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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국가의 위기… 세계 초다양성 시대 맞을 준비 됐나
오피니언 사설

[천지일보 사설] 종교 국가의 위기… 세계 초다양성 시대 맞을 준비 됐나

지난 9월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치러진 곳은 성공회 성당인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다. 잉글랜드는 영국 국교회라고 부르는 성공회가 국교이고 국왕 또는 여왕이 교회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영국을 알면 기독교 역사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유럽에 개신교 바람이 불 당시 로마 가톨릭 국가였던 영국에서는 헨리 8세와 그의 딸인 엘리자베스 1세를 거쳐 성공회를 설립했다. 이후 현재까지 성공회는 영향력과 특권을 부여받는다. 이들은 영국 주립 학교 4632개를 운영하고 주교와 대주교는 상원에서 26석을 보장받으며, 공영 방송의 상당 부분이 기독교 프로그램에 할애되고 당연하게도 성공회 대주교가 내년 찰스 3세의 대관식도 주재한다. 

이처럼 기독교의 큰 영향력 아래 있던 영국에서 기독교 신자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절반 밑으로 하락했다는 잉글랜드·웨일스 2021 인구 센서스 조사 결과가 11월 29일 나왔다.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종교를 기독교라고 밝힌 응답자는 2750만명으로 전체의 46%에 그쳤으며 이는 직전 조사보다 13%p나 하락한 수치다. 응답자 수로는 550만명이 감소했다. 반면 종교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37%(2220만명)로, 10년 전보다 12%p나 올랐다. “당신의 종교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은 이번 조사와 달리 “자신이 특정 종교에 속한다고 생각합니까”라고 질문했던 2020년 영국 사회태도조사에서는 53%가 ‘종교가 없다’고 답했고 ‘기독교’라고 답한 응답은 37%에 그쳤다. 이에 법으로 보장된 기독교 특권에 대한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구 다수가 비종교인인 상황에서 성공회가 영국 헌법에 깊이 박혀 있는 현재의 상황이 비민주적이며 지속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국교의 지위를 끝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번 조사는 또한 영국에 ‘초다양성’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14개 지방 당국은 거주자의 절반이 백인이 아닌 다른 민족이라고 했으며 자신을 무슬림과 힌두교 신자라고 답한 비율은 오히려 늘었다. 영국 새 총리인 리시 수낙은 힌두교인이며 런던 시장 사디크 칸은 이슬람교도이다. 

이제 영국은 군주제뿐 아니라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 받고 있다. 비단 영국의 일뿐만은 아니다. 종교만 다르지 현재 확산하는 이란 시위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기성 종교는 특권을 포기할 수 있는가,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누가,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많은 나라가 곧 직면할 질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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