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제외한 9개국 공동성명
미 “중‧러 비협조로 北도발 가속”
중‧러 “미 연합 군사훈련 때문”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북한의 일본 열도 상공 통과 탄도미사일 도발 감행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공개회의에서 소득 없이 책임 공방만 했다.
5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는 공개회의를 열고 지난 4일 북한이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고 로이터통신과 현지 특파원을 인용한 국내 매체들이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그간의 비협조로 북한 도발을 가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원인을 제공했다며 설전을 펼쳤다.
북한은 지난 4일 오전 7시 23분께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IRBM 1발을 발사했다. 일본 측에 따르면 미사일은 일본 열도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7년 이후 5년 만에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지나갔다.
먼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공개발언에서 “북한은 올해에만 39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라며 “올해 초부터 13개 이사국이 이런 불법 행동을 규탄하고 북한에 실제 비용을 부과하는 조치에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모두가 알듯 북한은 이사회 두 회원국의 보호의 장막(blanket protection)을 향유해 왔다”라며 “이 두 국가는 북한의 반복된 도발을 정당화하고 제재 체제를 갱신하려는 모든 노력을 막으려 애를 써 왔다”라고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발언했다.
이와 관련해 겅솽 유엔 주재 중국부대표는 “우리는 북한의 최근 발사를 주목하고, 또한 미국과 다른 국가가 역내에서 이끈 다수의 연합훈련을 주목한다”고 역공을 펼쳤다. 지난달 실시된 한·미 연합 해상 훈련을 비롯한 연합훈련 후 북한이 도발을 감행했다는 주장이다.
겅 부대표는 “미국은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 동맹을 강화하고, 군사 경쟁의 위험을 강화하고 있다”라며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은 이중잣대를 추구하며, 정치적인 조종에 관여해 역내 안보 환경을 악화한다”라고 지적했다.
안나 이브스티그니바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 역시 “미국과 그 역내 동맹국은 지난 8월 대규모 군사훈련 활동을 재개했다”라며 “9월에는 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해(동해)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의 훈련이 재개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들 국가 정상은 한반도와 역내 핵 수단을 비롯한 미국의 억제 수단 배치를 무책임하게 언급했다”라며 “유엔에서 북한의 도발을 다룰 때 이런 정황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브스티그니바 부대사는 발언 중 미국과 영국, 호주 안보 협의체인 오커스(AUKUS)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오커스에 대해 “새로운 블록을 형성하는 행위”라며 미국이 ‘내 편이 아니면 적’의 이분법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미국과 한국은 책임 있는 방법으로 국제법과 일치하게 방어적인 군사훈련을 한다”라며 “(반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불법적이고 무모하며, 이웃 국가를 위험에 빠뜨린다. 이들 두 활동(한·미 훈련과 북한 미사일) 사이에는 동등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오커스 지적과 관련해 “오커스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보리 공개회의는 이 같은 설전으로 진행되다가 비공개로 전환됐다. 당초 전체공개로 계획된 회의는 일부 공개 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상황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공개 평의회를 원하지 않았다.
회의 후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미국, 영국, 프랑스, 알바니아, 브라질, 인도, 아일랜드,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9개 안보리 회원국이 북한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5월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주도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더 많은 제재를 가하자는 제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2006년 북한에 대한 제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공개적으로 분열시켰다고 로이터 통신은 평가했다.
이날 회의에는 안보리 이사국은 아니지만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한국과 일본 대표가 참석해 발언을 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북한은 안보리의 침묵에 더 잦은 탄도미사일 발사와 새로운 핵무기 사용 법률로 요란하게 대응한다”라며 “안보리는 북한에 긴장을 고조하는 행동은 끝이 나게 돼 있다는 단합되고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시카네 기미히로 유엔 주재 일본 대사는 “우리 모두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보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의 상황이 ‘뉴 노멀’이 되도록 둬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북한 탄도미사일 #유엔 안보리 #중거리탄도미사일 #IRBM #안보리 상임이사국