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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계취계(將計就計)
오피니언 칼럼

[고전 속 정치이야기] 장계취계(將計就計)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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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한 말기인 헌제 초평3(192), 여포(呂布)와 사도 왕윤(王允)이 동탁(董卓)을 제거했다. 왕윤은 동탁이 양주에서 데려온 부하들을 사면하지 않았다가 오히려 그들에게 피살됐다. 여포는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나 남양의 원술(袁術 ?~199)에게 투항했다. 원술은 그를 우대했다. 여포는 자기가 동탁을 죽여 원씨에게 공을 세웠다고 판단해 부하들이 약탈하도록 방치했다. 원술은 불만을 품었다. 불안했던 여포는 하내의 장양(張楊)에게 투항했다. 동탁의 옛 부하 이각(李傕)이 현상금을 걸고 여포를 잡으려고 했다. 다급해진 여포는 장양을 떠나 원소(袁紹)에게 투신했다. 원소와 여포가 조가(朝歌) 경내인 녹장산(鹿腸山)까지 깊이 들어가 우독(于毒)을 토벌했다. 원소는 또 산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며 비적들을 모두 섬멸했다. 비적들의 영채는 모두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원소와 흑산군의 수령 장연(張燕), 흉노족, 안문(雁門)의 오환족 사이의 전투가 상산(常山)에서 벌어졌다. 전투는 10여일이나 계속됐다. 장연군은 수많은 사상자를 냈고, 원소군도 피로해져서 각자 철수했다.

여포는 원소에게 투항한 이래 자기가 동탁을 죽인 공과 최근 원소와 연합해 장연을 공격한 공을 믿고 득의만만했다. 원소는 그것을 매우 싫어해 여포를 냉대했다. 여포의 부하들은 대부분 포악한 무리들이었다. 원소는 그것도 싫었다. 원소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판단한 여포는 장차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낙양으로 돌아가겠다고 요청했다. 원소도 수락했다. 원소는 황제의 명의로 여포를 사례교위로 임명했으나 여포를 낙양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호랑이를 산으로 돌려보내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여포가 일단 돌아가 재기하면 반드시 자기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여포가 출발하던 날 저녁에 원소는 일부러 정예무사 30명을 선발해 호송을 명분으로 여포를 따라가게 했다. 물론 그들에게 도중에 여포를 죽이라는 밀명을 내렸다. 여포는 무사들과 함께 낙양을 향했다.

도중에 어떤 곳에 이르러 밤을 보내기로 했다. 여포도 이미 원소가 보낸 무사들이 자기를 해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장계취계를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수행무사들에게 자기의 장막 부근에 머물게 했다. 밤이 되자 여포는 부하에게 자기의 장막에서 쟁()을 연주하게 하고 자신은 미리 길을 떠났다. 무사들은 모두 여포가 장막에 있는 줄 알고 안심했다. 밤이 되자 그들은 음악소리가 끝나고 여포가 깊은 잠에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연주가 끝나고 조용해졌다. 기다리던 무사들은 한밤중에 여포의 장막으로 들어가 침상에 난도질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등불을 밝히니 빈 침상이었다. 새벽이 되어서야 무사들은 여포가 살아서 도망친 것을 알았다. 놀란 그들은 관문을 닫고 굳게 지켰다. 여포는 부하들과 함께 장양(張楊)에게 의탁했다.

동한 말기의 난세에 태어난 여포는 풀밭에서 몸을 일으켜 왕성한 기세와 뛰어난 용맹을 과시했다. 정치적으로는 위계가 많았고 계모를 잘 사용해 정적들을 제압했다. 그와 원소의 연합은 어차피 일시적인 결합이었을 뿐이다. 두 사람은 피차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다. 둘 다 상대를 제거하고 자기의 세력을 강화할 기회를 노렸다. 마음이 일치하지 않은 사람들은 결국 정치적 적수가 돼 대립하거나 관계가 무너질 것이다. 여포는 낙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교묘하게 위기에서 벗어났다. 먼저 원소에게 낙양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것은 허상이었고, 재기했다가 돌아와 원소를 치겠다는 것은 ()’이다. 장계취계는 계략 가운데 계략을 숨긴다는 뜻이다. 흔히 여포는 용맹하지만 의리와 지략이 부족하다고 평가하지만, 원소를 속일 정도로 뛰어난 지략은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명문가의 자제였던 원소는 단선적이었으므로 누군가를 속이지도 못했다. 속이지 못하는 사람은 의심하다가 오히려 쉽게 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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