도 재충전이 된다.

인생의 2/3를 산 나이에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공부를 잘해 성공한 친구도 있지만, 공부에 아예 담을 쌓고 살던 친구가 성공한 사례도 많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닌 건 확실하다. 대신 공부가 하기 싫다면 다른 분야에 대한 고민과 자기 주관이 뚜렷해야 한다. 사회에서는 공부를 잘한 아이들이 연봉 1억원을 받을 때, 공부하지 않은 아이들은 연봉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 점을 스스로 받아들이면 공부 안 한다고 불행하지는 않다.

공부 안 하면 무조건 패배자로 낙인찍고 인생에 실패했다고 몰아세울 필요도 없다. 무기력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공부가 필요한 시기에, 필요성을 깨우치고 공부하면 좋지만, 대부분은 그 시기가 지나고 난 후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껴 공부의 시기를 놓친다. 고교 시절 공부를 안 하다 대학생이 돼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에, 고교 시절 공부에 지친 나머지 대학에서는 아예 공부와 담을 쌓는 아이도 있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란 말은 사회에 나와야 비로소 느낀다. 아무리 말해도 아이 때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른이 되면 깨닫는 이치다. 사회에서는 성적순으로 일의 질, 삶의 질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니 좋은 직업을 가지려면 걸맞은 공부를 해야 하는 건 맞다. 일이든 공부든 인내심이 필요하다. 공부는 사회생활하는 데 필요한 인내심을 기르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하면 좋다. 최소한 자신의 의지로 공부할 수 있는 중·고교 6년은 치열하게 공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때 얼마나 인내하고 공부했느냐가 평생 가족을 먹여 살리는 직장이나 일의 질을 좌우할 수 있다. 일의 질보다 자신이 평생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

외국 학생들과 비교하면 한국 학생들이 너무 경쟁에 내몰려진 학창 생활을 보낸다. 공부 소질을 갖고 태어난 사람도 있고 다른 소질을 갖고 태어난 사람도 있다. 공부 소질을 갖지 못했고, 공부가 자신을 학대한다 싶다면 공부를 버리고 다른 방향으로 진로를 찾아야 한다. 꼭 공부만이 아닌 아이의 올바른 적성을 찾아 행복한 길로 안내해주는 게 부모와 학교의 역할이다. 어떤 인생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단정 짓기는 세상은 넓고 너무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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