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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사랑-고정희
오피니언 투고·기고

[마음이 머무는 詩] 겨울 사랑-고정희

겨울 사랑

고정희(1948 ~ 1991)

 

그 한 번의 감촉

단 한 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 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 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 번의 그윽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시평]

고정희 시인은 참으로 불꽃 같이 살다가 짧은 생을 마친 시인이다. 시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시인으로서의 책무와 시인으로서의 포부를 하루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산 시인이다.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하고 한신대 본교가 있는 수유리 일대를 떠나지 않고, 한겨울에도 단칸방에 머물며, 치열하게 사유하고, 책을 읽고, 시를 쓰던 시인이었다.

사람의 삶이란 늘 이별이라는 현실과 조우하며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별’이라는 아픔을 겪으며, 그러나 그 아픔이 궁극적으로는 엄혹한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하는 힘으로 우리의 내면을 지켜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별의 아픔은 때로는 힘겹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을 허물기도 하고, 마음과 마음을 헤집기도 하며, 소백산 한쪽을 들어 올릴, 그러한 포옹을 하며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한 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 번의 그윽한 진실을 가슴에 지니고, 이러함이 일생을 버티게 할, 그러한 힘이 됨을, 우리 모두 내면에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음이 우리네의 삶인지도 모른다. 그 삶이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슬픈 것이지만, 우리가 감내해야 할, 그런 몫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으며 사는 것, 이가 바로 우리네 삶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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