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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전쟁의 비극
오피니언 칼럼

[이재준 문화칼럼] 겨울 전쟁의 비극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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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닥터 지바고’는 러시아 혁명시기 전쟁의 참상을 그린 영화다. 한국 처음 상영이 1978년이니 40여년 전 작품이다. 러시아의 눈보라치는 설원을 배경으로 남녀 주인공의 러브스토리는 아름답지만 혁명과 전쟁으로 신음하고 이별해야 했던 주인공들의 운명은 비극이었다.

지바고 역의 오마 샤리프라는 이미 고인이 됐고, 라라 역을 한 미녀 줄리 크리스티는 지금 80세가 넘은 할머니가 됐다. ‘세월에 장사 없다’고 세기적 미모를 자랑했던 라라는 은막에서 잊혀진 여배우가 됐다.

1812AD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원정은 가장 비극적인 겨울 전쟁으로 기록 된다. 프랑스 원정군은 6월 모스크바를 순식간에 정복했지만 서둘러 전쟁을 끝내지 않고 겨울을 맞은 것이 비극의 단초였다.

당시 11월 기온은 영하 8도였다고 한다. 따뜻한 지방에 살았던 프랑스 군대는 이 추위를 견디기 어려웠다. 그들이 입은 옷은 여름옷이었으며 보급마저 붕괴됐다. 참전 생존자들의 회고록에 병사들이 겪은 참상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다섯 명의 프랑스 병사가 꽁꽁 언 말 다리 하나를 두고 개처럼 싸운다. 말 담요, 여자 치마, 반쯤 마른 짐승가죽, 넝마를 몸에 걸치고 신발 대신 양가죽, 천 조각을 발에 감았다. 때와 연기에 시커멓게 절어 얼음 위를 행군하다 누가 지쳐 쓰러지면 그 사람이 죽기도 전에 다른 병사들에게 몸에 걸친 것들이 모두 벗겨지고 눈밭에 내버려졌다. 황제 근위병이 아직 죽지 않아 저항하는 자기 동료의 입은 것을 강제로 빼앗아 입었다… 동료의 사체를 깔고 앉아 무심하게 불을 쬐었다….’

나폴레옹은 파리로 돌아와 ‘우리를 파멸시킨 것은 겨울이었다. 우리는 날씨의 희생양이다’라고 개탄했다. 당시 프랑스 군대는 60만 대군으로 모스크바 원정 병력은 35만이었다고 한다. 러시아 국경을 넘어 도망친 병력은 9~12만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프랑스 군대 80% 이상이 궤멸됐다고 한다.

고구려 정복전쟁 때 혹한을 피해 서둘러 퇴각한 현명한 군주는 당태종이었다. 안시성주 양만춘은 수십만 당나라 대군의 포위 속에서도 3개월을 항전했다. 그가 기다린 것이 겨울이었다. 만주는 10월만 되면 눈보라가 치고 혹한의 날씨가 된다. 당태종은 성이 함락되지 않고 군사들이 추위에 떨자 퇴각을 결심했다.

수많은 전쟁을 통해 패전이 없던 당태종의 안시성 퇴각은 치욕이었다. 그러나 죄 없는 병사들의 죽음 앞에서는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현명한 군주의 생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섭씨 영하 20도가 예고되는 겨울철을 맞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명씩 무고한 주민이 희생되고 있다. 남부 요충지 헤르손에서는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크라이나에서 올겨울 혹한으로 수백만명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다’라고 경고까지 했다.

러시아가 주요 에너지 시설을 공격해 난방, 전기가 끊겼기 때문이다. 의약품마저 고갈돼 부상당한 국민의 치료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 5명 가운데 1명은 의약품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러시아 점령지 주민 3명 중 1명은 필요한 약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강제 징집에 저항하는 러시아 점령지 주민들의 엑소더스가 눈물겹다. 신혼 중 남편을 전장으로 떠나보내는 신부의 눈물겨운 동영상이 애처롭기만 하다. 푸틴은 지금 누구를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인가. 하루속히 전쟁을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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