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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룹, 올빼미, 재벌 막내 그리고 임영웅
오피니언 칼럼

[대중문화칼럼] 슈룹, 올빼미, 재벌 막내 그리고 임영웅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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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룹은 우산, 비와 눈을 막을 수 있고 때론 강한 햇빛도 차단할 수 있다. 슈룹은 나 자신이 쓸 수 있고 다른 누군가를 씌워줄 수도 있다. 아니면 같이 쓸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자신의 우산이 있어야 남에게 씌워주거나 같이 쓸 힘이 생긴다는 점이다. 우산이 딱 하나 있는 상황이라도 말이다. 그런 슈룹같은 사람이 되고자 하거나 부모나 리더를 원하기도 한다.

올빼미는 어두워야 밤에 훤히 보인다. 그래서 올빼미를 지혜의 상징으로 생각했다. 어두운 밤 홀로 깨어 있으니 선각자 같은 존재로 비유돼 미네르바의 올빼미라는 개념이 자주 언급됐다. 지식인의 비겁함도 꼭 빠지지 않는다. 말만 할 뿐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 정작 가장 이런 개념에서 잊는 부분은 올빼미가 밤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사냥을 시작한다는 점이다. 질서를 뒤흔드는 일이기도 하다.

막내는 가문을 일으키거나 가문을 이어야 한다는 부담이 덜하다. 둘째가 첫째에 도전하는 운명이지만, 막내는 도전한들 가능성이 작다. 하지만 세종처럼 막내가 왕위를 잇는 예도 있는 법이다. 그것은 다른 질서를 열 때 가능하다. 막내는 약하지만 자유롭다. 새롭게 혁신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 그것은 기존의 질서를 뒤흔드는 일이기도 하다. 방심한 탓에 막내에게 당하기도 한다.

드라마 ‘슈룹’은 화령(김혜수)이라는 능동적인 중전 캐릭터를 통해 사극의 새로운 경지를 이뤘다. 자기 아들에게 슈룹이 되어주는 지혜롭고 강력한 리더십의 어머니 캐릭터는 이전에 등장했던 사극의 인현왕후라는 캐릭터와 판이하게 달랐다. 이분법적인 구도에서 벗어나 경계인의 도전과 생각을 하게 했다. 여러 도전을 막고 정통성 있는 왕세자를 왕위에 올린다는 설정에서는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신분을 타고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현대인들은 쉽게 감정이입을 한다. 그 고귀한 존재가 된 듯싶다.

오히려 우리는 영화 ‘올빼미’의 천경수와 같은 상황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천경수는 시각장애인으로 밤에만 약간 시력이 보이며 결정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아무도 보지 않는 것을 오히려 장애인 천경수가 보게 되면서 자신도 생각하지 못한 운명으로 상황이 치달아간다. 그는 항상 강조한다. “저 같은 미천한 이들은 보고도 못 들은 척해야 살 수 있습니다.” 만약 화령과 만났다면, 천경수는 같은 말을 해야 했을 것이다. 왕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만 한다면 도경수는 화령에게 애정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소현세자의 배려하는 모습에 천경수는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천경수가 해내는 것은 자신만의 실력(침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고귀한 신분의 존재도 그 실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재벌 집 막내아들’은 비록 판타지를 차용하지만, 자신에게 닥친 어려운 현실을 직접 뛰어넘으려고 한다. 서민의 가정에 태어나 재벌기업 순양에서 그들이 시키는 대로 충실하게 일한 윤현우(송중기)가 억울한 죽음 뒤 환생을 통해 복수에 나서기 때문이다. 천경수처럼 윤현우는 보여도 보이지 않는 척 해야 했다. 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는 보지 못했고 목숨을 잃은 뒤에야 진짜를 보게 된다. 순양 그룹의 막내 손자로 태어나는 설정이 특이하며 아울러 과거로 타임슬립 하기에 복고적인 코드에 통제감을 통한 짜릿한 성취감도 안겨준다. 가난한 집에 태어났지만, 다시 재벌가의 남다른 신분으로 태어나 금력과 권력을 모두 손에 쥐는 젊은 주인공에 통쾌함을 선사한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그만큼 윤현우로 실력을 닦아왔기 때문이다. 자신이 금으로 된 우산(슈룹)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전생의 실력으로 이를 더욱 커지게 만들려 한다. 그런데 그 우산 안에 누구를 들이려고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혼자만을 위한 것인가, 가족 아니면 사회 전체의 리더가 되는 것인가 말이다.

요즘 화제작들은 어쨌든 판타지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대리 충족하는 영화와 드라마들의 설정을 보여준다. 다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성공하고 힘들다고 대리 충족에 머물러야 할까. 예컨대, 대중문화에서도 임영웅은 어려운 상황에서 실력으로 국민의 지원을 받아 유수의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소속의 아이돌과 아티스트를 이기고 멜론 뮤직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상 등 5관왕, 올해 최고의 유튜브 뮤직비디오 TOP10에 3개를 올렸다. 국민은 현실에서 이뤄지길 바라며 자신들이 슈룹이 되기 위해 나서려고 한다. 이 점을 중요하게 반영하는 사회 국가적인 노력도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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